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1.04 14:38
수정 : 2010.11.04 14:38
웃긴 여행 울린 여행
20년 전쯤, 대만 당일 출장 때 일이다. 아침 집을 나서는데,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묻는다. “아빠 어디 가?” “대만” “언제 와?” “오늘 밤” “나두 갈래” 당시 대만은 ‘노 비자’ 국가였다. 생각 끝에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그게 화근이 될지 모르면서. 당시 아이 여권은 별도로 없었고, 엄마 여권의 ‘동반자녀’ 페이지에 기재된 상태였다. 수속을 마치고 출국심사대에 섰다. 법무부 직원이 엄마 여권을 보더니 물었다. “아이 엄마 어디 있나?” “집에.” “엄마 없이 아이 혼자?” “그렇다.” 황당해한다. 상관으로 보이는 직원 2명이 온다. “대만에 왜 가나?” “언제 오나?” “직업은?” 그러곤 3명이 심각하게 회의를 한다(들리지는 않음). 한참 뒤 출국 도장을 찍어준다. (참고로, 출장 뒤에 알았지만, 아이는 엄마가 동행했을 때만 여권 효력이 있단다.)
대만 공항에 도착. 입국심사대에 섰다. “아이 엄마 어디 있나?” “홈.” “아이 혼자?” 버튼을 눌렀는지, 육군 복장의 직원이 황급히 나온다. “대만에 왜 왔나?” “언제 가나?” “직업은?” 또 회의를 한다(들리지 않음). 결국 입국 도장을 찍어준다. 출장 업무를 보고 저녁에 대만 공항에 갔다. 다시 상황이 반복된다. 출국심사대. “아이 엄마 어디 있나?” “홈.” “아이 혼자?” 버튼을 누른다. 육군 복장의, 오전과 다른 사람이 황급히 나온다.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를 한다. 이윽고 출국 도장을 찍어준다. 탑승.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심사대. “아이 엄마 어디 있나?” “홈.” 버튼을 누른다. 상급자가 나온다. “대만에 언제 갔나?” “대체 어떻게 출국했나?” “대만 공항에선 괜찮았나?” 심각하게 회의를 한다. 마침내 입국 도장을 찍어준다. 아, 정말 긴~ 하루였다. ㅋㅋㅋ.
이무서/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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