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7.14 17:20 수정 : 2010.07.17 11:06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100년 역사 지닌 ‘캘거리 스탬피드 페스티벌’ 참관기

온 거리에 카우보이들이 가득하다. 청년도 할아버지도 아가씨도 아줌마도 아이들도 넓은 챙을 날렵하게 말아올린 카우보이모자를 썼다. 일부는 긴 장화에 멋진 조끼까지 걸쳤다. 카우보이 옷차림으로 차를 몰고 자전거 타고 식사하고 차와 맥주를 마신다. 모두 유쾌한 표정으로 “이야후(Yahoo!)”를 연발한다. 카우보이들의 축제인 ‘캘거리 스탬피드 페스티벌’ 개막일인 지난 9일 캘거리 거리 표정이다.

캐나다 캘거리 스탬피드는 1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녔다. 1912년 카우보이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펼친 ‘와일드 웨스트 쇼’가 기원이다. 스탬피드는 ‘소떼 등 동물들이 우르르 몰린다’는 뜻. 각지에서 일년 내내 목장일에 매달려온 카우보이들은 7월 초가 되면 캘거리로 우르르 몰린다. 모여서 열흘 동안 거친 소와 말을 다루고, 먼지를 일으키며 역마차를 타고 질주하는 경기를 펼친다. 캐나다 카우보이들 말고도 미국이나 멀리 호주 등에서도 선별된 카우보이들이 참가한다고 한다.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며 상금까지 챙길 수 있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들뜨는 이들은 카우보이만이 아니다. 거의 전 시민이 한마음으로 떠들썩한 축제를 즐긴다. 인종·민족·출신지를 가리지 않고 참가한다. 개막 퍼레이드 직전 거리에서 만난 교포 전재홍(40)씨와 딸 건지(8)양은 얼굴에 인디언식 색칠을 하고 있었다. “스탬피드는 동서양인 가리지 않고 한마음으로 즐기는 축제가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축제 기간엔 아예 카우보이 복장을 하고 출근하는 이들이 많다. 경기장엔 카우보이 모자를 쓰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다. 아침 8시30분부터 시작되는 개막일 퍼레이드를 지켜보기 위해, 행렬이 지나는 9번가와 6번가는 전날 밤부터 자리다툼이 치열해진다. 시에서 설치한 계단식 관람대 말고도, 전날 밤부터 개인 의자를 갖다놓고 침낭에서 밤을 새우는 이들도 있다.

캘거리방송이 생중계하는 퍼레이드엔 말 750여마리와 시민 3500여명이 참가했다. 캘거리 관광청 축제담당자는 “퍼레이드가 끝나면 말의 배설물만 2t가량이 수거된다”고 귀띔했다. 전 대회 우승자들, 미인대회 여왕 등 각 분야 시민들과 각국 이주민들, 다섯 인디언 부족들이 저마다 전통 옷차림을 하고 행진을 벌였다. 대개 말을 타거나 마차를 몰았지만, 전기차·승용차·박스차·소방차도 행진하고 장갑차·탱크도 뒤따랐다. 행렬에서도 관람석에서도 박수와 함께 수시로 “이야후!” 외침이 터져 나온다.

4시간여의 행진이 마무리되자 인파는 스탬피드 파크 로데오 경기장으로 몰려들었다. 관람석 차지도 치열해, 점심·저녁 두 끼 식사가 제공되는 350달러짜리 로열석까지 빈틈없이 메워졌다. 열흘간 매일 벌어지는 야생마와 소 길들이기(베어백 라이딩·불 라이딩), 밧줄 던져 도망치는 송아지 잡아 묶기(타이 다운), 달리는 말에서 뛰어내려 수소 뿔 잡아 제압하기(스티어 레슬링) 등 로데오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서다. 라이딩의 경우 날뛰는 말이나 소를 타고 8초간 견디는 경기다. 이날 야생마 길들이기에선 절반가량이 말등에서 8초를 버티는 데 성공했다. 캘거리시 축제담당자인 린지는 “8초를 버틴 경우 4명의 심사위원이 선수들의 자세와 기량을 점수로 매겨 순위를 결정한다”며 “운영위원회에서 지정한 각 종목 상위권 120명만 참가하므로, 수준 높은 기량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관심을 끄는 종목은 맨 마지막에 벌어진 역마차 경주(척 왜건·사진)였다. 36개 팀이 조를 나눠 매일 트랙을 한 바퀴씩 질주하는 경기를 벌인 뒤 마지막날 시간을 합산해 최종 우승팀을 가린다. 먼지를 일으키며 마차들이 질주할 때마다 마권을 사든 관람객들은 선택한 팀 이름을 부르며 환호성을 질렀다. 하루 경기는 가수와 댄서·어린이들의 춤과 오토바이 묘기 등 무대공연으로 이어지며, 불꽃놀이와 함께 마무리됐다. 백야가 가까운 때여서, 밤 10시까지도 날이 밝아 불꽃놀이는 11시가 넘어서야 하늘을 밝혔다.

캘거리=글·사진 이병학 기자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커버스토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