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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부터 열무·대파까지 베란다에서 길러 먹는 주부 박희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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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배추부터 열무·대파까지 베란다에서 길러 먹는 주부 박희란씨
채소값이 요즘같이 폭등하는 시절이 올 것이라고 예상이라도 한 걸까? 1년 반 전부터 아파트 베란다에서 배추, 시금치, 대파, 생강, 상추, 열무까지 총 60여종의 작물을 키워 식탁에 올리고 있는 주부 박희란(29·부산 용호동·사진)씨. 그의 집 베란다에 들어서니 빨간 고추와 파프리카가 한창이었다. 배추가 금값이어서 그런지 배추 화분이 여러 개였고 아스파라거스는 천장까지 기어올라가고 있었다. 생강의 줄기는 사람 키를 위협할 만큼 키가 컸다. 텃밭이나 마당, 옥상도 아니고 베란다에서 이 많은 작물을 키워낸 비결을 물었다. “텃밭은 일조량이 풍부하고 통풍이 잘되는 반면 장마나 추위 등 날씨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반면 베란다는 일조량·통풍 면에선 불리하지만 사계절 내내 외부 변수로부터 통제 가능한 미니온실과 같습니다.”그래서 웬만한 작물은 고유의 작물 시기와 상관없이 연중 재배가 가능한 특장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생활반경 안에 있어서 관리가 용이하고, 자녀들에게 저절로 자연교육이 되고, 따로 공기정화 화초를 키울 필요가 없는 등의 장점도 있다고 박씨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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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채소 재배, 2만원이면 준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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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에서 온갖 채소를 키워 먹으면서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그는 “예전엔 먹고 싶은 요리를 먼저 생각하고 그에 필요한 식재료를 사러 갔다면, 이제 수확한 채소를 보고 뭘 해먹을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재배한 채소에서 난 열매와 잎, 꽃 등을 다 먹다 보니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신기한 것들도 다 먹을 수 있다”고 전했다. 호박꽃은 튀겨 먹고 고춧잎, 파프리카 잎은 데쳐서 무쳐 먹고, 생강 잎은 김치에 넣어 먹으면 생강 맛이 난다고 한다. 식비 절감은 얼마나 될까? “대파나 이런 것들은 한번 사서 내내 먹을 수 있지만, 양파나 마늘 등은 재배가 어려워 사야 되기 때문에 채소값을 완전히 줄일 순 없다”며 식비 절감보다 다양한 채소를 유기농으로 먹을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했다. 그럼 재배에 드는 비용은? 필요한 재료는 흙, 씨앗, 화분 정도다. 흙은 1포대 50리터(1만원) 정도면 1년을 쓸 수 있고, 씨앗은 한 봉지(2000원)에 100개에서 1000개까지 들어 있다. 화분은 스티로폼, 분유통, 우유갑 등으로 대체하면 되고, 비료는 달걀 껍질, 게 껍질, 생선 삶은 물, 채소 삶은 물 등으로 바꾸면 된다. 2만원 정도면 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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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채소 재배, 2만원이면 준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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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글 김아리 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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