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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11 17:29 수정 : 2010.08.11 17:29

[매거진 esc] 곰사장의 망해도 어쩔 수 없다

붕가붕가레코드와 같은 ‘인디’와 몇몇 대형 기획사와 같은 ‘메이저’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흔히 창작 과정의 차이-인디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티스트에 의해 결정되는 반면 메이저는 그렇지 않다-를 생각하겠지만 그건 아닌 거 같다. 메이저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결정하는 아티스트는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창작 과정이 분업의 형태로 쪼개진 것일 뿐, 어쨌든 스태프 각자는 각자의 영역에서 창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인디는 하고 싶은 걸 한다는 문제. 그렇다면 아이돌은 자기가 좋아하지 않은 음악을 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차이는 돈 문제에서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홍보에 들일 수 있는 돈 문제다. 인터넷이 보급되던 초기, 음악 유통의 주도적인 형태가 디지털 음원이 되면서 돈 없이도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낙관적인 견해는 결국 몇몇 경우에만 유효한 것으로 판명이 됐다. 오히려 음악 유통의 창구가 대기업 중심의 몇 개 채널로 일원화되는 바람에 결국 대형 사이트에 커다란 배너 광고를 내거는 데 돈을 지불할 여력이 있는 이들에게 좀더 유리한 환경으로 재편되어 버렸다고 보는 것이 많다. 더불어 ‘올드 미디어’의 영향력도 여전해 음악 전문 프로그램이 힘을 잃은 대신 버라이어티 쇼에 출연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 됐다.

아무리 2008년과 2009년 사이에 인디 붐이 불었다지만, 뿡, 결국 중요한 것은 아이돌이다. 어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유력 음원 사이트에서 많이 팔리는 음원 중 아이돌의 노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10~20% 수준에서 2008년 32%(싸이월드), 63%(멜론)까지 증가했다는데, 이게 바로 자본력의 승리다. 역으로 디지털 음원 산업이 음반 산업의 여섯 배에 이르는 상황에서 그나마 미디어의 수혜를 받았다 할 수 있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경우 디지털 음원 수입이 음반 수입의 4분의 1밖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결국에는 이 때문이다. 돈 없는 회사랑 일하는 바람에.

결국 여태껏 우리 음악을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우리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뚫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트위터에서 사람들과 거하게 얘기를 나눠보았다. 그중 괜찮다 싶은 것 몇 개가 있다. 1. 30대 기혼 여성을 위한 낮 시간 공연 및 공연장 탁아소 운영. 2. 여고생들을 위해 여고 방송반에 그녀들이 좋아할 만한 무료 견본 시디 배포. 3. 방송반뿐만 아니라 회사나 호프집, 만화방, 당구장에도 각 매장에 특화된 시디 배포. 무엇보다 이러한 얘기 과정에서 얻었던 큰 수확은 우리 음악을 주위에 알리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 음악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이들을 조직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다. 팬클럽과 피라미드 판매망과 종교 전도조직의 성격을 조금씩 섞는 것이다. 물론 이걸 가지고 뭘 크게 바꿀 수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일단은 1.9%에 지나지 않는다는 한국의 록 음악 청취자를 3.3% 정도까지 늘리는 게 목표. 10년 바라보고 있다.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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