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7.07 18:14
수정 : 2010.07.10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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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코란 읽는 독일팀 ‘샛별’ 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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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여자친구까지 개종시킨 독실한 무슬림 메수트 외질
2010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해 선전한 독일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멀티컬처’(multiculture)에서 첫글자를 딴 ‘엠(M) 세대’라고 불린다. 다양한 배경과 성장과정을 가진 선수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그 어느 나라보다 인종에 대한 순수성에 집착하는 독일에서 폴란드·터키·가나 등 서로 다른 출신의 젊은 선수들이 독일 국기를 가슴에 달고 뛴다. 그만큼 독일은 달라졌고, 그만큼 독일 국가대표팀은 강해졌다. 터키계 독일인 3세인 메수트 외질은 달라진 독일 국가대표팀의 상징이다. 독일 국가대표로 두번째 출전한 가나전(6월24일) 시원한 중거리슛으로 독일팀 승리를 이끌며 자신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다. 22살의 젊은피라는 점에서 바르셀로나, 유벤투스 등 세계 명문구단이 영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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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년 축구팀 시절의 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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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질은 1988년 독일 서부 겔젠키르헨에서 터키 북부 출신의 이주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보스니아, 레바논, 터키 등 자신과 비슷한 여러 나라의 이민자 아이들과 함께 놀면서 자라난 외질은 어린 시절 축구에 대한 재능을 발견했다. 7살이던 1995년 겔젠키르헨 지역 청소년 클럽에서 본격적인 축구를 시작했고, 이 지역 여러 청소년 클럽을 돌며 10대를 보냈다. 2005년 샬케04의 청소년 축구팀에 들어가 두각을 나타냈고 2008년부터 베르더 브레멘 구단으로 옮겨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다. 청소년 대표팀에서는 2006년부터, 국가대표팀에서는 2009년부터 선수로 뛰었다. 다시 말해, 외질은 국가대표팀 일원이 된 지 1년 반 만에 국가대표팀의 주요 선수로 자리잡았다는 얘기다. 터키 국민 99%가 이슬람 신자인 만큼 외질 역시 독실한 이슬람 신자다. “축구 경기 전에는 꼭 코란을 읽어요. 힘이 되죠. 코란을 읽지 않으면 경기를 하는 내내 불길한 기분이 들어요.” 종교는 그에게 힘이다. 힘든 점도 있다. 이슬람력으로 아홉번째 달을 말하는 라마단 기간 동안 금식을 하는 건 이슬람교의 철저한 규범이다. 해가 뜨는 순간부터 해가 질 때까지 음식·음료 등이 금지되는데, 몸으로 움직이는 축구선수에게 이 규범을 지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종교적 신념 때문에 어길 수도 없다. 외질 역시 이 부분에 있어서는 힘들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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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영국과의 경기에서 존 테리를 제치고 공을 쫓아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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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드컵에서 그의 독일 여권이 위조됐다는 논란이 있었다. 히딩크 감독의 말이 잘못 전해진 것으로 결론나면서 해프닝으로 일단락지어졌지만, 논란이 있었다는 건 그만큼 그의 국적이 얘깃거리라는 뜻이다. 외질은 터키 대표팀을 선택하는 다른 터키계 독일인들과는 다른 선택을 했다. 독일 내에서 터키인들이 받는 처우를 거론하며 그의 선택을 비난하는 이들도 있지만, 지금 독일에 살고 있는 젊은 터키계 독일인들에게 외질은 우상이다. 독일에서 나고 자라면서 다른 독일인들과 같은 문화권에서 같은 교육을 받고 자란 이들에게 외질의 선택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들은 월드컵 기간 내내 외질의 이름이 쓰여진 응원복을 입고 독일을 응원했고, 터키인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독일 국기가 창문에 걸려 있었다.
그렇다고 외질을 터키계와 이슬람이라는 무거운 틀에만 가둬놓을 필요는 없다. 그는 22살 또래와 비슷한, 아니 그들보다는 조금 더 열정적인 ‘보통 남자’다. 철없던 어린 시절 앞머리만 노랗게 염색한 사진이 아직도 남아 있고, 힙합 음악을 좋아해 최근에는 월드컵에서 승리할 거라는 내용의 랩을 직접 녹음해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금 그의 연인은 독일의 여가수 사라 코너의 여동생인 안나 마리아다. 핀란드 축구선수 페카 라게르블롬과 결혼하고 지난해 이혼한 안나 마리아는 외질의 신념에 따라 지난달 이슬람으로 개종했다고 알려졌다.
글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참고자료 <포포투>, 위키피디아, <가디언>, <텔레그라프>, 외질 공식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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