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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과 윤리의 ‘아름다운 만남’ 꿈꾼다, 김진화 오르그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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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세상] 김진화 오르그닷 대표
‘소셜 임팩트’ 만들고 싶어 유명아이티회사 뛰쳐나와
적정 임금에 ‘에코 디자인’ 환경 친화적인 제품 선봬
‘소셜 임팩트’. 친환경 패션 회사 오르그닷 김진화(34) 대표의 화두다. 김 대표는 자신이 하는 일이 사회를 좀더 나은 쪽으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남들이 부러워한다는 직장을 그만두고 “배우며 일해야 하는” 패션 사업에 뛰어든 이유다.
“포털에서 일하면서 비즈니스가 사회를 바꾸는 것을 목도했습니다. 아이티(IT)가 아닌 분야에서 제가 만족하면서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의식주와 같은 전통적인 산업에서 그 일이 가능할 것 같았지요.”
그는 2006년 다음커뮤니케이션즈를 그만두고 뜻이 맞는 친구와 함께 ‘스몰 자이언트’ 회사를 꿈꾸며 남성의류 브랜드를 만들었다. 다행히 회사는 곧 자리를 잡았다. “인디 브랜드의 성공확률은 3~5%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운이 좋았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서 패션산업의 문제점을 알게 됐다.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봉제공장 노동자들의 저임금이었다. “의류산업은 철저하게 저임금에 의존합니다. 봉제공장은 우리나라에서 중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를 거쳐 지금은 아프리카까지 진출했습니다. 세계 통계를 보면 봉제공장 노동자의 임금이 제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5% 정도라고 합니다.”
패션산업은 환경에 주는 부담도 컸다.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살충제의 4분의 1이 목화밭에 뿌려집니다. 어떤 연구 자료를 보니까 면화를 재배할 때 드는 것까지 포함하면 청바지 하나 만드는 데 물 1만ℓ가 든다고 합니다.” 문제점을 알고 나니 고민이 됐지만 그런 현실이 도리어 김 대표에게 의욕을 불어넣었다. 윤리적인 가치를 담은 패션 사업을 해보자. 그가 꿈꾸던 소셜 임팩트가 가능한 일이 될 수도 있었다. 봉제공장의 노동자들에게 적정 임금을 지급하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옷을 만들기로 했다.
뜻을 세우자 인연이 찾아왔다.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며 분신한 ‘청년 전태일’의 여동생 전순옥 박사가 2008년 만든 사회적 기업 ‘참 신나는 옷’의 설립에 참여했다. 봉제공장의 재단사, 미싱사, 보조(시다)에게 하루 8시간 노동과 주5일 근무를 보장하고, 노동자들에게 월 120만~160만원의 ‘고임금’을 지급했다. 임금이 제조 원가의 20%가량을 차지했지만 기업으로서 지속가능성이 보였다.
‘참 신나는 옷’의 경험은 그에게 자신감을 줬다. 2009년 3월 오르그닷을 만들었다. ‘윤리적 패션’을 기업의 핵심 가치로 한 사회적 기업 또는 소셜 벤처를 정체성으로 내걸었다. 그를 포함해 10명의 출자자가 있지만 정관에는 배분 가능한 수익의 70%를 사회에 환원하도록 했다. 오르그닷은 회사 설립 뒤 곧바로 동남아시아 소셜 벤처 대회에 한국 대표로 나갈 정도로 주목받았다.
사업은 규모 있게 시작했다. 디자인 공방과 함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 윤리적 패션 의류, 그린디자인 제품, 공정무역 커피와 차 등을 파는 콘셉트숍인 오르그닷숍을 운영했고 에코웨딩 사업도 함께 추진했다. 옥수수 전분, 쐐기풀, 곡물 담는 데 쓴 황마자루, 재생폴리에스테르 등을 소재로 제품을 만들었다. 봉제공장 노동자들에게는 제조 원가의 25~30%를 공임으로 줬다.
뜻과 현실은 아직 거리가 있었다. 6개월 만에 1억원 가까이 손실이 났다. 친환경 소재를 쓴 오르그닷 제품은 품질과 디자인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회사는 지속가능하지 않았다. 콘셉트숍 운영이 무리였다. 의류에 집중하기로 하고 숍을 정리해 직원을 6명으로 줄였다. 사업도 단순화했다. 티셔츠나 유니폼 등의 주문생산에 집중하고 자체 개발 상품은 최소화했다. 창업 첫해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구조조정’을 한 뒤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용은 크게 준 데 비해 매출액은 두 배가량 늘었다. 수익 모델도 바꿨다. 김 대표는 오르그닷을 친환경 패션 브랜드의 플랫폼으로 만들 생각이다. 디자이너들이 제품을 디자인하면 오르그닷에서 제작과 유통을 도와주는 개념이다. 10월 종로구 창신동에 준비중인 봉제공장이 문을 열면 준비는 끝난다. “오르그닷의 성공은 우리 사회 의류산업에 적지 않은 소셜 임팩트를 주게 될 것입니다. 저는 가능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글·사진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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