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9.30 10:45
수정 : 2010.10.0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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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에이케이비48. 사진 제공 <제이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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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연구생까지 68명 초대형 아이돌…올 하반기 판도 결정날 듯
일본에서는 현재 쓰나미 같은 케이팝(K-POP) 걸그룹 열풍으로 일본 아이돌이 설 자리를 잃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런 경계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일본 가요계의 두드러진 특징은 차세대 아이돌의 시장 석권이다. 보이그룹은 스마프에서 아라시로, 걸그룹은 모닝구 무스메에서 에이케이비48(AKB48·사진)로 완전히 세대교체를 했다. 특히 걸그룹 에이케이비48의 인기는 상상을 뛰어넘어서 지난 5월 발매한 싱글 ‘포니테일과 슈슈’가 발매 일주일 만에 50만장 넘게 팔리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일본 걸그룹 중 30만장을 넘긴 것은 2001년 모닝구 무스메 이후 9년 만이다. 여성 아티스트 중 음반 선주문량이 50만장을 넘긴 것은 2001년 우타다 히카루의 음반(‘Can You Keep A Secret’) 이후 처음.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음반시장이 절반 이하로 축소된 현재 일본에서 싱글 50만장을 넘기는 아티스트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여서 에이케이비48은 그야말로 국민아이돌, 국민여동생의 인기다.
에이케이비48은 2005년 일본 아이돌 업계의 브레인으로 알려진 아키모토 야스시가 종합 프로듀스를 맡아 기획한 차세대 아이돌로 탄생했다. 도쿄 아키하바라에 에이케이비48 전용극장을 짓고 매일 라이브 공연을 하면서 ‘언제든지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이라는 획기적인 콘셉트를 내세웠다. AKB48이라는 이름은 아키하바라(AKIHABARA)에서 탄생한 48명의 아이돌이라는 뜻으로 이후 멤버 수는 계속 바뀌었지만 그룹 이름은 그대로 가져갔다. 에이케이비48의 멤버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되는데, 2005년에 들어온 초창기 멤버 16명이 팀 A, 2006년 오디션 통과자 각각 16명이 팀 B, 팀 C로 배치됐다. 이후 오디션을 통과한 멤버들은 에이케이비48의 후보자 격인 연구생으로 소속하게 된다. 정규 멤버 48명에 연구생 20명까지 합치면 68명이나 되는 초대형 그룹. 멤버들 이름 외우기에도 벅차 보이지만 인기 비결은 바로 이 많은 멤버 수에서 나왔다. 에이케이비48의 멤버는 고정적이지 않고, 정기적인 팬들의 인기투표를 통해 바뀐다. 인기투표 상위 12명의 멤버는 ‘선발 멤버’로 불리며 텔레비전이나 신문 등 미디어 노출 기회를 갖고, 상위 21명까지는 다음 싱글 타이틀곡을 부를 수 있다. 상위 40명은 싱글 타이틀을 제외한 곡에 참여할 기회를 갖는다. 에이케이비48 멤버들은 한 팀을 구성하는 멤버인 동시에 서로 경쟁자이다. 이런 자유경쟁주의 시스템은 멤버들에게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게 만들었고, 팬들에게는 각자가 응원하는 멤버를 상위로 올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만든다. 에이케이비48이 국민아이돌로 떠오른 결정적인 계기도 올해 6월 실시된 인기투표. 싱글앨범 한 장당 투표권이 한 장 들어 있어 좋아하는 멤버를 상위로 올리기 위해 같은 앨범을 몇백장 구입하는 열혈팬이 속출했다. 팬들의 과열양상과 경이적인 음반판매량은 일본 언론에서도 에이케이비48을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고, 인기투표는 전국 극장에서 생중계되는 등 에이케이비48 붐을 일으켰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에이케이비48은 멤버 전원이 출연하는 드라마를 공중파에 내보내기도 했고, 그룹 이름을 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도 만들어졌다.
일각에서는 한국 걸그룹이 에이케이비48로 대표되는 일본 걸그룹 아이돌 시장을 장악하는 것 아니냐는 다소 호들갑스런 예측도 나온다. 지난 8일치에 실린 일본의 우파잡지 <주간 신초(신조)>의 기사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전망은 엇갈리고 있으나 확실한 것은 걸그룹이 후속곡을 발표하는 올 하반기 붐의 실체가 드러난다는 점이다. 한국 걸그룹의 열도 진출, 제2라운드가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도쿄=안민정 <제이피뉴스> 기자 · 사진 제공 <제이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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