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0.07 14:11
수정 : 2010.10.07 14:11
[매거진 esc] 웃긴 여행 울린 여행
10여년 전 해외 배낭여행에 대한 환상과 의욕과 열정이 온통 나를 지배하고 있던 시절. 황당했던 일본 여행이 떠오른다. 당시 타이 여행을 마치고, 땟국물에 전 배낭을 메고 까만 얼굴로 나리타공항 입국 심사대에 섰다. 여권 사진과 내 얼굴을 대조해 보던 출입국 직원이 사무실로 데리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한국 사람 맞아요?” “여권 보셨잖아요.” “배낭 좀 열어 보여주세요.” ‘행색 때문일까, 한국인을 싫어해서일까?’, 속으로 생각하며 배낭을 열 수밖에 없었다. 속옷에 빨래 더미까지 꺼내 펼쳐놓고 뒤지더니, 구급약 봉지 하나를 찾아 들었다. 거기엔 감기약·진통제·연고와 1회용 밴드 그리고 어머니가 챙겨주신 청심환 몇 알이 들어 있었다. 직원은 청심환에 주목했다.
“이게 뭔가요?”청심환을 영어로 뭐라고 하지? 약(medicine)이라고 말하려는데 약국(drugstore)의 약이 먼저 튀어나와버렸다. “약(drug)입니다” 하고 나서 나는 아차 했다! ‘마약’ 소지를 자복한(?) 결과는 참담했다. 마지막 가리개만 남긴 채,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홀딱 벗고 서서 몸수색을 받아야 했다. 끔찍함 그 자체였다.
유양현/서울 종로구 누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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