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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12 16:58 수정 : 2010.05.13 08:28

박명수가 이끄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거성쇼>와 박명수·유세윤이 손을 잡은 <우아한 인생>. 에스비에스 이!티브이, 엠비씨에브리원 제공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문화방송 파업으로 <무한도전>이 연일 결방 사태인 요즘, 박명수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에스비에스 이!티브이 <거성쇼>와 엠비씨에브리원 <우아한 인생> 등 케이블티브이 예능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나섰고, 한국방송 <승승장구>에도 단독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번주에는 <10 아시아>(10asia.co.kr) 최지은(사진 오른쪽) 기자와 위근우 기자가 박명수의 <거성쇼>와 <우아한 인생>을 들여다보고, 최근 2~3년 동안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주며 1인자와 2인자 사이인 ‘쩜오’(1.5인자)로 굳히기에 들어간 박명수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거성쇼’ ‘우아한 인생’ 등 케이블 진행자로 활발한 행보 보이는 박명수
우왕좌왕 어설픈 호통 개그로 1인자와 2인자 사이 자리 확실히 굳혀

위근우(이하 위) 천안함 사태에 이어 문화방송 파업에 따른 예능 결방 사태로 유재석이나 강호동 등 1인자들을 볼 기회가 줄어들었다. 그런데 ‘쩜오’ 박명수는 이 시점에 오히려 더 많은 프로그램을 소화하며 치고 나가고 있다.

최지은(이하 최) 유재석과 강호동의 양강 구도에서 그들의 뒤를 이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건 박명수와 이경규, 유세윤 정도다. 이들 중 박명수가 자기 이름을 건 쇼를 내놓는 등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무한도전>이 결방중인 이때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작한다는 게 흥미롭다.

박명수는 대중적인 예능인이다. 열심히 뛰고 그만큼의 인지도를 얻고 있다. <거성쇼>는 <무한도전>에서 한 회 아이템으로 시도했다가 바로 접었던 기획이다. 그때 박명수는 ‘나의 역량으로 토크쇼는 아직 힘들다’고 얘기했다. <거성쇼>는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번주도 종영되지 않고 무사하다’는 식의 자기희화화를 하면서 웃음을 만들어낸다. 박명수가 스스로 주장하고 이제 대중도 인정하는 ‘쩜오’는 결코 낮은 위치가 아니다. 케이블티브이에서 박명수 정도는 대스타다. 그런데 그는 프로그램에서 스스로를 더 비하하고 조기종영을 두려워한다. 그러면서 독특한 영역을 만들고 거기에서 재미를 뽑아낸다. 그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다.

<거성쇼>는 벌써 9회를 넘겼다. 김영철, 황현희, ‘마이티 마우스’의 상추 등이 박명수와 함께 출연한다. 이들은 ‘쩜오’ 박명수에 비하면 확실히 비중이 낮은 급이다. 그런 조합이 <거성쇼>가 재미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멤버들 캐릭터 잡아주지 못하는 건 단점

박명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유재석이나 강호동 식의 진행자와는 확실히 다르다. 짜임새 있게 멘트를 연결하는 능력도 부족하고, 중간에 말도 자주 꼬이는데 그때마다 말도 안 되는 애드리브 4차원 개그를 친다. 본인의 부족함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김영철이나 황현희 등에게 뜬금없이 호통을 친다. 그러면 또 이들은 맞받아친다. 이게 지금 <거성쇼>의 콘셉트인데, 재미있다. <지피지기>나 <브레인 배틀> 같은 프로그램보다 막말을 하고 대거리를 하는 프로그램이 더 박명수답다. 이게 피디의 역량인지 박명수의 능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나온 것만은 확실하다. 우왕좌왕하고 어설픈 상황을 통해 케이블스러운 재미를 보여준다. 박명수가 맘껏 뛰어노는 것도 보인다. 박명수가 진행하는 문화방송 라디오 <두시의 데이트>가 재미있는 이유와 비슷하다.

<거성쇼>의 아쉬운 부분은 박명수가 나오는 장면과 그렇지 않은 장면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거다. 박명수가 나올 때는 그 자체만으로도 웃긴다. 그런데 박명수와 다른 멤버들이 떨어져 있을 때는 다른 멤버들이 어쩔 줄 모르는 게 보인다. 나머지 멤버들도 서로간의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사실 그게 진행자의 역할이기도 하다. 그런 장면이 박명수가 짜임새를 만들어내는 부분에 장기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 유재석은 멤버 각각의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잡아주는 능력이 탁월하다.

박명수는 자기가 제대로 구박할 수 있는 사람들로 모은 것 같다. 때마다 등장하는 김경진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 또 나머지 멤버들이 그렇게 우왕좌왕하기 때문에 ‘너네 왜 이렇게밖에 못하냐’는 박명수의 호통이 미워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 단점이자 장점이다. 박명수는 그런 부분을 보여주며 자수성가한 ‘쩜오’의 이미지를 잘 끌고 가고 있다. 그에게는 나름의 서사가 있다. <승승장구>에서도 단독 게스트로 조금 부족해 보이는 박명수가 그만의 재미를 보여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외모·사업·가족 등 모든 것들로 웃길 줄 알아

<승승장구>를 통해 박명수가 스스로의 장단점을 잘 안다는 것, 또 그걸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지도 잘 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승승장구>가 박명수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좋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진짜 그 사람을 알고 싶다는 질문보다 흑채 얘기 등 신체적으로 장난치는 듯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 박명수가 그런 접근에 기분 나빠 할 사람도 아니지만 그런 것마저 재미있게 넘기더라.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준비해온 것이 있고 그 나름의 예능관이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었던 보기 드문 기회였다. 안타까운 건 ‘몰래 온 손님’ 때문에 박명수의 얘기를 더 많이 들을 수 없었다는 거다.

이제 시청자들도 <무한도전> 등을 통해 박명수에게 많이 익숙해졌다. 박명수가 쌓아온 어록이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승승장구>의 최화정이나 조권 같은 패널들에게 센 얘기나 난감한 얘기를 해도 모두가 웃을 수 있다. 게다가 박명수는 이제 막 던진 애드리브를 또다른 애드리브로 수습할 줄도 안다. 그걸 심지어 잘한다.

박명수는 <승승장구>에서도 말했듯이 자신의 외모부터 사업, 심지어 가족까지 모든 것들로 웃길 줄 안다. 그건 오랜 시간 스스로 쌓아놓은 이야기가 많다는 얘기다.

<우아한 인생>은 생활형 예능인으로서의 박명수를 잘 보여준다. 제아무리 방송계가 어려워져도 박명수는 걱정이 안 된다. 어떻게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찾아서 하고, 그런 게 활발한 활동으로 드러난다. 예능 안팎의 캐릭터가 일치한다고 할까.

박명수가 야심을 드러냈고 그만큼 시청자의 반응도 좋았던 <일밤-뜨거운 형제들>이 파업 사태로 1회 방송 이후 정지된 상태다. 여기에서는 박명수와 탁재훈이라는 새로운 조합이 기대된다. 문제는 파업으로 방송이 되지 않고 있다는 거다. 이런 결방 상황에서 박명수가 새로운 프로그램인 <우아한 인생>을 선택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우아한 인생>은 박명수와 유세윤이 함께 나온다는 점이 재미있다. 이 둘은 자수성가한 개그맨이다. 가수이기도 하다.(웃음) 거기에 박휘순과 ‘마이티 마우스’ 쇼리 제이, 오나미 등이 나온다. 이런 조합은 <거성쇼>와 비슷하지만, 유세윤이 있기 때문에 또 다르다. 유세윤 특유의 천재성이 박명수에게도 강한 자극을 줄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은 제목 그대로 우아하게 살아보는 기획이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코스요리를 먹어본다든지, 고급스러운 옷을 스타일링해본다든지 하는 거다. 온스타일식 프로그램의 패러디다. 허세로 느껴지는 걸 희화화해서 재미를 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온스타일 코드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를 비틀었을 때 재미있어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재미를 주기 힘들다는 거다.


너 어제 그거 봤어?
패러디는 원본에 익숙한 사람이 봤을 때 재미있다. 유세윤은 이 프로그램은 리얼리티쇼라고 했고, 박명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라고 했다. 이제 막 방송을 시작했지만 <우아한 인생>은 리얼리티쇼와 페이크 다큐 사이의 모호한 지점에 있다. 페이크 다큐 쪽으로 가든지, 리얼리티쇼로 가든지 가는 방향을 좀더 확실하게 해야 할 것 같다.

지금 멤버들의 구성은 좋다. 박휘순은 유세윤이 그렇듯 <우아한 인생>의 이런 기획에 참 잘 어울린다. 쇼리 제이는 박명수가 인정했듯 범상치 않은 인물이다. <거성쇼>에서 박명수와 함께하는 상추를 능가할 만한 예능감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정리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 <거성쇼>와 <우아한 인생>에 바란다

“<거성쇼>의 흥신소 콘셉트는 재미있는데, 초반 웃음 배틀 때보다는 약하다. 상황극은 유기적인 연결이 있어야 하는데, 박명수는 지휘자로서의 역할을 잘 하지 못하고 다른 멤버들도 상황극을 소화할 만한 역량이 아직은 부족하다. 소동극으로는 볼만하지만 밑그림이 없다. 박명수가 지휘자로서 부족하다면 제작진이 더 나서는 게 맞는 것 같다. 그 부분을 보완하면 흥신소 기획이 더 재미있을 것 같다.”(위근우)

“<우아한 인생>은 정색하고 우아한 인생을 즐기는 지금 기획의도대로 쭉 밀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박명수가 이런 상황에 처해졌을 때 ‘뭐야, 이건’ 한다면 유세윤과 박휘순은 그런 상황에 잘 녹아들고 헤엄칠 줄 안다. 서로 다른 상황과 반응을 지켜보면서 좀더 방향을 확실하게 하고 쭉 밀고 나가면 충분히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 같다.”(최지은)

■ 박명수, 이렇게 ‘쩜오’ 인증했다

“<승승장구>에서 박명수가 확실히 2인자보다는 1인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승승장구>에 톱배우도 나오고 아이돌도 나왔지만 그 사람의 얘기가 재미있던 적은 별로 없었다. 박명수는 지금까지 나왔던 이들 중 게스트 한 사람에게 집중해도 충분히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단독 게스트가 될 만한 자격이 있다.”(최지은)

“<거성쇼>와 <우아한 인생> 등 그가 이끌어가는 프로그램을 보면 아직 박명수가 1인자가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유재석과 강호동이 넓은 시야로 이곳저곳 공을 배급하면서 경기를 운영하는 중원의 사령관이라면, 박명수는 혼자 열심히 공을 몰고 가면서 다른 선수들에게 똑바로 뛰라고 호통을 치는 ‘무서운 주장’이다.”(위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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