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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30 19:33 수정 : 2010.07.03 12:15

〈나전미궁〉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초보자들에게 권하는 추리소설

처음 추리소설의 매력에 빠지고 싶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장르의 공식을 철저하게 따르는 작품을 통해서 독특한 스타일에 빠지거나, 경계가 애매하여 다른 장르의 소설로도 얼마든지 읽힐 수 있는 신나는 작품을 택하든가. 대중적으로는 후자가 훨씬 위력적이다.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나이팅게일의 침묵> <제너럴 루주의 개선> <나전미궁>(사진)으로 이어지는 다구치, 시라토리 콤비 시리즈는 추리소설인 동시에 일본 의학계의 모순을 폭로하는 엔터테인먼트 의학소설로서도 손색이 없다. 외과 의사를 하면서 소설가로 데뷔했고, 지금도 병리의로 현장에서 일하는 가이도 다케루는 의학계에 대한 치밀한 묘사와 분석 그리고 신랄한 비판으로 탁월하게 현장감을 살려낸다. 그러면서도 피를 무서워하는 의사 다구치와 냉혈한처럼 보이는 후생성 직원 시라토리라는, 만화적이지만 지극히 매력적인 캐릭터 덕분에 낄낄거리면서 볼 수 있다.

미야베 미유키가 편집한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은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의 거장 마쓰모토 세이초의 1000여편의 단편 중 정수를 모은 단편집이다. 아쿠타가와 수상 작가이기도 한 마쓰모토 세이초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심오한 이해와 대상에 대한 폭넓은 취재와 분석으로 추리소설을 한 단계 올려놓은 작가다. 트릭만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 있는, 인간의 내면을 깊숙하게 들여다보는 추리소설을 창조한 것이다. 홈스와 뤼팽 이외에 추리소설의 고전을 보고 싶다면 반드시 이 컬렉션을 보아야만 한다. 이야기, 캐릭터, 문장 어느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때로 액션은 추리소설에서도 중요한 구실을 한다. 범죄 자체가 일종의 액션이기도 하고. 정리해고당한 후 작가가 된 리 차일드는 남자의 로망을 소설로 만들었다. 아무것도 없이, 자유롭게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전직 군인, 터프하고 고독한 원 맨 히어로 잭 리처. <추적자>와 <탈주자> 그리고 <원 샷>으로 이어지는 잭 리처 시리즈는 추리소설이면서 액션, 모험 소설로서도 흥미롭게 읽힌다. 몸으로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것도, 머리싸움 못지않게 흥미롭다는 것을 잭 리처 시리즈를 통해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잭 리처 시리즈가 성년 남자의 판타지라면, 이시다 이라의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시리즈는 방황하는 청춘의 이정표가 될 만한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다. 번화가이면서도 약간 촌스럽고 지저분한 느낌의 이케부쿠로에서 과일가게를 하는 어머니를 도우면서, 틈틈이 탐정 일도 하고 칼럼도 쓰는 19살의 마코토에게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린 중단편 연작. 소년 갱단, 은둔형 외톨이, 폭주족, 노숙자, 원조교제 여고생, 야쿠자 보스의 딸 등등 꽤 특이하지만 우리의 현실에 분명하게 존재하는 잔혹한 사건들이, 하나둘 마코토에게 다가온다. 전통적인 추리소설로는 잘 안 보이겠지만, 일본에서는 대표적인 하드보일드 소설로 평가된다. 냉정하게, 그러나 결코 눈을 돌리지 않고 이 세계의 어둠과 분노, 절망을 그대로 지켜보는 소설인 것이다.

김봉석/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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