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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0.28 14:29 수정 : 2010.10.28 14:29

김아리 기자의 맛으로 읽는 텍스트
‘섹스, 파스타 그리고 거짓말’ ‘밤비노’ 통해 본 이탈리아의 맛

누군가 나에게 ‘10일 동안 100명의 남자와 잘 수 있는 방법’을 묻는다면, 당장 로마행 비행기 티켓을 끊으라고 말하겠다. 여자 혼자 배낭을 메고 여행가이드 책을 들고 다니면 반경 50m 안의 누군가는 휘파람을 불며, 누군가는 윙크를 하며, 누군가는 바로 달려와 어깨 혹은 허리를 감싼다. 그들은 혼자 여행 다니는 외국인 여성을 수색하는 제3의 눈을 뒤통수에도 가지고 있으며 발견 즉시 벌떼 혹은 똥파리떼처럼 달려든다. 이게 내가 2번의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결론 내린 바였다.

도대체 왜 그 동네 남자들이 그 모양인지 하는 의문은 소설 <섹스, 파스타 그리고 거짓말>(크림슨 펴냄)을 읽고 나서야 풀렸다. 이탈리아 로마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들 대부분은 앉으나 서나 여성 관광객과의 원나잇 스탠드 생각뿐이다. 현지 여성보다 관광객을 선호하는 이유는, 작은 도움만으로도 유혹하기 쉬운데다 길어야 며칠 연애이기 때문에 끈적한 뒤끝도 안 남고 밀고 당기기에 따른 감정노동도 필요없기 때문이란다. 어쨌든 ‘이탈리아판 색정남녀’ 정도일 수 있는 이 소설을 특별나게 만드는 건, 두 남자 주인공이 <미슐랭 가이드> 3스타 식당에서 근무하고 있는 종업원들인 데 있다. 잠자리에 대한 묘사보다 요리에 대한 묘사가 훨씬 더 풍부하다. 첫눈에 반한 여성을 꼬시기 위해 산토끼 파스타를 언급하더니, 그녀를 침대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버섯을 곁들인 새끼 양고기를 요리하고,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선 조개로 속을 채운 농어구이를 내놓는 식이다. 이탈리아 요리에 홀딱 빠진 저자의 첫 소설이라는 이 책은, 그래서, 소설을 읽는 것인지 이탈리아 식당에서 만찬을 즐기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경지로까지 독자를 흥분시키는 매력이 있다.

이 소설은 이탈리아 식당의 주방에서 벌어지는 마초들 간의 경쟁과 암투를 묘사하는 데도 제법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데, 그건 비열한 정치판의 권모술수 이상이다. 그런데 그 주방에 동양 남자가 비집고 들어가서 말단부터 시작한다고 상상해보라. 그것도 이탈리아 반도 끝의 마피아로 유명한 시칠리아라는 섬에서 말이다. 이탈리아 유학파 출신 유명 셰프 박찬일씨가 쓴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는 그가 시칠리아 식당에서 겪은 생생한 주방 경험기다. 육두문자는 기본이요, 국자로 뒤통수를 때리는 정도는 양반이다. 진짜 열받으면 앞치마에 독한 증류주를 붓고 불을 지르려고 한단다. 그래도 머릿가죽을 벗기거나 기름솥에 손을 튀겨버리진 않는다며 필자는 감사해했다.

이탈리아인들이 유독 성격이 더러워서 그런 것만도 아니다. 도쿄 롯폰기힐스의 유명 이탈리아 식당에 취업한 청년의 요리 열정을 그린 일본 만화 <밤비노>에서도 주인공은 주방 안의 무시와 경멸 탓에 하루에도 수차례 그만둘까를 고민한다.

한편, 최근 개봉한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잃어버린 식욕을 되찾겠다며 이탈리아로 떠난 줄리아 로버츠는 어떻게 됐을까? 토마토소스 스파게티로 시작한 소박한 그의 식사는 나폴리피자·토끼고기·젤라토·프로슈토(생햄)·리코타 치즈·와인 등으로 이어지더니 결국엔 바지 사이즈를 바꾸는 것으로 로마 여행을 끝마친다. 재밌는 점은, 이 영화 역시 주인공들이 각 도시의 표제어를 정하는데 ‘런던=답답’ ‘뉴욕=야망과 공해’ ‘스톡홀름=순응’이라고 정리한 뒤 ‘로마=섹스’라고 결론짓는다. 그럼 어떻게 하면 로마에서 벌떼 혹은 똥파리떼 같은 남자들을 피할 수 있을까? 눈에 확 띄는 결혼반지를 끼고 자국어 대신 이탈리아어로 된 가이드북을 들고 다니면 된단다!

글·사진 ari@hani.co.kr

자발리오네 소스를 곁들인 모닝빵 (이탈리아 시골에서 아침을 시작하는 음식)



■ 재료: 달걀노른자 6개, 흰 설탕 1/2컵, 화이트와인 1/2컵

■ 만드는 법: 1. 달걀노른자 6개에 흰 설탕을 넣고 투명해질 때까지 잘 젓는다. 2. 1에 화이트와인을 넣고 저어준다. 3. 물이 끓는 냄비 속에 밥그릇을 집어넣고 그 그릇에 2를 옮겨 거품을 낸다. 4. 단단하게 부풀어오르면 끝. 5. 모닝빵이나 쿠키나 머핀, 디저트, 아스파라거스 등에 곁들여 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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