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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19 18:04 수정 : 2010.05.23 13:31

요리사 장조르주

[매거진 esc]
13부작 한식 다큐 제작 위해 방한한 세계적 요리사 장조르주





프랑스의 권위 있는 맛집가이드 책인 ‘미슐랭 가이드’ 별점 3개(최고 맛집)를 받은 식당을 평생에 한번이라도 가 볼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지난해 기준으로 파리에 10곳, 뉴욕에 5곳, 도쿄에 11곳 등 전세계 85곳뿐인 이들 식당을 짧게는 한두달 전에 예약을 하거나 심지어 1년 전에 예약을 해도 가기 어렵다. 뉴욕의 ‘장 조지’ 역시 그런 곳이다.

‘장 조지’의 오너셰프인 프랑스 출신의 장조르주 봉게리히텐(54·사진)은 프랑스의 전설적인 요리사 폴 보퀴스 등을 사사한 뒤 젊은 시절을 방콕·홍콩 등 아시아에서 보내고 뉴욕에 입성해 ‘동서양 퓨전 요리’로 뉴요커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스타 요리사다. 1997년 미슐랭 가이드 별점 3개를 받은 뒤 뉴욕에만 ‘장 조지’ ‘조조’ ‘스파이스 마켓’ 등 9곳, 파리와 상하이 등 전세계에 15곳의 식당을 둔 ‘요식업 재벌’이기도 하다.

맛 칼럼니스트 예종석씨는 “요리뿐 아니라 인테리어에서도 완벽을 추구하는 천재 요리사이자 혁신적인 푸드 스타일리스트이며 뛰어난 식당경영자”라고 평가했다. 전세계 유명 식당을 섭렵한 책 <세계의 별을 맛보다>의 저자 안휴씨는 “동서양의 식재료를 프랑스 요리에 녹여 넣었는데 그걸 20년 전에 했으니 그야말로 요리업계의 개척자”라고 말했다.

‘한식 세계화’가 현재 화두인 지금, 장조르주가 13부작 한식 다큐멘터리 ‘스톱 앤 밥 코리아’(Stop and Bap Korea·가제)를 찍겠다고 한국을 처음으로 공식방문한 지난 12일, 기자회견장은 60여명의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기자들의 질문 세례에 시종일관 미소를 띠며 응대한 장조르주는 <한겨레>의 추가적인 서면 인터뷰에도 친절한 답변을 보내왔다.

갑자기 왜 한식 다큐인가?

장조르주가 한식과 인연을 맺게 된 걸 설명하자면 우선 그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장조르주가 99년 첫눈에 반해 6년 열애 끝에 결혼한 부인 마르자(34·한국명 말자)는 한국계 입양아 출신이다. 주한미군과 한국 여성 사이에 태어난 마르자는 3살 때 고아원을 통해 미국 가정에 입양됐다. 20대에 생모와 해후한 마르자는 그때부터 한식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엄마와 처음 만나던 날 먹었던 게 국수였어요. 영혼이 따뜻해지고 한국과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후로 집에서 김치도 직접 담가 먹어요. 그런데 아직은 만들 때마다 김치 맛이 달라요. 하지만 육개장과 매운탕은 잘 만들어요.” 이들 부부는 한달에 4~5번 우래옥 등 뉴욕의 한식당을 찾는 것으로 유명할 뿐 아니라, 지난해 9월 유엔 세계정상회의 당시 열린 한식세계화 행사장을 직접 찾아 ‘파전’ 등의 요리를 직접 만든 걸로 미국 언론을 장식하기도 했다. 이걸 계기로 음식 다큐를 전문적으로 찍는 프로덕션 ‘프라페’가 이들 부부를 주연으로 한식 다큐멘터리를 기획했고 이는 내년 1월부터 미국 공영 피비에스(PBS)에서 전파를 타기로 결정됐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자마자 서울 남대문시장의 갈치집을 들른 것을 시작으로 두레·용수산·산촌 등 이름난 한식당을 방문한 이들 부부는 식당에서 음식을 맛보는 건 기본이고 요리를 직접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노량진 수산시장과 약재전문인 경동시장도 들러보고, 제주도에선 직접 장을 봐 토속음식을 만들어봤다. 춘천에선 막국수, 안동에선 안동소주, 초당에선 순두부를 경험했다. 미국으로 돌아가선 자신의 집과 식당에서 여기서 배운 한식을 만들어본 뒤 가을에 다시 방한해 전주 등지에서 김치 등 발효음식을 집중적으로 배울 예정이란다.

다큐의 13개 편이 각각 다룰 주제는 ‘김치’ ‘국수’ ‘채식’ ‘사찰음식’ ‘길거리 음식’ ‘국과 찌개’ 등이다.


왼쪽부터 국수, 길거리 음식의 대표주자 순대와 떡볶이, 한국의 대표음식 김치.
장조르주에게 한식이란?

“한식 중 김치찌개를 가장 좋아한다”는 장조르주는 한식의 매력으로 “소화가 잘될 뿐 아니라 지방이 적어 살이 찌지 않는 영양적인 균형식”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한국인 ‘사위’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며 “아직은 내 식당에 한식을 응용한 메뉴가 없지만, 앞으로 연구해서 한국맛을 조합한 메뉴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식의 세계화에 있어서 한식을 전통적인 방식 그대로 내놓을 것이냐, 외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해 내놓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80년대 초반 처음 타이에 갔을 때 타이 음식에 감동받았다. 하지만 미국에 돌아와 타이 식당을 가보니 타이 음식들은 그 맛이 아니었다. 다양한 타이의 향신료를 전부 설탕으로 대체해 모든 음식이 달달한 맛으로 변형돼 있었다. 그게 타이 음식이 미국에서 실패한 이유였다. 스시가 미국에서 성공한 이유는 전통을 지켰기 때문이다. 한국 음식도 마찬가지다. 혹시 똑같은 식재료를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요리법은 똑같아야 한다.”

장조르주의 성공비결은?

요리에 대한 영감을 “여행을 하며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것”에서 얻는다는 그는 이번 한국 방문에서 맛본 음식들도 큰 영감을 주었다고 말했다.

재작년 발생한 금융위기로 세계적으로 요식업계가 위기를 겪었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 식당의 가격은 합리적인데 특히 점심식사 가격이 부담이 없다. 그래서 그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식당은 점심때 20달러대의 세트메뉴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성공비결로 “열심히 일하고 신나게 놀고 결혼을 잘한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경쟁자로 “현재로선 아내 마르자”라고 말했다. “지금은 아내가 나보다 한식을 더 잘 만들기 때문에 이번 다큐멘터리 제작이 끝날 즈음에 내가 그녀와 실력이 동등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글 김아리 기자 ari@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한국을 사랑한 미슐랭 3스타들

장조르주 외에 한국과 인연을 맺은 미슐랭 가이드 3스타 요리사는 누가 있을까?


피에르 가녜르
가장 한국과 인연이 깊은 요리사는 단연 2008년 국내에 자신의 이름을 건 레스토랑을 연 피에르 가녜르(오른쪽)다. 2001년부터 여러차례 미슐랭 3스타로 선정됐으며 2008년엔 프랑스의 <르 피가로>가 미슐랭 스타 셰프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최고의 조리사’로 선정된 바 있는 그는, 과학적 분석을 통한 독창적인 요리와 뛰어난 예술적 감각으로 ‘요리계의 피카소’로 불린다. 다만, 롯데호텔 서울 신관 35층에 문을 연 프랑스 음식점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은 최소 10만원에 이르는 가격 때문에 일반인들의 접근이 쉽지 않았는데 오는 24일부터는 5만원대 코스요리도 새롭게 내놓을 예정이란다.

한편 피에르 가녜르는 지난해 10월 국외 정상급 셰프들이 한식 재료를 가지고 개발한 메뉴를 선보인 ‘월드 마스터 코리안 테이블’에도 참여해 한식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서울시와 농림수산식품부가 공동 주최한 이 행사엔 미국 레스토랑으로는 최초로 미슐랭 가이드 별점 3개를 받은 ‘프렌치 론드리’의 수석셰프인 재미동포 코리 리(왼쪽)도 참여했다.

코리 리
프랑스 요리에 동양적인 미각을 도입한 그는 식재료의 과감한 조합, 예술적인 색감 등으로 ‘요리계의 마술사’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한 그는 최근 서울시 홍보대사까지 맡아 한식 세계화의 전도사로 나섰다.

지난해 미슐랭 별점 3개를 받은 일식의 대가도 한국 방문을 앞두고 있다. 국외 방문은 처음이라는 이시가와 히데키는 오는 29~3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일식당 스시조에서 그의 요리 세계를 펼쳐 보일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는 미슐랭 1스타인 이마다 요스케도 동행할 예정이다. ‘이시가와&큐베이 오너 셰프 초청 갈라디너’라고 이름지어진 이번 행사의 식사비용은 27만원(세금·봉사료 별도)부터다. 예약·문의 (02) 317-0373.

글 김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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