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10.14 10:48 수정 : 2010.10.16 11:45

김소희씨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모태솔로들을 위한 언니·오빠들의 조언

김소희(시민) | 늘 며칠 묵은 보리빵 같은 굳은 얼굴을 하고 있던 동네 빵집 아저씨가 어느 날부턴가 갓 구운 슈크림빵처럼 말랑말랑 촉촉해졌다. 만면에 웃음 가득 인사를 하고 빵도 막 덤으로 준다. 가끔 혼자서 히죽대기도 한다. 비밀이 풀렸다.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한적한 평일 오전 동네 공원 한가운데서 어느 아줌마와 ‘나 잡아봐라’ 놀이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 아저씨는 지금 연애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불타는 사랑을 말이다. 연애는 밥과 같아서 하면 배부르고 안 하면 배고프다(실제 우리 뇌에는 식욕중추와 성욕중추가 붙어 있단다). 여기서 얻는 당연한 진리. 1. 굶으면 죽는다. 2. 과식하면 두고두고 괴롭다. 3. 불량식품은 건강을 해친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 나오는 명대사처럼 “제발제발제발 복권에 당첨”되길 기대한다면 “제발제발제발 복권을 사야” 한다.


윤고은씨

윤고은(소설가) | 1. 꽃 위에 앉은 벌을 때려서 기절시킨다. 2. 기절한 벌의 뒤꽁무니에서 침을 빼낸다. 3. 침 끝에 묻어 있는 꿀을 입술로 쪽, 빨아들인다.

이것은 내가 아직 모르는 맛, 그러나 분명 침이 고이는 맛에 대한 레시피다. 한 방울의 달콤함을 훔치기 위해서 민첩함과 무모함과 뚝심과 심지어 호기심마저도 요구되는 그런 레시피.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벌의 꽁무니에서 얻어낸 꿀의 맛보다도, 기절한 벌의 안부나 벌침이 닿은 입술의 안전 따위에 더 관심이 갔다. 나는 민첩함도 무모함도 뚝심도 없었으나, 다음 순간 이어진 그의 말에 호기심이 덜컥 생겨버렸다. “그 맛은, 진짜야.” 그의 팔에는 어린 시절 벌과의 전투가 남겼던 흔적이 추억처럼, 한 방울의 아련한 꿀처럼 남아 있었다. 침에 쏘이거나, 그 침 끝에서 ‘진짜’를 얻거나. 그러니까 위험하거나 혹은 달콤하거나. 사랑은 분명 그 이중적인 영역 안에서 벌처럼 꿀처럼 날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팔의 상처쯤, 감수할 수 있는 동력이다.


임범씨
임범(애주가) | ‘사람은 안 변한다’는 말은 맞다. 예외적으로 변할 때가 있다. 주변 사람들을 보아온 경험에 비춰보면, 십중팔구 그 계기는 연애였다. 고지식한 꼰대 같은 이의 눈에 낭만이 흐르고, 제 속만 챙기던 이가 주변 사람에게 아량을 베풀 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연애가 있었다.


연애의 맛? 술 안 마셔도 취한 것처럼 들뜨고, 좋아하는 사람이 자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무한한 고양감이 생기고, 거기에 스킨십의 짜릿함까지 더하면…. 그런데 이런 달콤한 맛만 있을까. 사람을 변하게 할 만큼 강렬한 맛, 그건 연애로 인해 비로소 생겨난 개인과 세상 사이의 긴장에서 오는 것 아닐까. 다 같은 연애라도 동지애가 앞서는 연애가 있고, 연민이 앞설 수 있고, 애증의 사슬에 묶일 수 있고, 욕망의 포로가 될 수도 있을 거다. 쓴맛, 신맛이 섞일 거다. 리스크가 많을수록, 장애물이 많을수록, 사회와 공동체와 불화할수록, 그 연애가 더 깊은 맛을 담아내지 않을까.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커버스토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