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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9.30 10:32 수정 : 2010.10.02 11:57

1. 붉은 광장. 굼백화점 앞에서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한겨레 박미향 기자

[매거진 esc] 바실리성당·크레믈·레닌 동상 등 소련의 추억을 간직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첫인상은 까칠하다. 까끌까끌한 모래를 씹은 것처럼 불편한 감정이 공항에서부터 몰려온다. 입국장을 통과하는 데만 3시간 이상 걸린다. 엉킨 줄 사이로 이리저리 쓸려 다니는 여행객은 생선상자 안에서 눌린 굴비 같다. 무표정한 러시아 사람들은 두려움마저 안겨준다. 여행의 달짝지근한 흥분은 불안이 된다. 하지만 첫인상이 모든 것을 규정하지는 않는 법이다. 불안한 감정은 그저 기우였다.

2. 크레믈의 사원광장. 한겨레 박미향 기자

찬란한 빛이 고색창연한 건물을 비추는 이른 아침 모스크바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100년이 넘는 고건축과 스탈린 시대에 지어진 고딕양식의 건물들, 화려한 현대건축이 공존하는 모스크바의 거리는 볼수록 매력적이다. 그중에서 스탈린 시절의 건물은 적다. 총 7채다. 현재 러시아 외무부, 모스크바 국립대학, 교통부, 문화인아파트 등이다. 연한 황토색 건축물들은 입국 과정에서 상처 입은 여행객들의 마음을 서서히 어루만져준다. 따스하다.

그 건물들 사이로 ‘롯데호텔 모스크바’가 서 있다. 우리나라 호텔 브랜드로는 처음이다. 지상 10층, 지하 4층의 규모다.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피에르 가녜르의 ‘르 메뉴’가 입점해 있다. 캐주얼한 프랑스식 레스토랑이다. 호텔 종업원들은 45도 인사를 한다. 이런 식의 서비스는 무뚝뚝한 러시아 사람들에게는 낯설다. 큰 호평을 얻었다고 한다. 낯익은 간판을 여행 중에 만나는 일은 반가운 일이다.

3. 아르바트거리에 있는 빅토르 최 초상화. 한겨레 박미향 기자

‘롯데호텔 모스크바’에서 10분 걸으면 아르바트거리가 나타난다. 길이가 1.25㎞에 이르는 이 거리는 우리나라로 치면 인사동이다. 차량통행이 금지되어 있다. 거리의 화가들은 관광객들의 초상화를 그리기 바쁘다. 미국 배우 브루스 윌리스의 초상화가 손님을 끌기 위해 걸려 있다. 변화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옛 소비에트연방 시절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한참을 걷다 보면 검은 점퍼의 잘생긴 청년들이 팔소매를 잡아끈다. 한순간 눈길이 가다가 관광가이드의 주의사항이 퍼뜩 머리에 떠오른다. “소지품을 조심하세요. 눈 깜짝할 사이예요.” 관광객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도둑은 어디나 있나보다.

4. 아르바트거리. 한겨레 박미향 기자


11만원 넘는 레닌 동상…특파원 보도 배경 바실리성당

발길이 저절로 상점에 진열된 마트료시카인형으로 간다. 알록달록한 인형 대신 작은 레닌 동상이 눈에 띈다. 러시아가 아니고서는 사기 힘든 기념품이다. 상점 주인은 뽀얀 먼지가 잔뜩 쌓인 손바닥만한 크기의 레닌 동상을 건네준다. 원화로 11만원이 넘는다. 여행자가 선뜻 지불할 수 없는 금액이다. 아쉬움을 달래고자 붉은 광장으로 향한다. 붉은 광장에는 레닌의 묘가 있다.

그 유명한 붉은 광장은 전혀 붉지 않다. 원래 이 광장의 이름은 ‘크라스나야 광장’이다. ‘붉다’와 ‘아름답다’라는 뜻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혁명 이후 ‘붉다’라는 의미만 강하게 서방세계에 전달되었다. 그 묘한 뉘앙스에는 ‘빨갱이’ 같은 부정적인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이곳은 그저 ‘아름다운 광장’이다. 1929년에 만들어진 레닌의 묘 앞에서 사람들은 기념사진을 찍는다. 진한 키스를 나누는 젊은이들도 보인다. 부럽다.

붉은 광장에는 성 바실리 성당과 굼백화점, 국립역사박물관이 있다. 성 바실리 성당을 보자마자 반갑다. 오랫동안 헤어졌던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 든다. 그럴 만하다. 러시아에서 세계적인 뉴스가 터지면 특파원들은 바실리 성당을 배경으로 보도를 한다. 러시아 하면 바실리성당이다. 성당 내부의 프레스코화는 은은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굼백화점은 모스크바에서 ‘돈 좀 만진다’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붉은 광장을 빠져나오면 알렉산드로프공원을 만난다. 이곳에는 ‘무명용사의 묘’가 있다. 묘 위에는 ‘꺼지지 않는 불’이 활활 타오른다. 한때 역사의 한복판에서 삶을 불태웠던 모스크바 젊은이들의 심장이 여전히 뛰고 있다.

모스크바 하면 크레믈(크렘린)을 빼놓을 수가 없다. 크레믈은 ‘성벽’이란 뜻이다. 평지에 터전을 잡았던 선조들 때문에 성벽이 필요했다. 모스크바는 크레믈을 중심으로 도로들이 방사형으로 뻗어 있다. 도로를 눈여겨보다 보면 이상한 선을 발견한다. 중앙선이 노란색이 아닌 곳이 있다. 차 한 대가 들어갈 정도 공간이 흰색으로 그려져 있다. 위급한 일을 당했을 때 차가 다니는 곳이라고 한다.

크레믈에서 처음 만나는 것은 트로이츠카야탑(삼위일체의 탑)이다. 크레믈의 탑 중에서 제일 높다. 농촌에서 서울 나들이 온 듯한 러시아인들이 인사를 한다. 우리네 아낙네들처럼 푸근하다. 꿀맛 같은 친절이다.

5. 모스크바유람선. 한겨레 박미향 기자

입이 쩍 벌어지는 다양한 성당들…감동적인 성상화들

성당들이 몰려 있는 광장에 가면 입이 쩍 벌어진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성당이 있는가 하면 은은한 흰색으로 도배한 성당도 있다. 그 모양과 형태가 제각각이다. 경복궁 여러 채에 둘러싸여 있는 느낌이다. 이곳은 러시아 정교회의 상징이다. 성모승천 성당, 성 수태고지 성당, 천사장 성 미하엘 성당 등, 볼수록 이국적인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금빛으로 빛나는 양파머리 모양의 탑들에는 마술사가 살고, 공주가 갇혀 있을 것 같다. 컴컴한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짙은 색의 성상화가 가슴을 친다. 인생과 예술에 대해서 여행자에게 말을 건다. 특이한 정교회 십자가도 발견한다. 십자가 아래에는 반달모양의 금속장식이 달려 있다. 이것은 노아의 방주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6. 아르바트거리의 상인. 한겨레 박미향 기자

예술작품에서 받은 감동은 트레티야코프미술관으로 이어진다. 입이 떡 벌어진다. 종교화나 세계적인 명화도 있지만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은 극사실주의 작품들이다. ‘민중으로 돌아온 예수’ 등, 착취당하는 농민과 노동자들을 실감나게 그린 작품들이 걸려 있다. 피가 튀고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소름이 돋는다. 가슴 저 밑바탕에서 무언가 끓어오른다.

모스크바 여행의 마지막은 유람선이다. 모스크바를 에스자로 도는 강을 따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애잔한 감상에 젖는다. 방긋 관광객을 향해 웃는 러시아 처녀의 미소는 아름답다.

최초의 우주인이었던 유리 가가린과 레닌의 동상, ‘젊은 날 노래를 잘했지만 요절한 이’의 동상 등, 수많은 동상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우는 나라, 러시아. 그 나라의 수도, 모스크바는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모스크바=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여행쪽지 ]

붉은 광장 옆에 휘황찬란한 롯데호텔

붉은 광장 옆에 휘황찬란한 롯데호텔. 한겨레 박미향 기자

⊙ 여행정보 | 러시아는 비자를 따로 발급받아야 한다. 1개월 전에 비자를 신청해야 비용을 절약한다. 비수기 할인된 항공권이 있기도 하지만 손님이 없으면 아예 비행 자체를 취소하는 러시아계 항공사도 있다. 러시아 화폐는 루블이다. 시차는 5시간이다.

⊙ 레닌의 묘 | 일주일에 한번 개방하고 입장료는 무료다. 카메라와 음식물 반입은 엄격하게 금하고 있지만 작은 손가방 정도는 허용된다.

⊙ 트레티야코프미술관 | 19세기 자본가 트레티야코프가 기증한 5000여점의 미술품과 혁명 당시 귀족들에게서 몰수한 그림 등 약 6만여점의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300년 러시아회화사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이다. 월요일 휴관. 개장시간은 10:00~19:00.

⊙ 모스크바 유람선 | 모두 13개 노선. 200석. 평일 요금은 150루블. 주말에는 2배. 유람선 스케줄은 매년 바뀐다. 운행시간은 10:00~20:00. 배는 20~30분 간격으로 온다.

⊙ 롯데호텔 모스크바 | 러시아에서 아시아 호텔체인으로는 처음 입점. 총 304개 객실. 프랑스식 레스토랑 ‘르 메뉴’와 퓨전 일식당 ‘메구’, 로비라운지 등 3개 식음업장과 6개 연회장, 만다라 스파, 피트니스 센터, 아트리움 가든 등을 갖추고 있다. 붉은 광장과 크레믈에 가깝고 80여개국의 대사관이 몰려 있는 뉴 아르바트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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