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6.14 19:23
수정 : 2010.06.14 19:23
[건강한 세상]
아이가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 대부분의 부모는 몹시 당황한다. 우선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혹시 커서도 이러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에 휩싸인다. 물론 연구에 의하면 어릴 때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고 해서 성인기에 공격적인 성격을 보일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
유아가 보이는 공격성의 가장 흔한 이유는 적절한 표현 방법을 찾지 못한 데 있다. 신체적으로는 어느 정도 성장을 해서 혼자서 움직이고 돌아다니는 데 지장을 받지 않는 데 반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자기 의사를 관철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물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말이 가장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그러나 이 무렵 아이들의 언어 수준은 아직 미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마음은 급한데 전달하거나 표현할 수단이 없는 아이들은 몸을 이용해 표현하는데 흔히 공격적인 모습을 띠기 쉽다. 특히 아이의 언어 발달이 늦어지는 경우 공격적인 행동은 아주 흔하게 관찰된다. 말로 못 하는 여러 요구가 행동으로 나오는 것이다.
다음으로 아이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약한 경우에도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어떤 아이들은 다른 사람을 그 사람만의 관심과 욕구가 있는 타인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마치 물건처럼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의 독립적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자신의 욕구에 따라 상대방에게 좀더 쉽게 공격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흔한 이유는 아이가 충동 조절에 약점이 있는 경우다. 자신의 행동이 문제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지만 욕구를 느끼는 상황 속에서는 억제가 안 되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아이들은 세 돌이 안 지난 시점에서는 충동 조절을 잘 해내지 못한다. 그러나 반복적인 제한을 받을 때는 어느 정도의 자제가 가능한데 일부 아이들은 이 과정에서 더 어려움을 겪는다.
마지막으로 가정 내에서 폭력적 장면이 자주 나타나는 경우다. 아이의 형이 아이를 자주 때리거나, 부모가 아이를 때리는 일이 많은 경우 아이는 폭력을 자기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학습한다.
유치원도 들어가기 전의 아이가 자주 친구들을 밀치고 때리는 공격성을 보인다면 위에서 말한 네 가지 이유 중 하나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처방 역시 위에서 말한 이유를 기반으로 해서 계획하는 것이 좋다. 언어적인 발달이 느린 경우 언어 발달을 촉진하도록 하고, 타인과의 공감이 안 되는 경우 우선 부모와의 깊은 애착 관계를 형성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충동 조절에 약점을 보이는 경우 단시간에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렵지만 긍정적인 행동을 보일 때 강화를 하는 방법을 꾸준히 사용하여 조금씩 자제력을 길러줄 수 있다. 폭력적인 환경에 노출되었을 경우 환경의 조정이 가장 중요하다.
반드시 피해야 할 부분은 공격성을 보이는 아이의 버릇을 잡는다고 아이에게 폭력적인 훈육을 가하는 경우다. 어린아이에게 가해지는 공격적인 훈육은 아이의 공격성을 해결하기보다는 더 큰 짐이 된다. 아이의 뇌는 문제를 좀더 높은 수준에서 생각하도록 자라지 않고 즉각적인 반응에 익숙하도록 고정된다. 차라리 시간을 두고 조금씩 원인을 찾아 해결해간다면 이 문제는 해결된다.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원장·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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