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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12 19:39 수정 : 2010.05.15 16:44

교보문고 강남점의 ‘소설 베스트’ 코너에 전시돼 있는 하루키 책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한국서 식지 않는 하루키 인기 분석

개인주의, 자유분방함, 세련된 문장, 작가로서 프로의식.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하루키의 ‘키워드’들이다. 21살에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를 읽은 다음날 동네 책방에 가서 출간된 하루키 책을 모두 샀다는 하루키 팬카페 ‘무라카미 하루키 되기’ 운영자 김도윤(28)씨는 “깔끔한 문장, 시니컬한 하루키식 유머, 문을 열고 나가면 다른 세상이 존재할 것만 같은 상상력, 끈끈이주걱처럼 흡인력이 뛰어난 스토리” 때문에 하루키에게 빠져들었다고 고백한다.

출판사 마음산책 정은숙 대표는 “하루키의 매력과 개성은 대체할 수 없다. 예술가연하지 않으면서 소설가로서 공부 방식과 몸 관리도 대단하다. <언더그라운드>라는 작품을 쓰기 위해 60명 이상을 인터뷰했다. 직업정신에 가까운 프로의식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하루키 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따온 ‘손녀딸’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중인 요리 칼럼니스트 차유진씨는 “개인적인 생각과 일상의 풍경도 소설이 될 수 있고 독자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가족이나 국가에 소속된 단위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개인적인 삶과 고민이 먼저인 주인공을 다룬 게 공감대가 컸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하루키의 인기를 분석하는 데는 <상실의 시대>를 빼놓고 설명할 수가 없다. 원작이 출간된 지 2년 만인 1989년 문학사상사에서 출간된 이래 국내에서 100만부 이상 팔린 <상실의 시대>는 아직도 베스트셀러다. 윤상인 한양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는 90년대 이 책의 열풍에 대해 “당시 한국이 88올림픽을 거치면서 경제적 풍요와 정치적 자유를 누리게 되고 개인의 취향을 중시하고 다원주의적 가치관이 확산되는 분위기에서 하루키가 아이콘이 되는 건 당연한 현상이었다”며 “그때 문학에서 개인을 공동체와 국가의 상위에 놓는 게 한국에선 감히 할 수 없었던 분위기였는데 하루키가 그런 한국 문학의 취약했던 부분을 보충해주고 또 판도 바꿔버렸다”고 설명했다.

하루키는 젊은 피가 계속 팬층으로 수혈되고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국내에서 가장 활동이 활발한 하루키 동호회 ‘무라카미 하루키 되기’ 카페는 회원이 4300여명인데 대부분 20대 중반~30대 초반이다. 이들의 대부분도 시작은 <상실의 시대>였단다. 김도윤씨는 “회원들 상대로 자주 설문조사를 하는데 10번 중 7번은 <상실의 시대>가 최고 인기작으로 꼽히고 3번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가 꼽힌다”고 말했다.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인구 대비 하루키 팬이 많긴 하지만, 하루키의 인기는 세계적인 현상이고 한국이 유별난 게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하루키 책이 40개국 이상에서 출판됐고, <상실의 시대>는 프랑스에 거주하는 베트남 감독이 촬영중이다.

하루키 책만 35종 출간했고 직접 많은 작품을 번역하기도 한 문학사상사 임홍빈 회장은 “하루키는 일본인이지만 일본 문학을 한 게 아닐 뿐 아니라 일본 문학은 의식적으로 멀리했다. 미국이 군사력뿐 아니라 경제력도 세계의 중심국이기 때문에 문학 역시 미국이 지배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미국 문학을 깊이 파고들었다. 이것이 동양인 최초로 세계 문학의 대열에 오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글 김아리 기자·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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