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7.14 17:24
수정 : 2010.07.17 11:07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세계 톱스타들 무수히 영화 찍은 캐나다 ‘루이즈 호수’ 트레킹
키다리 전나무숲이 갈라지고 호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호숫가에 늘어선 방문객들은 일제히 한 방향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키고 멈춰 서 있다. 그들 앞으로 펼쳐진 잔잔한 수면에 눈부신 설산이 거꾸로 박혀 있었다. 눈을 드니, 거대한 눈덩이를 조각해놓은 듯한 빅토리아산 봉우리가 푸른 하늘을 치받고 솟았다. 흰 구름과 흰 눈이 겹쳐지고, 물속 산 그림자가 겹쳐져 산과 물의 경계가 보이지 않는다. 물가에 앉아, 유키 구라모토 피아노곡 ‘레이크 루이즈’를 떠올린다. 몇 소절 따라갈 무렵, 10살 안팎 소년 둘이 키보다 세 배는 큰 카누를 메고 다가왔다. 배를 띄우자 물속 설산은 이내 가볍게 몸을 떨며 부서져버렸다.
늑대·흑곰 등 서식…회색곰 나타나면 산길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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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루이즈 호수 주변 산길은 울창한 침엽수림과 설산, 호수 풍경을 한꺼번에 즐기는 길이다. 2. 리틀 비하이브에서 내려다본 에메랄드빛 루이즈 호수와 카누들. 3. 리틀 비하이브 정상 전망. 오른쪽에 루이즈 호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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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누들이 점령한 호숫가를 따라 완만한 숲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각국의 유명인들과 귀족들이 단골로 찾는다는 세계 최상급 호텔(1890년 건립)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즈 호텔’ 옆이 출발점이다. 간식을 준비하기 위해 들른 빵집 주인이 소식 하나를 전해줬다. “회색곰의 출현으로 아그네스 호수 주변 트레일은 폐쇄됐다.”
곳곳으로 뻗은 루이즈 호수 주변 트레킹 코스 중 산 중턱의 아그네스 호수 둘레를 도는 8시간짜리 트레킹을 할 예정이었다. 밴프국립공원엔 늑대·엘크·흑곰·회색곰 등이 서식하는데, 공격성이 강한 회색곰(80여마리가 산다)이 다가올 경우 산길은 즉시 폐쇄된다고 한다. 차라리 곰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폐쇄된 코스를 걷고 싶다는 욕망을 누르고 다른 코스를 찾았다. 빅토리아 빙산 한 자락까지 볼 수 있는 그 코스를 포기하고, 미러 호수와 아그네스 호수를 거쳐 루이즈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리틀 비하이브’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쉬고 먹으며 서너 시간이면 족히 왕복하는 코스다.
송진 내음 깔린, 침엽수림 빽빽한 흙길을 걷는 기분이 들머리부터 상쾌하다. 가끔씩 건초 냄새를 짙게 풍기는 말똥 무더기를 만난다. 산행길과 승마용 산길이 가끔 겹치기 때문이다. 로키 산행에선 말을 타고 둘러보는 트레킹이 일반화돼 있다. 말을 타고 며칠씩 걸려 캐나디안 로키 일대를 탐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키다리 숲은 오를수록 나무가 굵어진다. 수종의 대부분은 ‘로지폴 파인’(천막 지주로 쓰기 좋은 곧은 소나무)이라는 소나무 종류와 전나무류, 가문비나무류의 나무들이다. 모두 옆으로 가지를 뻗지 않고 위로만 길게 자라오른 모습이다. 간벌한 나무들이 이끼에 덮인 채 숲에 방치돼 있어 숲 향기는 한결 짙은 느낌이다.
탐방객들은 대개 걸으면서 짤랑짤랑 소리를 낸다. 회색곰 등 야생동물의 접근을 예방하기 위해 안내소에서 권하는 방울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 사이로 간간이 나타나는 루이즈 호수 한 자락을 보며 한동안 오르면, 마이산의 한 봉우리처럼 우뚝 솟은 바위절벽 앞으로 자그마한 호수 ‘미러 호수’가 나타난다. 루이즈 호수에서 2.6㎞ 지점. 말 그대로 거울처럼 맑은 수면에 산봉우리가 잠겨 있다. 말 타고 온 사람도 개 끌고 온 사람도 여기서 쉬며 말과 개에게 물을 먹인다.
800m쯤 산길을 오르면 눈에 확 띄는 또다른 호수가 자태를 드러낸다. 역시 눈 쌓인 봉우리를 담고 있는 ‘아그네스 호수’다. 탐방객들이 호숫가 나무의자들에 앉아 잠시 쉬어 가는 곳이다. 호수 옆엔 차와 간식을 파는 ‘티하우스’가 있어, 호수 전망을 즐기며 싸가지고 온 점심을 드는 이들이 많다. 폐쇄된 아그네스 트레킹 코스 갈림길을 버리고, 리틀 비하이브 전망대까지 1.4㎞ 숲길을 걷는 동안, 숲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미러 호수와 아그네스 호수 물빛은 점점 더 투명한 초록빛으로 바뀐다. 변하지 않는 건 루이즈 호수 물빛이다. 초지일관 우유를 탄 초록빛이다. 점점이 떠 있는 카누 떼까지 선명하다.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즈 호텔은 몇달 전에 예약해야
리틀 비하이브 전망대에선 루이즈 호수와 샤토 레이크 루이즈 호텔, 좌우로 아득하게 멀리 펼쳐진 로키 설산들이 한눈에 조망된다. 아그네스 호수 옆 티하우스 시설 보수를 위해 오가는 헬기가 저만치 발아래로 장난감처럼 떠간다. 빅토리아 설산과 초록빛 루이즈 호수, 거울처럼 빛나는 미러 호수, 그 위쪽의 아그네스 호수 일부까지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올려다본 바위절벽 모습이 벌통을 닮아 비하이브란 이름을 얻었는데, 빅 비하이브는 미러 호수 위쪽 절벽을 가리킨다. 멋진 풍경에 빠져 있는 동안 금세 땀이 식고 몸도 식는다. 트레킹 전에 긴팔옷을 준비하는 게 좋다.
하산길엔 팻말을 잘 보아, 말들이 다니는 길로 들어서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환경 훼손과는 무관하다지만, 말똥이 뒤범벅된 젖은 흙길을 걸어내려오는 맛이 그리 개운치는 않다.
루이즈 호수는 1920년대부터 ‘북쪽의 할리우드’라 불렸다. 할리우드 스타 수백명이 이곳에서 무수한 영화를 찍었기 때문이다. 더글러스 페어뱅크스, 앨프리드 히치콕, 마릴린 먼로, 크리스토퍼 리브, 앤지 디킨슨 등 영화인들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덴마크 마르그레테 여왕, 요르단 후세인 왕, 모나코 왕자 등 유명인들이 이곳을 찾아 쉬거나 영화를 찍었다고 한다. 이들이 묵어간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즈 호텔은 몇달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를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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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여행쪽지
야외 음주 불법…담배는 꼭 밖에서
◎ 항공편 | 인천~캘거리 직항 노선은 없다. 대한항공이 7월25일~8월26일 한달간 캘거리 직항 전세기를 띄운다. 11시간30분 소요. 밴쿠버까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에어캐나다와 코드셰어)가 하루 1회 운항한다. 이 경우 밴쿠버~캘거리는 에어캐나다 국내선을 이용한다. 모두 인천에서 오후 출발해, 밴쿠버에 오전에 도착한다.
◎ 현지 정보 | 캐나다에선 모두 6개의 시간대가 운영된다. 캘거리의 경우 시차는 한국보다 15시간 느리다(4~10월 서머타임제 감안). 전압은 110볼트여서, 연결해 쓰는 코드 플러그를 준비해야 한다. 음주·흡연에 엄격하다. 야외에서의 음주는 불법이고, 담배도 밖에서 피워야 한다. 주류는 리큐어점에서만 판매한다. 캔맥주도 구입 뒤 바로 따 마시면 단속 대상이다.
◎ 현지 교통 | 현지에서 차를 빌릴 경우 각 운전면허시험장을 찾아 국제면허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캘거리 공항에 렌터카 회사들이 모여 있다. 출국 전 예약한 뒤 신용카드를 준비해 가도록 한다. 소형차량의 경우 하루 대여료는 성수기(6~9월) 52달러, 비수기엔 그 절반 수준이다.
◎ 레저 비용 | 자전거 대여료 1시간 10달러, 카누 1시간 30~40달러, 승마 1시간 40~60달러, 스탬피드 파크 입장료 25달러(로데오 경기 관람료는 별도 30달러부터).
◎ 여행 문의 | 캐나다관광청 한국사무소 (02)733-7790, 앨버타관광청 한국사무소 (02)72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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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프(캐나다)=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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