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0.14 14:48
수정 : 2010.10.1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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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쓰오부시 덮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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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김아리 기자의 맛으로 읽는 텍스트
‘심야식당’ ‘맛의 달인’ 등 일식의 A부터 Z까지 알려주는 만화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에 대해 “그거 남자가 두부 한모 먹고 여자 꼬시고, 맥주 한잔 마시고 여자랑 자는 게 전부 아니냐”며 빈정대던 친구가 있었다. 하루키의 팬들이 들으면 수사대를 가동할 일이지만, 사실 하루키의 소설만큼 일본 식문화를 댄디하게 묘사한 작가가 있을까 한다. 전혀 정성들여 묘사하지 않은 듯 심드렁하게 맥주와 두부를 언급하고 있지만, 누가 그의 글을 읽고서 맥주 한잔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두부마저도 하루키의 소설에 언급되면 청담동 핫 플레이스의 디저트마냥 느껴진다. 대학 시절 내가 <상실의 시대>를 읽은 뒤 가장 먼저 한 일도, 소설에 언급된 ‘메로구이’를 맛볼 수 있는 곳을 뒤진 것이었다.
일본 음식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일본의 드라마, 영화, 만화는 분명 축복이다. 먹는 장면이 유독 많기도 하지만, 제목부터 대놓고 먹는 것들이 많다. 영화 <우동> <논짱 도시락> <녹차의 맛> <남극의 셰프> <가모메 식당> <츠키지 어시장 3대손> 등은 최근 5년간 호평을 받은 작품들이다. 만화를 들여다보자면, <심야식당> <맛의 달인> <미식과 장미의 나날> <고독한 미식가> <미스터 초밥왕> <어시장 삼대째> <라면 요리왕> <에키벤 철도 도시락 여행기> <어제 뭐 먹었어?> 등으로, 국내 대형서점들은 일본 음식만화 코너를 따로 마련하고 있다. ‘완벽한 메뉴’를 소재로 104권을 너끈히 써내고(<맛의 달인>) 초밥만 가지고도 44권(<미스터 초밥왕>), 생선만 가지고도 30권(<어시장 삼대째>)을 써대는 나라이니 놀랄 것도 없다.
요즘 미국과 유럽에선 돈 좀 있다 하는 사람들은 일식당에서 약속을 잡고, <미슐랭 가이드>는 도쿄에 진출한 지 2년 만에 총 197곳의 식당에 별 1개 이상을 달아줌으로써, 파리·뉴욕을 제치고 도쿄를 세계 최고의 미식 도시로 꼽았지만, 처음부터 일식이 서양인들에게 이런 대접을 받았던 건 아니다. 이탈리아 예수회 선교사로 일본에 기독교를 전파했던 알레산드로 발리냐노는 16세기 말, 그의 <일본순찰기>에서 “그들의 음식과 조리법도, 재료와 맛이 유럽과는 전혀 다르다. 결국 그들의 음식에 익숙해지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고통을 겪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적었다(<돈가스의 탄생>). 어쨌든 지금 도쿄는 세계 미식가들의 순례지다.
일본의 가정식 요리를 구경하고 싶다면 만화 <심야식당>만한 게 없다. 자정에서 아침 7시까지 운영되는 심야식당을 스쳐지나가거나 혹은 단골인 손님들의 사연을, 그 손님들이 주문한 메뉴를 중심에 놓고 풀어놓는 만화다. 계란말이부터 비엔나소시지, 카레, 낫토, 명란젓, 가쓰돈, 후리카케, 오차즈케, 크로켓까지 소박하고 평범한 음식들이 주인공이다. 지난해 드라마로도 제작됐는데, 어디서 그렇게 만화 속 인물과 빼닮은 배우들을 구했는지, 웃음이 절로 나온다. 만화와 달리, 매회 마지막 부분에 주인공 음식의 자세한 레시피를 전해줘, 드라마를 보고 난 뒤 바로 부엌으로 달려가게 만든다.
가정식 요리보다 일본의 고품격 미식문화를 접하고 싶다면, 단연 <맛의 달인>이다. 동서신문사 문화부의 괴짜 기자가 ‘완벽한 메뉴’를 구성할 최고의 맛을 찾는 여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다. 두부의 원산지를 감별하는 법부터, 메밀 국물 맛을 내는 재료들의 황금비율, 꿈의 생선을 만나는 법까지 ‘덕후’ 수준의 정보를 전한다. 104권을 읽는 게 부담스럽다면 <한권으로 읽는 맛의 달인 미식특강>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좋겠다.
김아리 글·사진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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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쓰오부시 덮밥
대부분의 일식 레시피에 빠지지 않는 게 미림과 생강, 가쓰오부시다. 미림은 우리의 맛술이고, 생강은 한식의 마늘처럼 쓰는 양념이다. 가쓰오부시는 가다랑어를 수차례 찌고 건조한 것으로, 국물요리의 맛국물(다시) 재료로 쓰일 뿐 아니라, 오코노미야키 등 요리 위에 토핑해 먹기도 한다. <심야식당>에 소개된 가쓰오부시 덮밥, 일명 ‘고양이 맘마’는 3분이면 완성되는 초간단 요리다.
⊙ 재료: 고슬고슬한 밥 한 그릇, 가쓰오부시, 간장
⊙ 만드는 법: 1. 가쓰오부시를 간다. 2. 밥 위에 올린다. 3. 간장을 살짝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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