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이용자 4명 중 1명은 중년…새 인간관계 맺기에 열광
‘아저씨’ 열풍이 분다. 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트위터 붐의 한 축에는 중장년 트위터리언(트위터 사용자)들이 버티고 있다. 지금껏 젊은층들의 전유물로만 받아들여졌던 온라인 무대에 한손에는 노트북, 한손에는 스마트폰을 든 아저씨 아줌마들이 상륙하기 시작한 것. 지난해 ‘코리언클릭 데이터’에서 한달 동안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트위터 사용자들 중 35살 이상 중장년층들의 비율이 24.3%로, 이는 인터넷을 왕성하게 활용하는 19살에서 34살 청년층들의 비율인 25.8%와 맞먹는 수치다. 올해 트위터 이용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년층의 이용자는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에,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문화에 더욱 익숙할 법한 중장년층들이 이 첨단의 미디어와 사랑에 빠진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처음에는 남들이 하니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는 58살의 사업가 박주완(@jwnpark)씨는 하루 30분씩 트위터를 하면서 “빠르고 직접적인 정보를 얻는다”고 말했다. 어느새 트위터가 하루 일과에서 빠질 수 없는 생활의 일부가 될 정도로 소셜네트워킹의 바다에 풍덩 빠진 중년층도 적지 않다. 강남구(43·@wsunam·회사원)씨는 “며칠 전 (골프) 라운딩 뒤 식사자리로 옮기자마자 ‘야, 우리 트위터 10분만 하자’라고 했다. 골프 치는 여섯시간 동안 밀려 있는 타임라인에 대한 ‘기쁜 숙제하기’를 했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아무개(50)씨는 지난 7월 초 휴가 중 아내와 제주도 여행지에서 식사 뒤 아내가 계산하는 사이를 못 참고 스마트폰 트위터를 들여다보다 ‘혼찌검’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트위터가 아무래도 젊은층들의 놀이공간과 친교의 장 역할이 강한 만큼 목적의식이 강한 중장년층은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의사인 장준홍(57·@imdrwell)씨는 “휴먼영양학을 소개하기 위해 트위터를 시작했으나 트위터 이용의 주 연령층이 30~40대라 식사와 건강에 관심이 부족해 소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하루 2시간 이상 트위터에 멘션을 올리는 등 트위터에 빠져 있다. 이렇게 중년 세대들의 일상과 인간관계에 새로운 국면들을 선사하고 있는 트위터. 그들이 이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를 주저없이 간택하게 된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시사주간지 〈시사IN〉의 기자이자, 유명 트위터리언인 고재열(@dogsul)씨는 중년들이 마침내 자신들에게 맞는 온라인 서비스를 찾아냈기 때문이라 말한다. “싸이월드나 블로그, 미투데이 등 지금까지 한국의 개인 미디어 서비스들은 10대, 20대들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중장년층들에게 그런 서비스들이 자신들은 입장할 수 없는 클럽처럼 받아들여졌다면, 30대 사용자들이 터를 닦은 트위터 서비스는 소주방처럼 편하게 느껴졌을 것이다”라는 것이 고씨의 견해다. 트위터가 소통에 목마름을 느끼는 한국의 중장년층을 위한 새로운 대안매체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언론학자인 이창현 교수(국민대·@wedia82)는 중년층의 트위터 이용 증가에 대해 “중년들이 직장이나 가정에서 긴밀한 소통의 욕구가 해소되지 못한 것에 대한 대안매체로서 트위터를 이용하는 것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49살의 연구소 직원 박사종(@parksajong)씨는 트위터에 빠져드는 이유를 외로움 때문이라고 했다. “와이프는 와이프대로 바쁘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이제 서로 공유하는 게 없어 얘기할 게 없고, 그래서 자기 푸념 겸해서 빠지는 게 아닐까요.” 기업인 전하진(52·@hajinJ·전 한글과컴퓨터 대표)씨에게 트위터는 소통의 도구이다. “젊은 기업인들의 권유로 트위터를 하게 됐는데 마치 넓은 광장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느낌입니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것들을 많이 알게 되는 점이 좋은 점이죠.” 회사원 이영섭(40·@sanddara)씨도 “일보다는 보다 많은 다양한 사람들과 얘기할 수 있는 게 트위트하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40대 이상의 중장년층들은 트위터를 사용하는 방식에 있어서 다른 세대들과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을까? 고재열씨는 “트위터 사용자들은 이전에 사용해본 적이 있는 인터넷 서비스의 사용 패턴을 트위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10~20대들은 트위터를 마치 메신저처럼 사용한다. 반면 사이버 공간에 제2의 자아를 만드는 데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은 인터넷에서 자기를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편”이라고 말한다.
개개인의 성격과 이전의 인터넷 서비스 경험 여부에 따라 중장년층의 트위터 활용 방식도 천차만별인 것이 당연하지만 이들 세대에서만 발견되는 독특한 성향도 분명히 존재한다. 케이블 채널 홍보팀장이자 <미르몽의 원더풀 트위터 라이프>의 저자인 이영균(@mirmong0)씨는 “사회 참여적인 성격의 트위트들이 많으며, 감성의 교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20대 사용자들과 달리 이성적인 내용의 트위트들이 많다”고 중년층들의 트위트를 분석한다. 나아가 고씨는 “기본적으로 점잖으며, 인터넷 서비스로서의 트위터를 건강하게 만드는 상수원 역할을 이 세대들이 수행한다”고 말한다. 가장 많은 팔로어 수를 거느린 국내 트위터리언 중 소설가 이외수(@oisoo)나, 정치인 노회찬(@hcroh)과 같은 중장년 사용자들이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며, 이들은 한국의 트위터 세계에서 멘토이자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임옥상 화백이 트위터라는 매체에 특히 주목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6월1일, 임 화백은 자신의 판화작품 1000점을 상으로 걸고 6·2 지방선거에서 20대들의 투표를 독려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고, 이는 투표 당일 젊은층들의 ‘투표 인증’이 줄을 잇는 폭발적인 반향을 낳았다. 트위터로 맺어진 온라인에서의 변화한 생각과 인간관계를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데 앞장서는 이들 또한 중장년층들이다. 여러 트위터 소모임들의 오프라인 모임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여러 트위터 소모임들을 취재한 고재열씨에 따르면 대다수 오프 모임에서 30대들은 거의 막내뻘이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년들을 대상으로 개설한 소모임 중 하나인 ‘비행중년삐툴당’의 운영자인 윤혜자(40·@savvyoon)씨는 소모임 개설 의도를 이렇게 밝힌다. “주위 시선이 두려워 타투(문신)를 못 했다면 타투도 해 보고, 가족만을 위하는 길을 걸어오느라 여행을 못 했다면 여행도 해 보자는 의도였어요.” 트위터를 촉매제로 하여, 이제 중년들도 스스로의 욕망을 숨기지 말자는 것이다. 글 조민준 객원기자 zilch92@gmail.com·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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