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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스랑 날을 갈고 있는 아산 창구대장간의 허창구씨(도 무형문화재 대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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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워킹맵 31. 아산 온양행궁과 재래시장
아산시청에서 온양행궁터 거쳐 온양전통시장까지 4.5㎞ 충남 아산엔 이름난 온천이 세 곳 있다. 온양온천역 부근에 13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온양온천이 있고, 도고면에는 200년 역사의 도고온천이, 음봉면엔 20여년 전 개발된 아산온천이 있다. 온양온천은 1960년대까지 대표적인 국내 신혼여행지. 최근엔 수도권 어르신들이 전철 1호선을 타고(어르신 무료!) 와 온천욕 즐긴 뒤 국밥 한 그릇씩 자시고 돌아가는, 당일치기 여행지로 각광받는다. 아산시청에서 출발해 옛 시장골목을 돌아 온양행궁 터와 어의정을 거쳐 온양전통시장까지 걷는다. 온양장날(4, 9일)을 택한다면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진다. 옛 장터 명맥 잇는 50년 경력 대장간·30년 뻥튀기집 아산시청 앞 공원에서 조선 초의 청백리 정승 고불 맹사성(1360~1438)의 동상<278A>을 만난다. 세종 때 좌의정을 지낸 고불의 고향이 온양이다. 아산시 배방면 중리, 600년 된 두 그루 은행나무(맹씨행단) 옆에 그가 살던 소박하고도 아름다운 고택이 있다. ‘…강호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져 있다….’ 그가 지은 ‘강호사시가’를 우물거리며, 샛노란 옷을 입은 은행나무 가로수길을 걷는다. 일부 복개된 온양천(온천천)을 건너며 하류 쪽을 보니, ‘살진’ 고기들 노닐었을 물길에선 생활오수만이 흐른다. 장날이면 강아지·토끼·오리·닭들이 나오는 동물시장<278B>이 열리는 주차장 지나, 밀냉면을 잘 하는 신정식당·강원냉면을 거쳐 옛 시장 골목으로 든다. 온갖 장류를 팔았다는 된장골목, 부대에서 나온 깡통들을 펴 팔던 깡통골목, ‘니나노 술집’으로 이름난 ‘장미골목’이 있었던 옛 번화가다. 도로확장 공사로 된장골목은 사라지고, 나머지 골목들도 쇠퇴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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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온천역 고가철길 밑에선 풍물시장(4, 9일)이 열린다. 삼태기·소쿠리·광주리들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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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종묘사·그릇가게 골목으로 든다. 장날이면 골목에 흰 천막을 치고 옷가게들이 줄지어 들어선다. “원래 여기가 온양장(재래시장)인데 저짝(길 건너 온양전통시장)에 비하면 상권이 팍 죽었다.”(그릇가게 주인 홍종구씨·73) 옛날식 온천 목욕탕 신정관 앞을 지난다. 온양온천관광호텔, 신천탕과 등과 함께 일제강점기부터 운영돼온 목욕탕이다. 서울 신길동에서 전철 타고 왔다는 할머니 두 분이 온천욕을 마치고 나온다. “물이 좋아서 일주일에 두번씩 와요, 목욕하러.” 온양온천역이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온천욕 2800원. 네거리 모퉁이의 온양온천관광호텔로 들어간다. 조선 임금들이 온천욕을 하려고 찾던, 온양행궁 터가 이곳이다. 태조 때 첫 임시행궁이 지어진 뒤 세종 때 규모를 갖춘 행궁이 완성됐다. 세종은 안질 때문에 이곳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세조 행차 때(1476년)는 온천 옆에서 새로운 샘(신정)이 발견돼 기념비를 세우기도 했다. 성종 때 다시 세운 신정비(1483년)<278E>가 호텔 정원 옆에 있다. 본관 옆엔 ‘영괴대비’<278F>와 고사목이 된 느티나무들이 있다. 영괴대란 영조가 왕세자(사도세자)와 함께 행차했을 때(1760년), 세자가 활쏘기 등 무예를 연마하던 장소에 3그루의 느티나무를 심게 했던 곳을 말한다. 정조 때는 이 나무 둘레에 대를 쌓고, 기념비를 세웠다. 비 앞면의 ‘영괴대비’ 글씨는 정조 친필이다. 신창면 쪽에서 옮겨온, 머리 부분을 새로 만든 온천리 석불도 옆에 있다. 호텔 본관에는 온양행궁과 관련한 자료와 사진을 볼 수 있는 ‘온양행궁 전시관’이 있다. 온천욕 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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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간 뻥튀기 일을 해온 김영선씨가 무쇠기계에서 김을 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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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가 온양에 머물 때 새로운 샘(신정)이 솟은 내용을 기록한 신정비. 성종 때 다시 세운 것으로 온양온천관광호텔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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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좀 신나는 노래 읍디야?” 시장 라디오방송 인기 ‘짱’ 색색의 복분자·흑미·녹차 호떡을 파는 수레 앞을 지나는데 방송이 흘러나온다. “상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날씨도 좋고, 장날이고, 또 상인 씨름대회도 열리고, 얼마나 좋은 날입니까…다음 들려드릴 곡은 나훈아의 ‘사랑’.” 서툴지만 정감 넘치는 아주머니 목소리. 상인들이 운영하는 시장 내 라디오방송(온궁미니방송국)이다. 생방송이 진행되는 곳은 온양상설시장 건물 2층 ‘유유자적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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