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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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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김신의 ‘꼬미꼬미’
일본 경마사상 두번째 큰 배당 터진 날, 다바타군이 배당받고도 쓴웃음 지은 사연
리스토란테 메모리의 점장, 즉 ‘덴초’인 다무라상은 이혼 경력 1회의 돌아온 싱글이다. 1980년대 초·중반 버블 시대에 잘나가던 부동산회사 간부로 재직하다가 호황이 끝나면서 아내도 떠나고 혼자서 생활을 하는 멋쟁이 꽃중년이다. 주방에서 일하는 다바타군하고는 주말 경마장 동지다. 일본인은 노름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주방 동생이었던 다바타군도 근처 와세다대학의 경영학부를 다니는 똑똑이였는데, 나처럼 오전엔 학교를 다니고 오후에는 직장으로 삼아, 스스로 학비를 대는 착한 청년이었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오후, 저녁 디너 타임으로 출근해서 보니 다바타와 덴초가 보이지 않았다. “사키상, 다바타 아직 출근 전인가요?” 바로 그때 부리나케 들어오는 다바타와 덴초! 한 명은 웃음을, 한 명은 약간 쓴웃음을 지으며 홀을 통해 개인 로커 앞으로 들어온다. “어떻게 된 거야? 다바타, 덴초에게 무슨 좋은 일이 있었나? 왜 저리 웃고 들어오지??” “아~ 예, 뭐, 별일 아니에요. 같이 경마하고 왔어요.” 난 덴초가 큰돈이라도 번 줄 알았다. “오우, 김상 다바타군이 오늘 돈 많이 벌었으니 같이 술이라도 한잔하자고 해봐요, 하핫.”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덴초 다무라상의 놀리는 듯한 환한 웃음의 이유는, 1996년 일본 경마계 최대의 사건이 벌어진 바로 그날이었다.
그날은 96년 봄 일본 경마 역사상 두번째로 큰 배당이었던 단식 32 대 1과 복식 16 대 1이 터진 날이었다. 이날 우승 예상은 ‘노조미’ - 즉 경마로 한탕 하려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희망’이라는 이름의 말이었고, 다바타와 덴초도 그중 하나였다. 예상대로 노조미는 우승을 하였지만, 얼마 되지 않지만 작은 배당금으로 만족을 할 수밖에 없던 두 사람. 다시 한번 재투자한 경기에서 이변이 생겼다. 생각지도 않았던 복식 경기에서 바로 그 16 대 1의 대배당이 터진 것이다. 승부사들이 예상했던 우승마의 ‘조키’가 사고를 내어, 저조한 실력의 루키마들이 예상을 뒤엎고 1착, 2착, 3착으로 골인했다. 순간 덴초는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으나, 다바타는 자신이 샀던 마권이 1000엔짜리라는 것을 떠올렸다 - 16배당으로 1만6000엔의 배당!
다바타군이 쓴웃음 지을 만도 했다. 1만엔을 넣었다면 16만엔, 10만엔이라면 160만엔!! 그 돈이었다면 자신의 학비를 충당하고 학업에만 전념할 수도 있었으리라. “너 진짜 아깝겠다. 야~ 어째 행운은 그리도 미소만 지으면서 지나간다니? 확 끌어안아 주지 않고. 다바타군, 힘내라.”
그날 다바타의 멍하고도 안쓰러울 정도로 기운 빠진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날 이후 리스토란테 메모리의 모든 식구들은 스포츠 신문의 경마란을 애독하기 시작했고, 나도 경마 한 방으로 인생 역전을 꿈꾸기도 했다. 오 나의 메모리!
일본은 전국시대 이후로 황폐해진 농토를 개간하느라 소고기 외에 말고기의 소비도 심심치가 않았다. 다바타군을 추억하여 ‘탈리아타 디 만초’(Tagliata di manzo)를 소개한다.
올리브 앤 팬트리 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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