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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05 20:22 수정 : 2010.07.06 11:24

[건강한 세상] 한국희망재단 이철순 상임이사
여성노동운동하다 제3세계 돕기
현지 단체와 손잡고 ‘눈높이 지원’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가 재산의 절반을 사회를 위해 기부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사재를 털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대기업 오너는 거의 없다. 여전히 어려운 사람이 동병상련의 정으로 나누는 경우가 많다.

나눔 운동도 비슷하다. 한국희망재단을 이끄는 이철순(57·사진 맨 오른쪽) 상임이사는 스물한 살 때 청년 전태일의 분신 소식을 듣고 노동운동에 뛰어든 뒤 평생 여성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일한 여성노동운동가다. 가난한 여성노동자의 곁에서 그들의 가난과 어려움을 늘 함께 나눴던 그가 지금은 제3세계의 극빈층을 돕는 일로 또다른 운동가의 삶을 살고 있다.

그가 이끄는 한국희망재단은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여느 국제 구호사업 단체들과 조금 다르게 활동한다. 먼저, 종교와 무관하다. 그는 “아시아는 종교가 매우 다양하고 주민들의 믿음도 깊다”며 “종교적 색채 없이 사업을 펴는 데 대해 해당 지역 주민들이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호 사업의 ‘큰손’인 종교를 배경으로 하지 않아서 그런지 한국희망재단은 설립 5년째인 현재 후원회원이 70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단체다.

또다른 점은 현지에 지부를 만들거나 활동가를 파견하는 대신 현지 단체와 손을 잡고 그 단체가 지역 주민의 눈높이에서 연구하고 찾아낸 프로그램을 지원한다는 것. 필리핀 세부 지역에서 사마(SAMA: Stop abuse of minor’s association)와 함께 진행하는 빈곤 청소년 교육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2007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해마다 40명의 아이에게 고교 졸업 때까지 필요한 비용 일체를 대준다. 학생 한 명당 1년에 22만원이 든다. 불요불급해 보이지 않는 교육 사업에 꽤 ‘큰돈’을 들이는 이유는 사마에서 “자녀가 학교에 다니면 가족 전체가 희망을 갖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교복과 학용품은 물론 점심값까지 지원한다. 이 또한 사마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실제 자녀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자 지역자립을 위한 주민교육 프로그램도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짐바브웨의 도서관 지원 사업도 비슷하다. 에이즈 문제 때문에 국제적으로 알려진 이 나라는 외국의 지원으로 식량 확보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지만 도서관과 책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원을 요청해 왔다. 한국희망재단은 주민들과 함께 도서관 짓기 운동을 펴는 아프리카책개발기구(ADBO)를 통해 해마다 12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인도 불가촉천민에게 소나 염소 사주기와 우물 파주기, 페루의 물 저장소 건설 등도 모두 현지 단체의 요청에 따른 사업이다.

특히 방글라데시의 빈민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초등교육 지원 사업은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로부터 한 해에 9천만~1억1천만원을 지원받는 대형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140개 학교를 지었고 280명의 교사를 채용했다. 일자리 창출까지 한 셈이다.

당연히 협력 단체 선정은 매우 까다롭게 한다. 홍콩에 본부를 둔 아시아여성위원회에서 일한 이 이사의 경험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1988년부터 6년 동안 그곳에서 일하면서 아시아의 가난한 이웃, 특히 여성들의 참혹한 현실을 접하고 언젠가 그들을 돕는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다짐은 10년 뒤에 싹이 텄다. 강경희 여성재단 사무총장과 이상준 한국희망재단 초대 사무국장 등 국제 활동을 함께했던 후배들과 함께 뜻있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 한국희망재단을 만든 것이다. 2005년이다. 10년 전의 다짐이 씨가 됐을까, 그가 “얼떨결에 책임을 떠맡게 됐다.”

동·서남 아시아와 남미 페루, 아프리카 짐바브웨 등 8개국에 ‘희망’을 심고 있지만 정작 한국희망재단은 사업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달 계좌이체로 들어오는 600만~700만원의 후원금으로는 지금 진행중인 사업비에 쓰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모자라는 사업비는 독지가의 도움으로 마련한다. “놀랍게도 사업에 필요한 만큼의 후원금이 목돈으로 들어와요.” 다른 이를 도와 복을 지음으로써 어려운 회사가 회생할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1천만원을 선뜻 기부한 중소기업인들이나 야학이나 노동운동을 함께한 인연으로 몇백만원씩 모아주는 후배들이 한국희망재단의 ‘희망’이다.


“한국전쟁 뒤에 우리는 외국의 도움으로 어려운 시기를 넘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도와야 할 때입니다.”
www.hope365.org, (02)365-4673.

글·사진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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