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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 vs 구산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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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안인용의 연예가 공인중계소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청순 글래머 구미호가,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한복이 잘 어울리는 섹시한 구미호가 남자 시청자를 유혹한다. “채널을 고정하지 않으면 네 마음을 빼앗아 버릴 거”라고. 2010년 여름 대한민국은 ‘구미호만 사랑받는 더러운 세상’이 틀림없다. 에스비에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미호(신민아)와 한국방송 <구미호-여우누이뎐>의 구산댁(한은정)을 초대했다. 구미호는 야릇한 존재다. 평소에는 남자 한둘쯤 쉽게 홀리는 예쁜 여자지만, 비상시에는 웬만한 남자 한둘쯤 거뜬하게 해치울 수 있는 여우다. 그렇지만 구미호는 결국 그저 인간이 되고 싶은, 동물일 뿐이다. 세속적인 인간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인 미모와 힘을 가졌지만, 결코 쉽게 인간이 되지 못한다. 구미호를 둘러싼 루머는 어찌나 많은지, 이건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가서 풀어도 부족할 정도다. 두 편의 드라마는 얼핏 ‘구미호들만 사랑받는 더러운 세상’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미호가 제아무리 사랑받는다 해도 인간이 아닌 이상 인간 사회로의 진입은 절대 허락되지 않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속삭인다. 구미호를 외국인이나 장애인, 동성애자 같은 말과 바꿔보자. 미호와 구산댁을 보며 마냥 예쁘다고 좋아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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