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7.12 20:06
수정 : 2010.07.12 20:06
[건강한 세상]
어린이집에 다니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큰 변화다. 어린이집은 우선 낯선 곳이고 자기 맘대로 할 수 없으며 다른 친구나 선생님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 아이들 처지에서는 왜 자신이 이런 새롭고 어려운 상황에 놓였는지 알 길이 없다. 실제로 아이들 중 절반 이상이 어린이집에 들어가면서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물론 많은 아이들은 비록 스트레스를 받기는 하지만 견뎌낸다. 게다가 대부분의 아이는 새로운 환경에 흥미를 갖는다. 힘은 들지만 재미를 느끼며 참여하고 결국 적응해 가는 것이다. 하지만 적응에 성공했다고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어린이집 적응이 어려운 아이들은 여러 원인이 있다. 첫째, 너무나 일찍 어린이집에 보낸 경우다. 나이가 어리거나, 나이에 비해 발달이 느린 아이라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비록 나이는 되었다고 해도 실질적인 능력은 떨어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둘째, 기질적으로 적응에 시간이 걸리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 열에 두 명은 다소 까다로운 기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셋째로 불안한 아이들이다. 불안한 아이 중 상당수는 엄마와의 애착 형성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 아이들은 엄마와 잠시 떨어지면 엄마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과도한 걱정에 사로잡혀 어린이집에 가는 것을 거부하곤 한다.
그러면 어린이집에 가지 않으려고 버티는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아직 어린이집에 적응하기에는 발달이 느린 아이라면 좀더 시간을 둔 후에 다시 시도하는 편이 낫다. 적어도 다섯 살까지는 아이가 어린이집 가는 것을 싫어하고, 부모가 보내지 않아도 될 여건이라면 집에서 키우는 것이 좋다. 사회성이 걱정된다면 문화센터나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놀이터에서 자연스럽게 또래와 어울리게 해주면 충분하다.
아이가 적응에 시간이 걸리거나 불안이 심해 안 가려는 경우에는 아이의 불안한 마음을 인정하고 받아주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아이의 행동은 잘못될 수 있지만 아이의 감정 그 자체는 언제나 옳다. 불안한 마음, 화나는 마음, 속상한 마음을 엄마가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어린이집 역시 좋고 즐거울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해주어야 한다. 조금씩 노력하자고 격려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어린이집에는 가야 한다는 것을 식구 모두가 일관되게 분명히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아빠,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똑같은 태도로 이야기할 때 문제 해결이 빠르다.
구체적으로 아이를 돕는 방법으로 여건이 된다면 어린이집에 함께 등원하는 것도 좋다. 처음에는 교실에도 같이 있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1~2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점차로 빠져나와 밖에서 있다 그다음에는 등하원 길만 같이하는 식으로 아이 혼자 하는 시간을 서서히 늘려나가는 것이다. 어린이집에 가지 않으려 하는 아이 중 상당수는 엄마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인내심이다. 아이는 엄마를 괴롭히기 위해, 또는 집에서 편하게 놀기 위해 어린이집에 가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다. 어른이 보기에는 비현실적이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심한 불안감에 휩싸여 못 가고 있는 것이다. 인내심을 갖고 아이의 어려움을 함께하려 할 때 아이의 불안감은 줄어들고 마침내 자연스럽게 어린이집에 갈 수 있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서울신경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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