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5.17 20:01
수정 : 2010.05.17 20:28
[건강한 세상]
딸아이가 받는 스트레스는 엄마와 전화 통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엄마와 ‘스킨십’을 할 때만큼 쉽게 풀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메디슨 위스콘신대 연구팀은 61명의 7~12살 여자아이들을 대상으로 ‘트리어 소셜 스트레스 테스트’(TSST)를 실시하고 나서 엄마와 직간접으로 접촉하게 한 뒤 ‘옥시토신’과 ‘코르티솔’ 호르몬을 측정했다. 아기를 낳을 때 나오는 자궁수축 호르몬 옥시토신은 평상시에도 분비돼 사람 사이에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사랑의 묘약’으로 작용한다. 코르티솔은 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콩팥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물질이다. ‘티에스에스티’는 주어진 시간에 낯선 사람들 앞에서 즉석 연설을 하고 수학문제를 구두로 푸는 테스트다. 실험 대상자는 에스트로겐 호르몬 등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초경과 사춘기 이전에 아직 발모가 진행되지 않은 아이들로 국한했다.
연구팀은 아이들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은 뒤 세 그룹으로 나눠 한 팀은 엄마와 곧바로 만나 서로 껴안거나 어깨에 손을 얹는 등 신체 접촉을 하도록 하고, 다른 팀은 멀리 떨어져 있는 엄마와 전화통화를 하도록 했다. 나머지에게는 곧바로 잔잔한 영화를 75분 동안 보여줬다. 앞의 두 그룹은 15분 동안 엄마와 직간접으로 만난 뒤 60분 동안 세번째 그룹과 같은 영화를 봤다.
연구팀이 실험 도중 4차례에 걸쳐 아이들의 침과 소변을 받아 호르몬 수치를 조사한 결과 엄마와 직접 만난 그룹과 전화통화를 한 그룹은 엄마와 접촉한 뒤 옥시토신이 급증한 반면 엄마와의 접촉이 없었던 그룹은 호르몬 분비에 변화가 없었다.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은 반대로 엄마와 아무런 접촉이 없었던 그룹은 스트레스 테스트 15분 뒤 엄마와 직접 접촉한 그룹보다 3배 이상 많이 분비되고 나서 1시간이 지나도록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반면 엄마와 통화를 한 그룹은 직접 접촉한 그룹보다 테스트 15분 뒤 코르티솔 분비가 두배 많았지만 1시간 뒤에는 두 그룹이 모두 테스트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구 논문은 영국 <왕립학회보 비(B)> 12일치(현지시각)에 실렸다.
연구에 참여한 세스 폴락 위스콘신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시험이 끝나자마자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는 모습을 보며 ‘헬리콥터 부모’(과잉보호 부모)를 떠올렸는데, 이제 보니 아마도 전화통화가 안정을 되찾는 비결이었던 모양이다”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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