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슬기와 민의 리스트 마니아
런던 | 미국 텍사스주. 인구 180명. 말 장수 렌 루이스가 1880년대 초에 세웠고, 19세기 말에는 주민 100명에 대장간 하나, 방앗간 하나, 술집 하나, 호텔 둘, 상점 둘, 교회 셋을 갖춘 마을로 성장했다. 1943년 전성기를 맞은 런던은, 이후 꾸준히 쇠락해 1980년 현재 인구로 굳어졌다. 파리 | 미국 텍사스주. 주민들은 이 도시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파리”라고 자랑한다. 빔 벤더스 감독 영화 <파리, 텍사스>는 이곳에서 제목을 따왔지만, 배경은 그와 다르다. 미국에는 파리가 여럿 있는데, 그들처럼 텍사스주 파리에도 에펠탑을 본떠 높이 20m짜리 조형물이 세워졌다. 1993년 테네시주 파리에 높이 21m짜리 에펠탑이 들어서자, 텍사스주 파리는 기존 조형물 꼭대기에 거대한 카우보이모자를 씌웠다. 도쿄 | 미국 노스다코타주에 있는 마을. 현지 발음으로는 ‘토키오’. 정식 행정구역에 편입되지 않은 마을이지만, 1907년 마을 우체국이 세워진 이래 독자적 우편번호를 써 왔다. 일본 수도 도쿄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설도 있지만, 그보다는 어떤 철도 공무원이 다코타 인디언 언어로 ‘자비로운 축복’을 뜻하는 ‘토키’에서 따왔다는 쪽이 정설인 듯하다. 바그다드 | 미국 캘리포니아주. 과거에는 66번 국도변 마을로서 번성했다. 그러나 1973년 40번 고속도로가 바그다드를 우회해 개통되자, 인적이 끊기고 주민이 줄어 결국 유령 마을이 되었다. 1980년대 후반에는 그곳을 무대 삼아 <바그다드 카페>라는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암스테르담 | 남아프리카공화국. 이 마을은 본디 로버니아라 불렸다. 18세기 스코틀랜드 시인 로버트 번스를 기린 이름이었다. 그런데 1880년, 남아프리카를 식민지 삼으려 하는 영국에 네덜란드계 정착민이 저항하며 보어전쟁이 일어났다. 전쟁을 네덜란드계 승리로 이끈 폴 크루거가 대통령이 되자, 1882년 로버니아는 암스테르담으로 바뀌었다. 베이징 | 미국 일리노이주. 현지 음으로는 ‘페킨’. 19세기에 네이선 크롬웰 시장 부인이 중국 도시 이름을 따서 지었다. 중요한 실험 연극인 에실 에이첼버거와, 중요하지 않은 1970년대 록밴드 제츠가 이곳 출신이다. 베를린 | 미국 위스콘신주. 5천명쯤 되는 주민 절대다수가 백인이고, 그중 절반가량이 독일 이민 후예다. ‘베를린’이라는 말은 본디 ‘린’에 강세가 있지만, 이곳 주민들은 자기 고장을 부를 때 ‘베’에 강세를 준다. 제1차대전 중 미국을 휩쓴 반독일 정서 때문에 강세를 바꾼 것이다. 로마 | 미국 조지아주. 일곱 언덕과 그 사이를 지나는 강이 이탈리아 로마를 닮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이 도시에는 고대 로마의 상징, 늑대 젖을 문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상 복제품이 있다. “1929년 베니토 무솔리니의 영도 아래 고대 로마가 새로운 로마에 선사”한 물건이다. 무솔리니가 히틀러와 동맹을 맺자, 조지아주 로마는 1940년 동상을 치우고 그 자리에 미국 국기를 달았다. 동상은 1952년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모스크바 | 인도 남부 케랄라주. 예로부터 공산주의 운동이 활발했던 지역이다. 2005년에는 러시아식 이름을 가진 지역 인도인들이 모이기도 했다. 행사에는 레닌, 스탈린, 가가린, 브레즈네프, 흐루쇼프 등이 모여 푸시킨을 논했다. 그러나 주최 측은 참가자가 스물셋밖에 되지 않아 실망했다고 한다. 지역에서 조가비 수집에 종사하는 스탈린만 해도 십여명에 달하는데 말이다. 최슬기·최성민/그래픽 디자이너 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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