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0.21 17:42
수정 : 2010.10.21 17:44
[매거진 esc] 웃긴 여행 울린 여행
모든 대학생들의 로망인 유럽 배낭여행! 이걸 위해 얼마나 열심히 돈을 벌었던가. 하지만 첫 여행지였던 밀라노에서부터 내 로망은 처절하게 짓밟히고 말았다. 친구와 만나기로 한 장소는 밀라노의 한 게스트하우스. 하지만 친구는 한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결국 먼저 짐을 풀고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갔다. 연락할 길이 없었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역과 숙소를 오가며 친구를 찾는 것. 혹시 헤매고 있지 않을까, 두리번거리며 40분 거리를 10여 차례나 왕복하며 친구를 찾았다. 이상한 일은 그다음부터였다. 지나던 자동차 2대 중 1대꼴로 내 옆에 멈추더니, 뭐라고 말을 걸어왔던 것이다. 이탈리아어를 알아들을 리 없는 나는 그저 동양 여자애가 신기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한 차가 계속 쫓아오기에 직접 묻기로 했다. “캔 아이 헬프 유?” “얄라 쏼라~.” “….” 내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운전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옷을 벗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거의 전부를! 아니 이게 무슨…. 나는 너무 황당하고 창피해, 눈물까지 찔끔 나왔다. 실상은 이랬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같은 길을 반복적으로 걷는 동양 여자, 그것도 원피스를 입은!!! 내가 돈을 줄 만한 남자를 찾는 여성인 줄 알았던 것이다. 이걸 알아챈 순간, 난 그만 퓨즈가 나가버리고 말았다. 밀라노 거리에서 나는 외쳤다. “이것들이 죽고 싶냐! 다 덤벼. 너네 다 죽었어!!” 돌아온 숙소 방 안에선 기차를 놓쳐서 늦었다며 친구가 짐을 풀고 있었다. 황당하고 반갑고, 평생 울 거 그날 다 울었다.
권경원/서울시 도봉구 쌍문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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