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5.31 19:31
수정 : 2010.05.31 19:31
[건강한 세상]
의학사를 보면 같은 질병에 대해서도 치료방법이 달라지는 경우가 흔히 있다. 소아에게서 종종 볼 수 있는 방광요관역류 치료법의 변천사도 그 좋은 예이다. 콩팥에서 요관을 거쳐 방광으로 내려온 소변은 요관을 거슬러 올라갈 수 없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해부학적이나 기능적 이상으로 방광에서 요관으로 소변이 거꾸로 이동하는 것을 방광요관역류라고 한다. 요로감염이 있는 아이들의 30~50%에서 역류가 발견되지만 자라면서 호전되는 경우가 많아 나이가 들수록 그 비율이 낮아진다. 역류가 요관에 머무는지 신장까지 가는지, 신장 조직에까지 변화를 일으키는지에 따라 등급을 5단계로 나누어 높은 단계에서는 수술 치료를, 낮은 단계에서는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예방적 항생제 치료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방광요관역류가 있으면 방광에 세균감염이 발생할 경우 신장까지 전파될 가능성이 크고, 신장 조직 손상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기까지는 수술적으로 역류를 교정하는 것을 치료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다양한 수술법이 개발되었고, 성공률이나 합병증에 관한 논문들이 많이 발표되었다. 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수술 치료와 예방적 항생제 치료를 비교하는 연구가 진행되었고, 수술이 약물 치료보다 나은 점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 결과 90년대에는 수술적 교정에서 요로감염 예방으로 치료 목표가 재설정되어 예방적 항생제가 더욱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그러나 항생제 치료 중에도 요로감염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고, 장기간 항생제를 사용함으로써 감염의 주된 원인인 대장균이 치료제에 저항성을 가지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과연 언제까지 항생제를 먹여야 하는가’라는 문제도 의사들의 고민이었다. 그런데 2006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예방적 항생제 치료군과 비치료군에서 하부요로감염의 빈도 차이가 없었다. 상부요로감염이나 신손상 발생은 오히려 항생제 사용군에서 높았고 항생제 저항 때문으로 평가되었다. 2008년에 발표된 2개의 연구에서도 예방적 항생제가 요로감염, 신우신염, 신손상의 예방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논쟁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미국에서는 6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2년간의 추적관찰 연구가 진행중이다.
수술적 치료와 예방적 항생제 치료 모두 효과가 없다면 역류를 조기진단해서 적극 치료해야 한다는 기존 패러다임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방광요관역류가 요로감염과 신손상의 원인이기보다는 위험인자 중 하나이므로 모든 환자에게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안적 치료법으로 방광 내의 요관 입구 주위에 팽창물질을 주입해 역류를 막는 내시경적 주입술이 새로 도입되었지만, 사용물질의 안전성이나 장기적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부족한 상태이다.
원래 소변은 무균상태이다. 하부요로감염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방광에서 소변이 조금 역류한다 해도 신우신염 등의 상부요로감염과 신손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 가벼운 정도의 역류라면 면역력을 튼튼히 하고, 위생에 신경을 쓰는 것으로 충분할 수도 있다. 어떤 치료법이든 절대적인 것은 없다. ‘이것이 정말 최선의 치료법인가’에 대해서는 의료인뿐만 아니라 환자나 보호자들도 항상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윤영주(부산대 한방병원 교수/의사·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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