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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17 21:10 수정 : 2010.05.19 11:47

사진 왼쪽부터 오요리 식구들인 이지혜, 타티아나 세르게예브나, 박정민, 한영미.

[건강한 세상] 아시안 퓨전요리식당 ‘오요리’
이주여성들 ‘고향의 맛’ 전문가손질 거쳐 재탄생
맛 비결은 ‘다문화 소통’ 6개월 만에 홍대 명소로

【트친소】RT @all 제 친구를 소개합니다. 올해 초 지인으로부터 알게 됐습니다. 처음엔 그가 정성껏 챙겨주는 맛난 음식이 좋았습니다. 곧 알았지요. 그 친구의 출생의 비밀과 살아온 삶 모두가 감동임을. 친구 이름은 오요리입니다.

서울 ‘홍대골목’에 사는 오요리는 아시아 퓨전 요리 식당입니다. 오요리라는 짧은 이름에는 그의 과거는 물론 앞으로 살아갈 미래까지 모두 담겨 있습니다. 오요리는 우선 그를 세상에 낳은, 부모 같은 존재 ‘오가니제이션 요리’의 준말입니다. 이는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인 ‘하자’에서 만든 사회적 기업이지요. 선한 핏줄을 타고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문화 다세대를 형상화한 점토 인형들

오요리와 오가니제이션요리의 첫 글자 ‘오’는 다문화, 다양성, 다세대의 조화를 추구하는 원형 ‘O’를 상징합니다. 실제 오거니제이션요리와 레스토랑 오요리에는 미얀마,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홀 서비스와 함께 디저트 요리를 맡고 있는 타티아나 세르게예브나(30)는 “한국에 온 지 7년 만에 얻은 첫 직장”이라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해서 좋고, 손님들이 맛난 요리를 먹고 기뻐할 때 기쁘다”고 말합니다.

오요리는 ‘오!’라고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맛있는 요리라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좋은 뜻으로 하는 일과 경쟁력이 함께 가는 경우가 드뭅니다. 뜻있는 이들이 ‘소비해주는’ 사업은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오요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경쟁력은 퓨전입니다. ‘하자’는 2008년 사회연대은행의 여성결혼이민자 공동체창업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이주여성들과 워크숍 ‘오가니제이션요리’를 시작했습니다. 오요리의 요리는 그때 이주여성들이 선보인 것들입니다. 말레이시아의 볶음국수 미고랭, 인도네시아의 식물 판단을 재료로 만든 ‘다다르굴릉’, 담백한 밀가루 반죽에 수제 잼을 넣어 만든 러시아 디저트 담스키에 발츠키 등. 이주여성들은 고향의 맛을 보고, 전하게 되어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오가니제이션요리 공동대표인 이지혜(37)씨는 “무엇보다 장사가 될 것 같았다”고 그때를 회상했습니다.

‘하자’는 2008년 오거니제이션요리를 사회적기업으로 신청해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았고, 이듬해인 2009년 초 레스토랑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꾸렸습니다. 하지만 아시안 푸드라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워크숍 때부터 도움을 준 하얏트호텔 셰프 출신 박성배씨와 푸드스타일리스트 박현정 청강대 겸임교수는 아시안 요리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바꿨습니다. 눈맛은 이국적이지만 한국인의 미감을 매료시키는 ‘오! 요리’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문을 연 지 겨우 6개월 남짓, 하지만 독특하고 맛난 음식에 대한 입소문이 퍼져 마니아들이 생겼습니다.

아시안 퓨전요리식당 ‘오요리’

오요리라는 이름에는 맛과 향뿐 아니라 청각, 시각, 촉각 등 ‘오감을 만족시키는 요리집’이라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편안한 모던’을 내건 인테리어, 자극적이지 않은 음악, 직원들의 편안한 표정과 목소리 등. 30평이 넘는 홀에 식탁은 40석밖에 되지 않습니다. 옆자리 낯선 손님과의 불쾌한 스킨십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조만간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지만 오요리는 지난해 11월 문을 연 뒤 어려움이 적지 않았습니다. “식당 운영이 그렇게 힘든 줄은 몰랐어요.” 한영미(40) 공동대표의 말입니다. 8시간 근무는 꿈이었습니다. 식재료와 맥주박스 등을 2층 주방으로 날마다 옮기는 일은 중노동이었습니다. 배선에 문제가 있어 자주 깜빡이던 조명이 완전히 꺼져버린 어느날 혹시나 해서 준비해 둔 초를 가져다 불을 밝히며 손님들에게 미안하다며 얼마나 고개를 숙였는지.

그럼에도 오요리는 잘 자랐습니다. 상대를 배려하고, 소통을 중시하는 ‘가정환경’이 힘이었습니다. 일류 호텔 출신의 성낙훈(29) 셰프는 칼과 불을 쓰는 주방에서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엄격한 때도 있지만 권위를 내세우지 않습니다. 오요리 식구들은 제롬, 마야, 찔레 등의 별명으로 서로를 부릅니다. 성 셰프는 손님이 많아 주문이 밀릴 때면 홀에 나와 테이블을 돌며 음식이 늦어져 죄송하다고 깍듯이 인사를 하는 멋쟁이 신사로 바뀝니다. 타티아나도 그냥 기다리는 손님이 없도록 말을 걸고 음료수를 ‘서비스’로 내갑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는 힘든 노동을 이겨내는 또다른 힘입니다. 이들은 어린이집에 맡긴 아이를 찾을 수 있도록 타티아나에게 1시간 일찍 퇴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셋째를 임신한 미얀마 출신의 하울룬씬(32)은 아예 ‘하자’의 카페로 옮겨 일 부담을 덜도록 했습니다. 주방에서 일하는 박정민(28)씨는 “요리를 매개로 우리 사회가 외국인과 잘 소통하는 다문화공동체로 바뀌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합니다. 오요리. 알고 지낼수록 참 훌륭한 친구입니다. 다들 한번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www.orgyori.com

글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오요리 낳은 ‘오가니제이션 요리’

오요리 낳은 ‘오거니제이션 요리’

청소년·이주여성에 ‘착한 일자리’

‘하자’서 만든 ‘사회적 기업’
카페·케이터링 매출 급성장

오가니제이션요리는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하자’에서 만든 사회적기업이다. 이는 원래 ‘하자’가 요리를 좋아하는 청소년들의 공동체 식당을 염두에 두고 만든 요리 워크숍 프로그램 이름이었다. 모델은 학교급식 개혁 운동으로 유명한 영국의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만든 레스토랑 피프틴(fifteen). 그는 급식 개혁 운동과 함께 교도소에 다녀온 적이 있는 청소년이나 탈학교 아이 등 불우 청소년 15명에게 요리를 가르쳐 새로운 인생을 찾아주기도 했다. 피프틴은 그의 ‘제자’들이 만든 레스토랑 이름이다. 뒤에 다른 나라에 체인이 생길 정도로 유명해졌다.

‘하자’도 ‘피프틴’과 같은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요리조리’ 사는 삶을 좋아했지만 자라면서 관심사가 다양해졌고, 배움을 위해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셰프를 길러내기가 쉽지 않았다. 오가니제이션 요리는 청소년의 워크숍은 지속하되 한국 남성과 결혼해 살고 있는 이주여성들에 눈을 돌렸다.

처음 시작한 일은 ‘하자’의 구내식당 ‘하모니’ 운영과 이주여성들을 바리스타로 양성하는 카페 ‘그래서’의 창업이었다.

여성 가장과 이주여성들이 함께 운영하는 ‘하모니’는 ‘오요리’의 모태가 됐다.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 안전한 식단, 신선한 재료를 풍부하게 사용하는 정직한 식당, 음식물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친환경 식당이라는 오요리의 철학은 그때 정립됐다.

구내식당 운영과 함께 오가니제이션요리는 이주여성을 위한 요리 워크숍을 시작했고, 그를 바탕으로 케이터링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케이터링은 올해 들어 월 매출 3천만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오가니제이션요리를 만든 초기 목적, ‘피프틴’ 창업을 위한 일도 시작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지난 3월 수업을 시작한 ‘영셰프’ 과정에는 12명의 청소년들이 지금 또다른 오요리를 만들 꿈을 꾸고 있다.

한영미 대표는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모두 행복한 오가니제이션요리의 꿈은 빠른 속도로 숙성되고 있다”며 “올해 안으로 자립 경영을 이뤄 내년부터는 이주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또다른 고민을 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복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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