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5.24 19:59
수정 : 2010.05.25 18:22
[건강한 세상]
요즘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비빔밥이 인기지만 불고기도 그 못지않다. 불고기는 오래전부터 이가 성치 않은 노인부터 달달한 것을 좋아하는 아이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갖은 양념에 재워두었다가 구워 먹는 불고기는 식감이 보들보들하고 고소하다. 달짝지근한 육즙이 불판 아래로 졸졸 흘러내릴 때쯤이면 밥알들이 ‘비벼 줍쇼’ 하고 달려든다.
불고기처럼 고기를 갖은 양념에 재워두었다가 구워 먹는 조리법은 우리나라가 독특하다. 서양에선 와인 등에 담가두기도 하지만 ‘양념에 재워두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고기의 식감과 맛이 다르다.
불고기의 시작은 고구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진(晋)대의 서적 <수신기>에는 고구려인의 음식 ‘맥적’에 대한 기록이 있다. 맥적은 양념에 재운 고기를 나무꼬챙이에 꿰어 구워 먹은 음식이다. 석쇠가 등장하면서 꼬챙이는 사라졌다.
맥적은 고려 때 불교의 영향으로 잠시 사라졌다가 중기 이후 ‘설하멱’(雪下覓), ‘설야멱’(雪夜覓)이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났다. 눈 아래서, 또는 눈 오는 밤에 먹었다는 뜻이다. <해동죽지>(海東竹枝·1925년)에는 “설야멱은 개성부에 예부터 내려오는 명물로서 만드는 법은 쇠갈비나 염통을 기름과 훈채(파, 마늘같이 특이한 냄새가 나는 소채)로 조미하여 굽다가 반쯤 익으면 냉수에 잠깐 담갔다가 센 숯불에 다시 구워 먹는” 음식이라고 했다. 물에 담그는 건 고기가 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탄 고기가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우리 조상들은 예부터 알아챈 것이다. 우리 음식의 옛 조리법을 살펴보면 이처럼 놀랄 때가 많다. 설하멱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불고기로 이어졌다. 너비아니도 맥적과 설하멱에서 그 기원을 찾는다.
불고기처럼 양념을 사용하면서 좀더 오래 먹을 수 있도록 한 장똑또기 요리법을 소개한다. 옛날식 장조림이다. 궁중 쌈 요리의 반찬이었고, 과거시험을 보러 가는 선비들에게는 영양 만점 도시락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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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똑또기
재료: 쇠고기 300g, 잣 1/2작은술. 양념(진간장 3큰술, 후춧가루 1/4작은술, 물 5큰술, 다진 파와 마늘 1작은술, 참기름 약간)
만드는 법: ① 기름기 없는 쇠고기를 고깃결 반대방향으로 가늘게 썰어 놓는다. ② 잣으로 잣가루를 만든다. ③ 양념 중에 간장, 설탕, 후추, 물을 냄비에 담은 후 쇠고기를 넣어 약한 불에 조린다. ④ 국물이 거의 없어질 때까지 조린 나머지를 넣어 다시 조린다. 국물이 없어질 때까지 조린다. 완성되면 그릇에 담고 잣가루를 뿌려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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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요리 이순란 한국음식연구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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