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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트 기능을 장착한 35mm 카메라로 찍은 거리(류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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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세상에서 하나뿐인 자신만의 카메라를 만드는 사람들
대학생 류찬샘(25)씨는 지난 5월 에스엘아르클럽에 글을 하나 올렸다. 그날 류씨는 깜짝 놀랐다. 예전에는 댓글이 한두개 달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날은 댓글이 40개 이상 달리고 클릭 수가 1만건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사진 애호가들 사이에서 갑자기 유명해졌다. 도대체 무슨 글일까? 그는 자신이 직접 개조한 렌즈 제작기를 올렸다. 수동초점(MF) 렌즈를 자동초점(AF) 렌즈로 개조한 사연과 만드는 과정, 실패담이 누리집을 달궜다. 실패담은 눈물겨웠고 완성된 렌즈는 고풍스러우면서 세상에서 유일한 렌즈라는 지위를 얻었다. 그야말로 ‘나만의 렌즈’가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수동초점 렌즈를 자동초점 렌즈로 개종한 사람 디아이와이(Do It Yourself·스스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가 의류나 액세서리, 가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카메라의 세상에서도 시작되었다. 렌즈를 개조한 것이 류씨의 첫 작업은 아니다. 사진 안에 예쁜 보케(일명 빛망울. 사물의 피사계심도가 얕아지면서 초점이 흐려지면, 피사체가 원모양으로 뭉개지면서 빛망울처럼 보이는 현상)를 넣는 장치부터 만들었다. 종이를 잘라 하트모양을 만들어서 렌즈 앞에 붙이고 사진을 찍었다. 보케는 생겼지만 사진의 화질이 떨어지고 주변부가 찌그러지는 현상이 생겼다. 개선하기 위해 카메라 내부에 있는 조리개 앞에 하트모양의 구멍을 낸 은박지를 붙였다. f2.8로 조리개 구경이 활짝 열었을 때만 장착이 가능하다. 독특하고 예쁜 사진이 만들어졌다. 그는 무선동조기 제작에도 나섰다. 여러 개의 플래시를 동시에 터뜨려서 사진을 찍을 때 무선동조기는 꼭 필요하다. 그는 자신이 쓰고 있는 무선동조기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무선동조기는 스튜디오용으로 제작되어 류씨처럼 야외에서 사진을 많이 찍는 이들에게는 동조 거리가 짧고 출력이 약하다는 불편을 안겨주었다. 그는 동조기를 뜯어 칩의 주파수를 알아냈다. 주파수가 맞는 안테나를 제작해서 동조기에 부착했다. 플래시의 발광 정확도가 높아지고 동조 거리가 10배 확장되었다. 꼬박 하루 걸렸다. 안테나 부품들은 종로나 용산 등지의 전자부품 가게에서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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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모양의 보케가 만들어진 사진(류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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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공 필름카메라로 찍은 풍경(현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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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침김에 300대까지 자기 카메라 만든 사람 류씨와 같은 이들이 많다. 홍익대 금속조형디자인과 대학원생인 현광훈(30)씨는 아예 자신의 카메라를 만들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결과는 창대했다. 그는 대학 3학년 때, 과제로 직접 제작한 핀홀카메라(렌즈 대신 바늘구멍, 즉 핀홀로 사진을 찍는 카메라)를 제출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종이로 만든 핀홀카메라를 생각할 때 그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금속으로 완성했다. 손바닥만한 크기였다. ‘obscura I’이라는 이름도 달았다. 재미가 생겼다. 2005년 군대를 다녀와서 본격적으로 카메라를 만들기 시작했다. 코닥의 창업자, 조지 이스트먼이 따로 없다. 초창기 작업은 주로 적동이나 백동, 은을 오리고 붙여서 카메라 몸체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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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모양과 기능을 갖춘 수공 필름카메라(현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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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생산한 수공 필름카메라 300대(현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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