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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05 17:52 수정 : 2010.05.09 11:23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라운드칼라 셔츠, 차이나칼라 셔츠(이상 트루젠), 푸른색 레귤러칼라 셔츠, 분홍색 하이넥 버튼다운칼라 셔츠와 흰색 조끼, 흰색 버튼다운칼라 셔츠, 스트라이프 버튼다운칼라 셔츠(이상 티엔지티). 넥타이는 트루젠, 보타이는 티엔지티 제품.

[매거진 esc] 색깔·깃모양 다양해진 남성용 셔츠

평일 점심시간의 여의도는 ‘우리나라 보통 회사원 남자’들의 패션을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높은 빌딩에서 쏟아지는 보통 남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흰색 셔츠와 남색 혹은 회색 계열의 양복을 입고 푸른색이나 은색 타이를 매고 있다. 이런 풍경을 두고 소위 ‘패션 피플’들은 한숨을 쉬지만, 매일 아침 정신없이 출근해야 하는 회사원들에게 ‘흰색 셔츠-남색 양복-푸른색 타이’는 튀지도 않고 뒤떨어지지도 않는 마음 편한 교복이다. 그런데 요즘 여의도 점심시간 풍경이 예전과는 조금 달라졌다. 어두운 색상의 양복 깃 사이로 밝은 기운이 감돌고, 판에 박은 듯 똑같던 목 부분에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셔츠 덕분이다.

푸른색·하늘색이 대세…줄무늬도 인기

셔츠는 여성복으로 치자면 스카프나 브로치, 스타킹 같은 액세서리 구실을 한다. 조금만 변화를 줘도 전체적인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게다가 다른 아이템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전천후 아이템’이다. 구두가 패션의 완성이라고는 하지만, ‘보통 회사원 남자’에게 구두 여러 켤레를 바꿔 신으며 책상 아래에 숨겨져 잘 보이지도 않는 발끝까지 신경쓰라는 건 무리한 요구다. 그에 비해 셔츠는 회사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하루의 대부분인 이들의 인상까지도 바꿀 수 있는 ‘비범한 아이템’이다. 올해 봄/여름 셔츠 트렌드의 열쇳말은 ‘칼라’다.

흰색 셔츠는 19세기 후반까지 신사의 상징이었다. 알고 보면, 흰색 셔츠가 신사의 상징이었던 이유는 흰색의 고결함 때문이었다기보다 쉽게 더러워지는 흰색의 속성 때문이었다. 흰색 셔츠를 입는 사람은 그만큼 세탁을 자주 할 수 있는 ‘화이트칼라’ 계급이라는 의미였다. 동시에 셔츠가 지저분해지는 걸 감출 수 있는 푸른색 셔츠는 노동자 계급의 전유물이었다. 1870년대 줄무늬 셔츠가 등장하자 신사의 격에 맞지 않는다는 저항도 있었지만, 곧 줄무늬 셔츠에 흰색 깃과 소매를 덧대면서 비로소 신사의 옷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1950년대에 이르러 셔츠는 지금처럼 다양한 색상과 무늬로 제작됐다.

이렇게 화려한 시절을 누렸던 흰색 셔츠 체면이 요즘 말이 아니다. 2010년 봄/여름 패션 트렌드 색상인 파스텔 색상이 셔츠까지 영향을 주면서 흰색 대신 하늘색이나 분홍색 등의 셔츠가 주를 이룬다. 그중에서 한가지 색상을 꼽으라면 단연 푸른색이다. 엘지패션 닥스신사 이지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정장의 대명사였던 흰색 셔츠가 푸른색 계열의 셔츠로 유행의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며 “멋내기에 대한 국내 남성들의 거부감이 많이 사라지며 회의 등 공식 석상에서 과거 사무직의 상징이던 흰색 셔츠를 벗어던지고 노동계급의 상징이었던 푸른색 셔츠를 집어드는 회사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톤을 낮춘 하늘색 셔츠나 흰색 깃과 소매를 덧댄 푸른색 셔츠, 남색 줄무늬 셔츠는 세련되면서도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적당하다.

1~2. 2010년 봄/여름 트루젠 카탈로그 이미지. 3~4. 2010년 봄/여름 티엔지티 카탈로그 이미지.

‘개인의 취향’ 이민호 덕에 차이나칼라 급부상


셔츠 깃은 올봄 특히 주목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는 드라마가 한몫을 하고 있다. 문화방송 <개인의 취향>이 드라마 자체로 큰 획을 그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이 드라마가 패션 쪽에서 해낸 게 있다면 기본형 칼라 셔츠인 레귤러칼라 셔츠를 주로 입는 ‘보통 회사원 남자’들에게 ‘이렇게 다양한 디자인의 셔츠를 입을 수 있구나’를 보여줬다는 것. 드라마 속 주인공 전진호(이민호)는 버튼다운칼라 셔츠부터 차이나칼라 셔츠까지 다채로운 디자인의 셔츠를 입고 나온다. 특히 목선을 따라 둥근 곡선으로 흐르는 밴드형 칼라인 차이나칼라 셔츠는 좀처럼 입기 힘든 디자인의 셔츠인데도 드라마와 함께 ‘떴다’. 차이나칼라 셔츠는 양복에 매치하기 쉬운 셔츠는 아니지만 얼굴이 작아 보이고 목이 길어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이민호의 옷을 협찬하는 트루젠은 “차이나칼라 셔츠에 대한 반응이 좋아 다양한 색상의 차이나칼라 셔츠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같은 흰색 셔츠라고 해도 칼라 디자인이 바뀌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셔츠 깃을 단추로 고정시켜 잠글 수 있게 한 ‘버튼다운칼라 셔츠’와 ‘라운드칼라 셔츠’는 캐주얼한 이미지를 연출하기에 적당하다. 미국의 브룩스 브러더스사가 셔츠 깃이 선수의 얼굴에 펄럭이는 것을 막기 위해 깃 끝에 핀을 꽂아 사용하던 폴로 경기용 셔츠에 착안해 핀 대신 단추로 깃을 고정한 버튼다운칼라 셔츠는 다른 셔츠보다 깃이 부드럽다는 게 특징이다. 깃 끝이 둥글게 마무리된 라운드칼라 셔츠는 깃에 풀을 먹여 빳빳하게 입으면 양복에도 잘 어울리지만 편안하게 입으면 스포츠 재킷에 잘 어울린다.

타이와 잘 어울리는 셔츠로는 ‘핀칼라 셔츠’와 ‘윈저칼라 셔츠’, ‘탭칼라 셔츠’가 있다. 셔츠 깃을 핀으로 조여 입는 핀칼라 셔츠는 타이를 모아주기 때문에 깔끔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깃 양쪽에 고리가 달려 있어 타이의 매듭 아래로 연결해 타이 모양을 고정시키는 탭칼라 셔츠 역시 정장에 잘 어울린다. 영국 윈저공이 개발한 큰 넥타이 매는 법에 맞도록 디자인된 윈저칼라 셔츠는 셔츠 깃이 넓어 정장에 잘 어울린다.

좀더 캐주얼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피케셔츠를 입어보는 건 어떨까. 1927년 프랑스의 테니스 영웅인 르네 라코스테가 긴 소매를 입어야 하는 경기 규칙을 깨고 반팔 셔츠를 입고 코트에 등장해 유래한 피케셔츠는 면으로 제작돼 통풍이 잘된다. 여름에는 남색 면바지에 아이보리 색상의 반팔 티셔츠와 피케셔츠를 겹쳐 입으면 ‘보통 회사원 남성’의 캐주얼한 출근복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올해 봄/여름에는 항상 같은 색상과 소재의 교복 같은 복장에서 셔츠 하나만 바꿔보자. 푸른색 버튼다운칼라 셔츠 정도만 입어줘도 주변 동료들이 조용히 다가와 이렇게 물어올지 모른다. “그 셔츠 어디서 샀어?” 잘 입은 셔츠 한 벌, 양복 열 벌이나 구두 열 켤레 안 부럽다.

셔츠 제대로 입는 법

‘노 속옷’은 기본

제아무리 멋진 몸매에 세련된 셔츠를 입어도 제대로 입지 않으면 태가 나지 않는다. 셔츠에 대한 상식을 오엑스(○×)로 알아보자.

◎ 셔츠 안에 속옷을 입는다 (×)

양복을 입을 때 셔츠는 속옷 구실을 한다. 셔츠는 맨몸에 입는 게 올바른 방법이다. 제대로 된 양복을 갖춰 입을 때는 양복 재킷을 벗지 않는 것 역시 예의다. 셔츠 안에 속옷을 입지 않는 게 어색하다면, 색깔이 있는 속옷을 입어 셔츠 밖으로 비치도록 하는 것만은 주의하자.

◎ 셔츠는 목둘레에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만큼 여유를 남겨두자 (○)

한국인 체형은 어깨나 가슴에 비해 목이 굵다. 그래서 가슴둘레에 크기를 맞추면 목이 답답하고, 목둘레를 맞추면 가슴 부분이 남는다. 몸에 가장 잘 맞는 셔츠는 셔츠의 맨 끝 단추까지 채운 상태에서 셔츠 칼라와 목 사이에 손가락 하나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크기의 셔츠다. 칼라가 뒷목을 편안하게 감싸면서 목 앞쪽에 여유 공간이 생기는지 확인하자.

◎ 소매길이는 손목 바로 위까지 올라오는 게 적당하다 (×)

셔츠의 소매길이는 손목을 완전히 가리고 손등의 3분의 1 정도를 가리는 길이가 적당하다. 양복을 입었을 때 소매 밖으로 셔츠 소매가 1.5㎝ 정도 보이는 것이 올바른 정장 착용법이다.

◎ 셔츠의 품이 넉넉할수록 편하고 좋다 (×)

셔츠는 활동하기에 편해야 하지만, 품이 지나치게 넉넉한 셔츠는 오히려 활동을 불편하게 한다. 셔츠를 입었을 때 소매, 특히 겨드랑이 부분과 허리 라인이 적당히 몸에 붙는 셔츠를 선택하자. 소매 둘레는 팔을 한두번 회전시켰을 때 불편함이 없는지 확인하고, 허리 라인은 겨드랑이부터 벨트 라인까지 완만한 브이(V)자를 그리는 형태로 떨어지는지 확인하자.

도움말 엘지패션

글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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