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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04 13:55 수정 : 2010.11.04 13:55

GPS 카메라의 기원

[매거진 esc] 카메라히스토리아

심심하면 세계를 떠돌고 있는 여행자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과 사진을 찾아 읽는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세계를 떠도는 여행자들의 거칠지만 생명력 넘치는 여행기를 찾아 읽는 재미는 김용(진융)의 무협소설을 읽는 중독성과 버금간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고 되뇌며 글과 사진을 훑어보지만 어느새 나도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방랑벽이 도지는 것을 막는 특효약은 ‘구글어스’. 지구를 돌려(?), 가고 싶은 곳을 찍어 확대해 보는 것으로 부러운 마음을 달랜다.

요즘 인터넷에 올라오는 여행기에는 말미에 사진을 어디서 촬영했는지 구글맵이나 지피에스(GPS)와 연동되는 지도를 이용해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모두 위성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지피에스 덕분이다. 지피에스를 한번이라도 사용해본 사진가라면 이 기능이 얼마나 편한지 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외장형 지피에스를 따로 구입해서 여행을 떠났지만 최근에는 아예 지피에스 기능이 내장된 카메라를 가지고 간다. 1~2년 전만 하더라도 비싼 값을 치르고 촬영용 외장형 지피에스인 니콘 GP-1이나 소니 GPS-C1을 구입해야 했다. 아예 부품을 사서 직접 만들어 ‘탑재’하는 사진가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피에스 기능이 저렴한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에도 들어간다. 지피에스 부품 가격이 내려가고 소형화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만, 정확한 촬영 장소를 기억하고 싶은 사진가들의 강한 욕구를 카메라 회사에서 파악했기 때문이다.

최근에야 ‘지피에스 카메라’가 등장한 듯 보이지만 실제론 20년 전에 이미 선보였던 적이 있다. 1990년대 초반 코닥이 개발한 DCS 420 GPS-IR가 그것이다. 정부와 미군의 주문을 받아 개발 생산했던 이 사진기는 지피에스 기능뿐 아니라 음성녹음도 가능하고 적외선 사진까지 촬영할 수 있는 특별한 디지털카메라였다. 150만 화소 CCD를 장착하고 위치 정보를 기록하고 야간 촬영이 가능했던 이 사진기는 군사작전용이나 산림 생태 조사에 사용됐다.

DCS 420 시리즈는 DCS 420 GPS-IR처럼 특수한 기능을 가진 카메라뿐 아니라 똑같은 모양을 가진, 일반 사용자를 위한 모델도 함께 생산됐다. 니콘 F90s 몸체에 큼지막한 디지털백을 단 DCS 420(사진)은 위풍당당했다. 무게만도 1.7㎏에 육박했다. 필름카메라인 니콘 F90을 그대로 사용하고 거기에다 디지털 기능을 덧붙이려니 당시 기술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거대한(?) 디지털백의 3분의 1은 배터리가 차지했고, 나머지 부분은 저장 장치와 이미지 변환 장치였다. 이미지 파일을 외부로 옮기기 위해 스카시(SCSI) 어댑터까지 달려 있었다. 카메라에다 작은 컴퓨터를 덧붙인 듯한 DCS 420은 외형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이미지 처리기술이 업그레이드된 DCS 460 시리즈로 탈바꿈했다. 1994년에 말이다. 당시로선 파격이었던 600만 화소의 DCS 460은 세계적으로 5000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였다.

하지만 코닥의 이 실험은 2000년대 이후 실패하고 만다. 독자적으로 카메라를 개발하지 않고 필름 대용인 디지털백에만 집중한 방식은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잡지 못했다. 몇몇 모델이 호평받긴 했지만 사진가들은 카메라와 렌즈를 다른 회사에서 빌려 쓰는 코닥에 정을 붙이지 못했다. 뛰어난 디지털 기술을 가지고도 오랜 세월 황금알을 낳았던 ‘필름’을 버리지 못한 것이 코닥의 패인이었다.

글 조경국 카메라칼럼니스트, 사진 출처: http://ja.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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