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10.28 15:55 수정 : 2010.10.28 15:55

단독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계단이 생기게 된다.아이들이 다락 다음으로 좋아하는 공간이 계단이다.

[매거진 esc] 단독주택에 대한 7가지 고정관념 바로잡기

일생 동안 가장 비싼 쇼핑이 집이지만, 정작 집을 짓거나 살 때 사람들은 오히려 꼼꼼하게 따져보지 못한다. 남들 하는 대로 또는 자기 통념대로 짓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더 크게 짓게 만들려는 시공업체들의 감언이설, 그리고 아파트에선 30평대로도 충분히 살면서 단독을 지을 때는 훨씬 크게 지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휘둘린다.

진짜 중요한데 빠뜨리는 것도 있다. 어떤 집이 좋은 집, 행복한 집일까? 집 모양? 집 크기? 남향? 전망? 아이들에게도 꼭 물어보자. 집 지을 때 대부분 아이들에겐 의사를 묻지 않는다. 행복한 집을 짓기 위해 꼭 따져보길 바라는 것들을 제안한다.

집의 주인공은 거실이 아니라 마당! | 누구나 마당 있는 집을 좋아한다. 근데 막상 집을 지으면 땅이 부족해 엄청나게 갈등하다 마당을 포기한다. 차라리 건물을 포기하자. 보조주방이 필요하면 마당에 장독대를 묻자. 채소냉장고가 필요하면 마당 구석에 텃밭을 만들자. 아이들 방이 좁다 싶으면 마당에 모래놀이장을 만들자. 마당을 어떻게 써먹을까 생각하면 건물이 커질 필요가 없다. 아이들에게 행복한 집을 원한다면 마당부터 고민하자. 집 지을 땅에 건물 먼저 그리지 말고 마당 면적부터 정해놓고 집을 짓자.

남 보여주자고 넓은 집 지어 평생 고생하자고? | 대지 70평. 1층 40평, 2층 30평 합이 70평이면 건축법상 건폐율과 용적률에 합당하다. 지하실과 다락은 여기 해당되지 않는다. 그럼 한국 사람들이 그 좋아하는 공짜? 이렇게 지으면 1·2층 70평+지하 60평+다락 30평=총 160평! 70평 땅에 전용면적 160평, 생각만 해도 환상적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아파트 33평형 전용면적이 25.7평이니 160평이면 30평 아파트 6개 넓이다. 한국 사람은 본전 생각에 160평 다 짓는다. 네 식구 살기엔 어마어마하게 크다. 공사비는? 평당 400만원으로 저렴하게 지어도 공사비만 6억원. 땅값 합치면 9억원이다. 새도시 단독주택들은 그래서 10억원짜리들이 된다.


이현욱씨의 옆집 아들 방. 창문을 작게 해 열손실을 최대한 줄였다.
3대가 함께 10명쯤 산다면 그렇게 지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네 식구만 산다. 손님방? 1년에 손님이 몇 명이나 와서 며칠이나 그 방에서 자고 갈까? 다실? 마당에서 커피 마시면 안 돼? 방? 물론 많으면 좋다. 하지만 100평짜리 집 가보면 다들 1층에 모여 산다. 2층에 지하실에 다락까지 청소하기도 벅차다. 사람이 주인이 아니라 방이 주인이다.

더 중요한 건 에너지 효율이다. 100평짜리 집이면 여름 겨울 냉난방비 월 100만원을 각오해야 한다. 월 100만원이면 아주 좋은 집에서 월세로 살 수 있다. 자기 집에서 월세 내고 사는 꼴이다. 처음 용인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뒤 놀란 게 겨울이면 이웃집들이 장작을 마련하는 거였다. 이웃들은 우리집보고 벽난로도 없이 어떻게 겨울을 나려 하느냐고 묻는다. 어떤 집은 겨울에 아예 한방에 모여 잔다고 한다. 가스비 때문에.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 그러려면 그냥 아파트에 살지. 집은 작을수록 좋다. 땅값은 못 줄여도 공사비와 관리비는 줄일 수 있다. 실평수 30~40평이면 충분하다.


시원한 큰 창, 한달 뒤면 후회할걸 | 건축가들은 큰 창을 좋아한다. 그래야 디자인이 사니까. 건축주도 마찬가지다. 이쪽 전망이 좋아서 이 땅을 샀어요, 거실에서 이 전망이 다 보이게 해주세요, 그러니 창문을 크게 내주세요, 1층과 2층을 천장 없이 뚫어서 창문이 1~2층 전체가 되게 해주세요…. 건축가들은 당연히 반긴다. 우리나라 창호기술 좋으니 추위 걱정 말란다.

냉난방비 월 100만원 낼 여유가 있다면 상관없다. 그러나 디자인에 목숨 걸 이유가 없다면 제발 실용성을 생각해보자. 창이 크면 여름에 너무 많은 열이 들어와 실내가 뜨거워지고, 겨울엔 내부 난방열이 창문으로 술술 샌다. 창문에 외부 처마마저 없다면 그야말로 죽음이다. 창이 크면 겨울에 빛이 많이 들어와 따듯해지는 것 같아도 밤만 되면 금방 추워진다.

창밖 자연과의 대화? 한달만 살아보면 자연과의 전쟁으로 바뀐다. 게다가 프라이버시 때문에 그 큰 창을 종일 블라인드 내려 가리고 살아야 한다. 전망을 즐기고 싶다면 창문 열고 두 걸음 더 걸어 마당에서 즐기면 된다.

창은 환기와 채광을 위해 만드는 것이지 바깥 경치를 보라고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남쪽 창을 뺀 서쪽·동쪽·북쪽 창은 작게 만드는 게 좋다. 겨울 난방에 소중한 남쪽 창도 남쪽 외벽의 50%를 넘으면 안 된다. 50%를 넘으면 빛 열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내부 난방열이 다 나간다. 창을 작게 만들고 창 위에 처마나 차양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해가 높은 여름엔 열이 적게 들어오고, 해가 낮은 겨울엔 충분히 빛이 들어온다. 한옥 처마와 똑같다. 태양열, 지열 설비 다 필요 없다. 창문 설계만 잘하면 냉난방비를 50%까지 줄일 수 있다.


(위) 이현욱씨는 3층 다락을 거실로 쓴다. 1층은 서재 겸 부엌이다. (아래) 이씨의 집과 같은 구조의 옆집 1층 거실. 인테리어를 최소화한 대신 식탁을 8인용으로 맞춰 거실에서 가장 볕이 잘 드는 남쪽 창가로 했다.
지하실, 제대로 쓰는 사람 못 봤다 | 지하실, 단독주택의 로망이다. 지하에 창고도 만들고, 차고도 만들고, 오디오 홈시어터 방도 만들고, 작업실이나 탁구장도 만들 수 있다. 아파트에선 못 만들지만 단독에선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야지! 대부분 그래서 지하를 판다.

스튜디오가 필요한 사진가라면 지하실을 파시라. 없으면 안 되니까. 그렇지 않은 분들이라면 정말 생각 잘 해야 한다. 지하실은 1~2층보다 공사비가 적게 든다. 시공업체에선 집 지을 때 안 만들면 다신 못 만든다, 평당 공사비가 얼마로 떨어진다, 땅값이 얼만데 무조건 파라며 권해댄다. 그래야 전체 공사비가 올라가니까.

이렇게 공사비가 늘어나면 집주인만 허리가 휜다. 탁구장? 지하실에서 스카이서브 할 건가? 결국 지하실은 좋게 말해 창고, 실제로는 쓰레기장이 된다. 버릴 짐들을 아까운 지하 공간에 몽땅 모셔놓고 부대끼며 산다.

내가 집에 대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지하실이 필요하면 파는 게 맞다. 그러나 활용도로 보면 지하는 분명 쓸모가 별로 없다. 단독주택은 아파트보다 관리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더욱 효율적으로 지어야 한다. 지하실에 대한 답은 결국 집 지을 사람이 가장 잘 안다. 얼마나 사용하실까요? 매일? 1주일에 하루? 한달에 하루?

샹들리에 길게 늘어뜨린 시원한 거실? | 뻥 뚫어주세요. 2층에서 거실을 내려다보게. 아파트에선 만들 수 없잖아요. 단독주택의 로망 아닙니까. 거기다 아주 큰 거실창을 내주세요. 밖에서 보면 집이 커 보이지 않겠어요?

건축주들의 이야기다. 그럼 저를 왜 찾아오셨어요? 구상이 다 끝나셨으니 직접 설계해도 되시겠어요.

집 수명은 몇 년일까. 10년? 50년? 100년? 1년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1년을 살아도 멋있는 집이 좋을까, 편안한 집이 좋을까? 어려운 문제다. 높은 거실은 멋있는 집은 돼도, 편안한 집은 못 된다. 시원한 거실은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 창이 너무 크니까! 분명 좋을 때는 있다. 1년에 몇 번 오는 손님들에게 쇼 할 때다.


조경비를 줄이기 위해 나무 심기와 벽타일 붙이기는 온 가족이 총출동해 직접 해결했다. 이씨의 1학년 아들과 네 살 딸이 나무 데크에 변색 방지제인 스테인을 바르는 모습.
아이들에게 천국은 바로 다락 | 다락방은 지하실과는 성격이 다르다. 지붕을 경사지붕으로 만들면 자연적으로 다락방이 생긴다. 지하층은 등기상 면적에 들어가지만 다락방은 아파트 발코니같이 서비스 공간이다. 환기나 습기 문제에도 다락방은 지하실보다 유리하다. 자연채광도 당연히 가능. 작은 집을 짓자는 내 이야기에 어긋나 보이지만 다락방은 적은 돈으로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평지붕에 일부러 돈을 들여 다락방을 만드는 게 아니라면 투자할 만한 부분이다. 왜? 다락방은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준다. 작은 집에서 작은 다락방은 아이들 눈높이에 딱 맞는 공간이다. 아파트의 단점 중 하나가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공간이 없다는 점이다. 요즘엔 다락방 높이 규정이 1.5m에서 1.8m로 높아져 창고가 아니라 생활 공간으로도 쓸 만해졌다.

단열 측면에서도 평지붕 집은 아무리 단열을 잘해도 경사지붕 다락방 있는 집을 이길 수는 없다. 아파트에서 꼭대기층이 겨울에 더 춥고 여름에 더 더운 이유는 위층이 없어서다. 단독주택에서 다락방으로 줄일 수 있는 냉난방비로 다락방 공사비가 나온다. 옥상에 조경하는 것보다 효과가 좋다.

계단, 개성을 담아보자 | 2층 이상 단독주택에서는 필수적으로 생기는 공간이 계단이다. 아이들은 다락방 다음으로 계단을 좋아한다. 어른들은 위험해 보이지만 아이들은 의외로 계단에 적응을 잘한다. 디자인 면에서도 계단은 재미가 많다. 그런데 집을 지을 때 보면 너무 재미없는 계단들뿐이다. 집에서 활용도가 제일 높은 곳이 계단이다. 하루 종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눈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기왕이면 과감하게 디자인하자. 쉽게 유행 타는 아트타일과 아트월에 쓸 인테리어비로 계단에 투자하자. 아이들은 계단에서 책 읽기를 좋아한다. 계단에서 용이 날지 모른다.

글 이현욱 광장건축 대표·사진 왕규태 건축사진가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