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6.02 18:36
수정 : 2010.06.0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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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작 예스의 〈릴레이어〉 음반 커버 원화(대림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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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6일까지 대림미술관서 회고전
엘피에서 시디로 바뀌면서 사라진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가 음반 재킷 디자인이다. 엘피 재킷은 커버는 물론 안에도 다양한 이미지들이 들어가 음악을 듣는 것 못지않게 음반 자체를 ‘보는 맛’을 제공했다. 클래식의 경우 유명한 고전 회화들이 재킷을 장식한 것들이 많았고, 팝 음악에서는 유명 디자이너나 화가들이 재킷을 화폭 삼아 새롭고 독창적인 이미지를 선보이곤 했다. 하지만 크기가 훨씬 작아진 시디에서는 재킷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하면서 미술과 음악이 행복하게 만나던 이런 공감각적인 매력이 사라진 것이야말로 엘피 애호가들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부분이다. 다시 시디에서 엠피3 같은 파일로 음악 저장 매체가 바뀌면서 이제는 아예 이미지 자체가 불필요해져버렸다.
6일까지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회 ‘로저 딘 회고전’은 엘피 시절 팝 음반 재킷 디자인 최고의 유명 작가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로저 딘은 70~80년대 예스, 유라이어 힙, 롤링 스톤스, 오시비사 등 세계적 밴드들의 음반 재킷을 그린 영국 최고의 ‘커버 아트’ 스타 작가다. 특유의 환상적인 분위기로 초현실적인 상상의 세계를 표현한 그의 재킷 커버들은 전세계적으로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일일이 손으로 그린 재킷 원화는 한 점에 30억원에 이를 정도다.
이번 서울 회고전은 그가 디자인한 엘피 재킷과 그 원화는 물론 다양한 회화 작품과 각종 로고 디자인까지 그의 작품 세계 전반을 폭넓게 선보이고 있다. 역시 눈길을 끄는 것은 대표작인 그룹 예스의 음반 <프래자일>과 <예스송스>, 80년대 슈퍼그룹으로 이름을 날린 아시아의 데뷔 음반 <아시아> 등을 장식한 초자연적인 그림들. 어린 시절 영국군 엔지니어였던 아버지를 따라 홍콩, 미국 서부 등 여러 나라에서 살았던 로저 딘은 그때 봤던 다양한 이미지들을 조합해 동서양의 이미지가 어우러지는 신비로운 세계를 만들어냈다. 특히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산봉우리들이 하늘에 떠 있는 풍경을 많이 그렸는데, 영화 <아바타>가 그의 이런 이미지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팬들 사이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되어 현재 소송을 준비중이다.
로저 딘은 80년대 이후에는 게임 디자인 쪽으로 활동 폭을 넓혔다. 닌텐도의 슈퍼 블랙 오닉스를 비롯한 다양한 롤플레잉게임 디자인 작업을 맡았고, 90년대에는 테트리스의 로고를 디자인해 더욱 유명해졌다. 성인 5천원, 학생 3천원, 어린이 2천원. (02)720-0667.
구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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