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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지방 출신인 제가 서울에 첫발을 디딘 건 고등학교 2학년 때 서울에 친척이 있는 친구를 따라 구경을 왔을 때였습니다. 그 친척분께선 저희를 어여삐 여겨 유명 호텔의 스카이라운지에서 밥을 사주었는데 그때 옆 테이블에 당시 가장 잘나가던 탤런트 박상원씨가 앉아 있었습니다. 서울에 오면 연예인들을 그렇게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다시 연예인을 만나기까진 무려 15년이 걸렸습니다. 그건 바로 기자 생활 6년 만에 영화 <라디오 스타> 홍보차 한겨레 영화담당 기자를 만나러 온 박중훈씨를 얼떨결에 옆에 있다 만나게 된 것이었습니다. 언론사와 연예인의 관계가 ‘갑’과 ‘을’의 관계였던 ‘호시절’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티브이 채널이 수십 가지에 이르고 인터넷언론도 무한증식하는 시대에 연예인들이 ‘권력’이 된 지 오래입니다. 스타들은 영화 홍보 목적이 아니고서야 인터뷰를 일단 거부하고 인터뷰를 한다고 해도 ‘해서는 안 되는 질문’ 등의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esc가 3돌을 맞아 패기 있게 준비한 인터뷰 코너 ‘김어준이 만난 여자’도 그래서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습니다. 다행히 ‘칸의 여왕’께서 첫 인터뷰를 장식해주시긴 했지만 이 하나의 인터뷰가 완성되기 위해 한달간 소쩍새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이외에도 새로운 칼럼들이 많이 시작됩니다.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사과는 잘해요> 등으로 재기발랄한 입담을 과시한 소설가 이기호씨가 ‘독고다이 상담실’을 운영합니다. <심여사는 킬러>라는 코믹잔혹 소설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신예 소설가 강지영씨는 ‘스트레인지 러브’라는 문패 아래 주변의 개성 강한 실존 인물들의 재미있는 사연을 전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남기자 T의 ‘마흔 전야 사춘기’는 30대 후반 남성들의 심란하고 내밀한 심리를 대변할 것입니다. 3년간 인기리에 진행된 티브이 대담 ‘너 어제 그거 봤어?’ 코너는 참여 대담자를 늘리고 대담 방식도 ‘찬반’으로 나눠 진행할 예정입니다. 김아리 〈esc〉 팀장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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