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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12 18:38 수정 : 2010.05.12 18:38

[매거진 esc] 한살림과 함께하는 밥상사연 공모전

3월의 마지막날 수학여행을 가는 날이었다.

언제나 여행은 어떤 경우이든지 마음을 설레게 하고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멋진 경험이다. 이날도 사랑하는 우리 반 아이들과 새롭게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을 쌓고 쌓아주기 위해 새벽부터 분주하게 준비해둔 배낭을 메고 신나게 출근을 했다.

그런데 새벽부터 내린 비로 미끄러운 운동장과 스탠드를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사고가 발생해 턱골절에 다리부상을 입고 41명의 고아 아닌 고아 상태의 아이들을 관광버스에 맡기고 담임인 나는 난생처음 구급차를 타고 삐뽀 소리를 들으며 병원 응급실로 향해야 했다. 어찌나 아프고 아이들이 딱했던지 눈물만 계속 흐르고 흘렀다.

수술을 받은 뒤, 여행지의 아이들과 문자를 나누며 눈물범벅이 된 병원생활을 하고 퇴원해 통원치료를 받게 된 날 오랜만에 메일을 확인하다가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살던 첫 제자가 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며칠 뒤 택배 아저씨가 아이스박스를 배달해 주어 보니 그 제자였다. 열어본 상자는 제자의 팔순 부모님이 농사지은 것이었다. 파김치, 묵은 김치, 김부각, 볶은깨, 그리고 말로는 얼음 대용으로 넣었다는 언 한우가 박스 안에 가득 켜켜이 쌓여 있었고, 사랑편지가 동봉되어 있었다.

턱을 수술해서 입을 고정했기에 먹지는 못했지만 비닐봉투째 식탁에 펼쳐 놓고 얼마나 목이 메었던지 한나절을 감상하고 또 감상한 사랑의 식탁이었고 교사 아니면 어찌 이런 감동을 맛볼 수가 있으랴 싶었다. 참사랑으로 맺어졌던 그 시골의 인연을 만난 첫 교단의 경험 때처럼 제자 사랑은 변함없이 가슴에 자리하고 있어 나를 지탱해 주고 있다. 아무리 세상이 또 아이들이 변해가고 있어도 사랑에는 위대한 힘이 있어 아이들을 더 크게 자라게 하는 것을 날마다 경험하고 있다.

내 사랑하는 제자들과 잊지 못할 저녁밥상을 내가 한번 마련할 날도 기대해 본다.


이경신/인천 부평구 부개3동


‘esc’가 바른 먹을거리 운동을 펼치는 한살림과 독자 사연 공모전을 진행합니다. ‘내 인생의 잊지 못할 밥상’이라는 주제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매주 한분을 뽑아 유기농쌀·홍삼액 등 20만원 상당의 한살림 상품 등을 드립니다. 자세한 응모 요령은 <한겨레> 누리집(www.hani.co.kr)에 접속해 esc 게시판을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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