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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10 19:55 수정 : 2010.05.10 19:55

[건강2.0]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언제부턴가 무의식중에 나도 모르게 가끔 잇몸약 시에프 배경음악을 흥얼대곤 한다. 노래를 듣다 보면 ‘참 잘 만든 시엠송’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한번쯤 치아나 잇몸이 아파 극심한 통증을 경험해본 분들이라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커다란 즐거움인지 쉽게 공감한다.

공중파 방송이나 신문 등에서 잇몸약 광고가 나온 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잇몸질환이 의심될 때 무섭고 번거로운 치과에 가는 대신 잇몸약부터 선택하곤 한다. 광고를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잇몸약만으로도 잇몸질환이 충분히 치료될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나이에 비해 심각하게 망가진 잇몸 상태로 치과에 오는 환자 분들 중에는 스케일링은 평생 한두번밖에 안 했지만, 잇몸약을 꾸준히 오랫동안 먹어 왔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분들이 있다. 요즘 들어서는 잇몸약이 잘 듣지 않으니 무슨 까닭이냐고 물어 오시는 분들도 종종 있다. 이런 분들은 대개 엄청난 양의 치석이 치아와 잇몸을 덮고 있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의 찌꺼기, 입안의 세균, 타액의 분비물 등이 뭉쳐져 시간이 지나 돌처럼 딱딱한 상태로 치아 표면 위에 형성되는 것이 치석이다. 이 치석은 유해한 세균들의 주된 서식처가 되는데, 결과적으로 잇몸질환을 일으키는 가장 주된 원인의 하나가 된다. 모든 잇몸치료의 시작이 치석을 제거하는 스케일링으로 시작되는 까닭이다. 잇몸치료를 한 뒤에도 정기적인 치석 제거나 치아면에 형성된 세균막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잇몸질환의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

문제는 잇몸약이 잇몸질환에 얼마나 큰 효과를 나타내는가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잇몸약의 역할과 효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논란의 여지가 다소 있다. 다만 현재는 치과에서 잇몸치료를 받으면서 적절하게 동반되는 약물의 투여는 확실히 일정 부분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을 뿐이다.

즉, 치과에서 치석 제거를 비롯해 잇몸치료를 전혀 받지 않는 상태에서 잇몸약만 복용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지만, 실질적인 치료 효과는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히려 치과에 가서 치료받는 기간을 늦춰 결과적으로 잇몸을 심각하게 망가뜨리는 주범이 될 수도 있다. 오로지 잇몸약만으로 잇몸질환이 치료되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손가락에 큼직한 가시가 박혔는데 가시를 빼지는 않고 약물로 상처가 아물기를 바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케일링을 비롯한 잇몸치료는 대부분 건강보험이 적용돼 비용이 많이 들지 않으며,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잇몸약만 맹신할 것이 아니라 통증이 나타나기 전이라도 이상징후가 우려되면 반드시 치과에 가서 검사받고, 필요하면 잇몸치료를 받자. 잇몸약은 그 이후에 복용해도 절대 늦지 않다.


김의동/청구치과 원장·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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