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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소년단 윈드서핑 기술위원 박상윤(46)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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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윈드서핑 경력 20년 박상윤씨
“수상스포츠라면 온갖 종목 다 해봤어도, 윈드서핑만큼 황홀한 만족감을 주는 종목은 없습디다.”
한국해양소년단 윈드서핑 기술위원 박상윤(46·사진)씨. 경력 20년이 넘는 윈드서핑 마니아이자 전문강사다. 박씨는 체대를 졸업한 뒤 체육 관련 사업을 해오면서 수상스키·스키·스노보드·골프 등의 운동에 한번씩은 푹 빠졌지만, 결국 윈드서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물론 각자 자기가 즐기는 운동이 최고라고 할 겁니다. 그러나 동력 없는 작은 배를, 자신이 선장이 되어, 자신의 노력으로 조종해 질주하는 쾌감은 다른 종목이 따라올 수 없지요.”
박씨는 윈드서핑에 입문할 때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균형잡기라고 말했다. “초보자들로선 바람이 없는 날 물에서 균형잡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바람을 안고 달려야 안정감이 생기고 균형감각도 나아지지요.” 그가 강사로서 초보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도, 물결에 흔들리는 보드에 서서 몸의 균형감각을 익히도록 하는 것이다. “보드에서 펄쩍 뛰어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하는 게 좋습니다.”
초보자도 제대로 바람을 맞으며 하루이틀 물에서 지내면 어느 정도 균형감각을 익히게 된다고 한다. 한철(3~11월)을 매달리면 나름대로 바람을 이용할 줄 아는 요령이 생긴다. 이때부터 윈드서핑의 재미에 푹 빠져드는 사람이 많다. 빠지면 개인 장비 욕심이 생긴다. 윈드서핑 보드·세일 세트는 200만~500만원 수준. 선수들이 타는 공인정은 700만원대를 웃돈다.
개인 장비를 장만한 이들은 1년에 약 30회 정도 열리는 윈드서핑 대회에 참가하는 등 마니아의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윈드서핑 마니아란 어떤 이들일까. “일하다가도 창밖 나뭇가지가 거세게 흔들리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물로 달려오는 이들”을 말한다. 이쯤 되면 태풍이 부는 날에도 서핑을 하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오른다고 한다.
“숙련자가 되면 거의 눕다시피 한 자세로 보드가 물 위를 떠서 달리게 되지요. 시속 90㎞까지 가능합니다. 체감속도는 비행기 수준이에요.”
전국의 윈드서핑 동호인은 20만명 정도. 이 가운데 마니아급에 속하는 이는 3000~5000명이다. 마니아들은 주로 바람이 센 3~4월과 10~11월에 체온유지용 슈트를 입고 한강 하류나 시화호·제주도 등을 찾아가 윈드서핑을 즐긴다. 겨울엔 동남아 원정을 떠난다.
한강의 경우 중상류에서도 윈드서핑이 가능하지만, 물길이 굽고 산이 막혀 있어 바람이 일직선으로 불지 않으므로 재미가 덜하다고 한다. 그러나 윈드서핑하기 좋은 장소는 당연히 강보다는 바다다. “부력이 좋고 파도를 타면서 훨씬 격렬한 속도감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보자들이 입문하기엔 물살이 잔잔한 강이 알맞다고 했다. “한강만한 수상레포츠 적지도 드뭅니다. 세계적으로 대도시 한복판에 이 정도 기반을 갖춘 수상레포츠 시설 거의 없어요.” 그는 수상레포츠가 좀더 대중화하기 위해선 체험 가격을 낮추고 가족단위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아직도 일부에 남아 있는, 고급 사치성 종목이라는 인식을 없애는 게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 이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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