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영화 ‘카모메 식당’의 음식감독이 전하는 오니기리·쇼가야키 만드는 법
영화 <카모메 식당>을 보고 일본 음식의 세계에 눈을 뜬 독자라면 이 영화의 음식감독이 펴낸 요리책을 그냥 지나칠 순 없을 것 같다. 최근 번역·출간된 <라이프: 카모메 식당, 그들의 따뜻한 식탁>은 이 영화에서 소개됐던 요리를 비롯해 총 30가지 요리의 레시피를 상세하게 알려준다. 또 요시모토 바나나 등 유명 문인들의 음식 에세이도 부록처럼 끼워 넣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인 여성이 핀란드 헬싱키에서 오니기리(주먹밥)를 만들어 파는 작은 식당을 열면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을 그린 영화 <카모메 식당>은 2006년 일본에서 단 2개관에서 시작됐다가 입소문을 타고 100여개관으로 확장 개봉됐으며, 한국에선 2007년 정식 소개되기도 전에 이미 불법 다운로드의 세계에서 뜨거운 화제가 된 바 있다. 일본에선 핀란드행 여행 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렸고, 한국에선 영화에서처럼 오니기리를 파는 동명의 식당이 문을 열기도 했다. 당시 이 영화를 통해 일식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감독의 레시피를 요약·공개한다.
오니기리 | <카모메 식당> 주인공이기도 한 오니기리(사진)는 일본식 주먹밥이다. 한국에선 소풍을 가거나 운동회에 갈 때 김밥을 싸듯이 일본에선 오니기리를 준비한다. 저자가 말하는 오니기리의 포인트는, 밥이 뜨거울 때 처음에 2~3회 세게 쥐는 것이다. 그다음은 형태를 정돈하는 정도로 쥐면 된다. 그렇게 하면 형태가 찌그러지지 않으면서 딱딱해지지도 않고 안에 공기가 들어가 봉긋하게 만들어진다고 한다.
재료(7~9개 기준) - 쌀 3컵, 천일염 적당량, 구운 김 3장, 가쓰오부시 3g, 우메보시(매실절임) 큰 것 1개, 간장 약간, 자반 연어 적당량, 명란(대구알) 적당량. 기타 각자의 취향에 맞는 내용물을 준비하면 된다.
① 쌀을 씻어서 30분간 물에 불린다. 소쿠리에 건져서 20분간 둔 뒤, 냄비에 넣고 밥을 짓는다. ② 쌀 1컵(160g)당 180cc의 물을 넣어 뚜껑을 덮고 약간 센 불에서 끓을 때까지 가열한다. ③ 끓으면 아주 약한 불에서 12분, 마지막엔 센 불에서 30초, 불을 끄고 10분간 뜸을 들인다. 그리고 가볍게 뒤적여둔다. ④ 밥을 짓는 동안 연어와 명란을 굽기 시작한다. 명란은 쿠킹호일에 얹어 구우면, 얇은 껍질이 찢어지지 않게 구워 낼 수 있다. 굽기 정도는 기호에 따라 조절하고 다 구운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둔다. ⑤ 연어는 속까지 익혀서 껍질을 벗기고 뼈는 발라낸 뒤 잘게 찢어둔다. ⑥ 씨를 빼낸 우메보시에 얇은 가쓰오부시를 섞고 간장을 약간 떨어뜨린다. ⑦ 구운 김을 세로 3등분으로 접어서 자른다. ⑧ 밥을 밥그릇에 담은 뒤 밥 가운데 내용물(명란이나 연어, 우메보시)을 넣고 젓가락 등을 이용해 밥으로 덮는다. ⑨ 젖은 손에 천일염을 골고루 묻힌 뒤 밥을 손에 쥐고 2~3회 꽉 세게 쥔다. ⑩ 동그란 모양으로 잘 정돈한 뒤 구운 김으로 싸면 완성된다.
쇼가야키 | 쇼가야키(사진) 역시 <카모메 식당>에 등장하는 요리 레시피다. 일본 가정의 지극히 평범한 반찬으로 등장했는데, 요리 포인트는 고기에 밑간을 하지 않고 가열한 프라이팬에 향긋하게 굽는 것. 그리고 배어 나온 여분의 기름을 쿠킹페이퍼로 확실히 제거하는 것.
재료(2인분 기준) - 돼지 어깨 등심(슬라이스) 250g, 간장 1과1/2큰술, 미림 1과1/2큰술, 청주 1큰술, 설탕 1작은술, 생강 간 것 1/2큰술, 식용유 적당량, 양배추와 마요네즈는 원하는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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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가야키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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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청주, 간장, 미림, 설탕을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② 생강 간 것을 준비한다. ③ 가열한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돼지고기를 굽는다. 밑간은 하지 않는다. ④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굽는다. ⑤ 고기에서 기름이 나오면 프라이팬을 기울여 기름을 쿠킹페이퍼로 닦아낸다. ⑥ 양면이 다 구워지면 양념장을 넣는다. ⑦ 갈아둔 생강도 넣는다. ⑧ 고기에 양념장이 어느 정도 배어들면 고기를 접시에 담는다. ⑨ 국물을 조금 졸여서 고기 위에 끼얹어 주고, 양배추와 마요네즈를 곁들인다.
정리 김아리 기자 ari@hani.co.kr·사진제공 시드페이퍼
이지마 나미 음식감독 인터뷰
“기회 되면 한국에도 식당 내고파”
<라이프>의 저자이자 <카모메 식당>의 음식감독인 이지마 나미(41·사진)와 전자우편을 통해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진행 및 번역은 출판사 시드페이퍼의 도움을 받았다.
“보육원의 급식 조리사인 어머니 덕분에 어렸을 적부터 요리를 배우게 됐고 초등학교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저녁식사를 준비했다”는 그는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다 <카모메 식당>에 참여하게 되면서 영화 전문 음식감독으로 활약하게 됐다. 이후 <안경> <도쿄타워> <남극의 쉐프> <심야식당> 등에도 참여했으며 올해 안에도 그가 참여한 영화 2편 <토일렛>(화장실)과 <마더 워터>가 개봉을 앞두고 있단다.
많은 작품을 했지만 작업한 영화 중에서 “<카모메 식당>을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한국에서 이 영화가 인기를 끈 것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일본 요리를 담고 있는 영화라 한국인들이 과연 공감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며 “오니기리 같은 일본 요리를 보고 맛있겠다고 생각했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요리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정성”이라는 그는 음식감독이라는 직업에 대해 “영화감독이 원하는 것을 대신 만드는 역할이기 때문에 상대가 과연 뭘 하고 싶어하는지 상상할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다양한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고 촬영 일정이 워낙 빡빡하기 때문에 평소 건강관리도 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놀랍게도 “한국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얼마 전에도 한국분에게 요리를 배웠다”며 “부침개와 물김치를 배웠는데 정말 맛있었다”고 말했다. 또 한국 영화 팬이기도 한 그는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와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를 가장 좋아하며 배우 중에는 송강호를 가장 좋아한다”고 밝혔다.
올겨울에 <라이프> 후속편이 출간될 예정이라는 그는 “언젠가 카모메 식당 같은 식당을 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커피를 마실 수도 있고 식사를 할 수 있고 출출해질 때 핫케이크 같은 가벼운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 말이죠. 하루에도 몇번이고 들르고 싶은 그런 식당을 열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도 가게를 내보고 싶어요”라고 그는 덧붙였다.
글 김아리 기자·사진제공 시드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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