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6.02 18:32
수정 : 2010.06.0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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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베네치아(베니스)영화제에서 은곰상까지 받은 스페인 영화의 거장 비가스 루나의 <하몽 하몽>. 사실 한국인이 보기엔 대략 난감한 줄거리입니다. 남자 주인공은 오전에 사랑하는 여자를 찾아가 결혼을 약속하더니 밤에는 이 여자의 엄마를 찾아가 치근덕거립니다. 이 여자의 엄마 역시 이 남자가 자신의 예비사위라는 걸 알면서도 진한 관계를 갖습니다. 이 남자의 엄마는 장차 며느리가 될 여자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이 여자에게 남자 하나를 붙입니다. 여자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게 해서 자신의 아들한테서 떨어져 나가게 할 심산입니다. 하지만 정작 이 남자와 바람이 난 건 이 엄마입니다. 이 영화에는 총 3명의 여자와 총 3명의 남자가 나오는데 이들은 전부 다 성적으로 얽혀, 한마디로 예비사위와 예비장모도 뒹굴고 예비며느리와 예비시아버지까지 뒹구는 형국입니다. 영화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는 남녀간의 애절한 멜로물로 시작하더니 아연실색 막장 에로물을 거쳐 갑자기 어이없는 살인극으로 끝납니다.
“이게 왜 거장의 작품이냐”고 전직 영화담당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기자의 대답이 가관입니다. “스페인 영화 원래 그래. 부모랑 자식이랑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돼. 그런데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을 봐봐. 거기엔 친엄마가 아들에게 결혼하자고 죽도록 달려들어. 그러고도 ‘세기의 걸작’이라고 평가받잖아. 인류는 역사 대대로 막장 드라마를 사랑해온 거야.”
<하몽 하몽>이 막장 드라마인지는 차치하고, 돼지다리를 소금에 절인 스페인 음식 ‘하몬’은 요즘 캐비아·푸아그라와 함께 세계 미식가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스페인 여행 붐이 불면서 한국에서도 그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번주 요리면은 스페인 출신 하몬 마에스트로의 입을 통해 여러분을 돼지다리의 세계로 안내할 것입니다.
김아리 〈esc〉 팀장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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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esc(5월27일치) 2면 ‘꽃 한송이를 위한 대자연의 교향악’ 기사 사진설명 중 3번과 4번이 기자 실수로 뒤바뀌었습니다. ‘3번 양치식물 관중’, ‘4번 벌깨덩굴’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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