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9.01 19:33
수정 : 2010.09.0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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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손도 스타킹도 복수 무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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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죽이고 싶은’ ‘소피의 연애매뉴얼’ 등 소심한 복수 영화들
영화와 드라마 속에는 복수를 위해 사람 한둘쯤 뚝딱 해치우는 이들이 넘치지만, 과일을 깎다가 손만 베어도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보통사람’인 우리에게 영화 속 복수는 ‘남의 떡’이다. 복수를 다룬 영화 중에도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영화만 있는 건 아니다. 평범한 보통사람들을 위한 소심한 복수 영화도 있다.
소품을 활용한 실용적인 복수, <죽이고 싶은>(2010·상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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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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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자살을 시도하는 남자 민호(천호진)와 기억상실에 전신마비까지 온 상업(유해진)이 한 병실에서 만난다. 공교롭게도 둘은 지난날 악연을 갖고 있는 사이. 병실에 누워 서로를 죽이려는 이들의 복수극은 처절하지만 동시에 코믹하다. 몸이 성치 않은 이들이 서로를 죽이려고 사용하는 소품은 젤리와 효자손, 비누, 스타킹, 분무기다.
상대방의 숨통을 막고 싶을 때 그가 자고 있는 틈을 타 젤리를 먹인다. 젤리를 먹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목이 막힐지도 모르니까. 효자손은 아무도 몰래 물건을 끌어당기거나 떨어뜨려 상대방을 응징하고 싶을 때 유용하다. 비누와 스타킹은 합체했을 때 제법 괜찮은 무기가 된다. 고탄력 스타킹 안에 묵직한 비누를 넣고 돌리면 상대에게 묵직한 충격을 줄 수 있다. 단점이라면 제대로 사용법을 익히지 않고 사용할 경우 비누가 자기 머리를 칠 수도 있다는 것. 마지막 소품은 분무기다. 분무기는 상대가 뇌파측정기 등 전기기기에 연결되어 있거나 전기치료를 받을 때 힘차게 물을 뿌려 사용하면 된다. 효과는 ‘짜릿’한 정도?
실연당한 이들을 위한 복수, <소피의 연애매뉴얼>(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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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의 연애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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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지망생 소피(장쯔이)는 완벽한 남자친구 제프(소지섭)와 결혼을 앞두고 그에게 다른 여자가 생겨 실연을 당하고 만다. 전 남자친구에 대한 가장 현명한 복수는 그의 마음을 돌려놓고 자신에게 돌아왔을 때 차버리는 것이라 믿는 소피는 ‘과학적인 다단계 복수극’을 계획한다.
복수의 1단계는 이해와 용서, 다시 말해 현실을 긍정하고 쿨한 척하기다. 예쁜 모습으로 단장하고 그가 자주 가는 장소에서 인내심을 갖고 잠복한다. 자연스럽게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자연스럽게 포옹하며 잘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2단계는 추억을 환기하기. 나를 추억할 수 있는 물건을 들고 그의 집에 몰래 들어가 구석구석에 물건을 숨겨놓는다. 가장 중요한 물건은 옷장 깊숙이 넣어둔다. 그리고 그가 자신에 대한 그리움에 전화를 걸 때까지 기다린다. 그다음 단계는 새로운 모습으로 외모를 바꾸는 변신.
4단계는 적을 친구로 만들기다. 남자의 새로운 여자친구에게 가까이 갈수록 그녀를 지능적으로 괴롭힐 수 있는 가능성은 많아진다.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자신의 연애사를 털어놓을 수도 있다. 단, 상대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킬 경우 오히려 상대에게 공격의 기회를 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5단계는 속이기. 그녀에게 다른 남자를 접근시켜 그녀의 바람기를 증명할 만한 증거를 확보한다.
마지막 단계는 질투 유발 작전이다. 전 남자친구가 충분히 질투할 만한 상황을 조성한 다음 그를 초대해 자신의 매력을 한껏 보여준다. 그렇게 6단계를 거쳐 그가 다시 돌아오면 “우린 맞지 않는 것 같아”라고 무심하게 얘기한다. 그렇게 복수는 완성된다.
안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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