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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11 10:35 수정 : 2010.11.14 10:26

프랑스의 달팽이 요리인 에스카르고

[매거진 esc] 프랑스 보졸레 지방 맛여행, 달팽이부터 개구리 허벅지살까지

줄리아 로버츠는 당황했다. ‘튕’ 하고 식탁에서 날아올랐다가 바닥에 떨어진 달팽이 때문이다.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 프랑스 식사에 익숙하지 않은 줄리아 로버츠가 저지른 이 장면을 볼 때마다 달팽이들이 궁금했다. 맛은? 어떻게 먹지? 프랑스 보졸레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때부터 이 둥글고 미끈한 ‘놈’에 대한 욕망으로 뇌세포는 온통 정신을 잃었다. ‘세련된 줄리아 로버츠가 되어 보겠어!’ 가당치도 않은 열망이지만 꿈꾸는 자에게 기회는 언제나 오는 법이다.

첫날 아모 뒤 뱅 레스토랑(Hameau du vin-restaurant / La Gare Romaneche-Thorins F-71570 France / 33-3-85-35-21-18)에서 소원이 이루어졌다. ‘오 주여!’

특유의 나선 모양의 껍질을 한 ‘그놈’이 나타났다. 먹이를 앞에 둔 여우의 눈초리로 노려보면서 ‘작업’을 시작했다. 일단 엄지와 검지로 집게를 잡고 힘을 준 상태에서 달팽이의 껍질을 꽉 잡았다. 지구 끝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그런 다음 다른 손으로 뾰족한 포크를 들었다. ‘놈’은 도도했다. 쉽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포크로 정확하게 가운데를 찌르자 양념이 적절히 밴 속살들이 겨우 끌려나오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달팽이 요리인 에스카르고(오른쪽 사진)는 부르고뉴 지방의 대표 요리다.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달팽이를 없애려고 먹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지만 석회질과 점토, 규토로 구성된 부르고뉴 토양과 관련 있다. 달팽이가 스스로 껍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석회질 토양이 필요하다. 달팽이 요리는 손이 많이 간다. 24시간 굶긴 ‘놈’을 삶아 껍질과 속을 분리하고 다시 조리한 살을 껍질에 넣어야 한다. 그 ‘놈’을 다시 오븐에 구워내야 하니 이만저만 귀찮은 ‘녀석’이 아니다. 프랑스에 오면 ‘브레스산 닭’ 요리를 꼭 먹어봐야 한다. 보졸레 지방의 남쪽, 빌프랑슈의 분주한 아침시장에서 떡하니 온몸을 내놓고 있는 브레스산 닭을 만날 수 있었다. 브레스산 닭은 프랑스 고급 닭이다. 파란색 다리, 하얀 털, 붉은 벼슬을 하고 있는 모양새가 마치 프랑스 삼색 국기 같다. 브레스산 닭을 최고로 치는 이유는 키우는 방식에 있다. 태어난 지 35일 된 병아리를 목장에 풀어서 키운다. 법적으로 목장은 적어도 5000㎡, 한 마리당 공간은 10㎡로 정해져 있다. 레스토랑 코테 손(Restaurant Cote Saone / Le Port 01440 Thoissey / 33-4-74-06-62-31)의 브레스산 닭요리는 부드러움과 단단함이 동시에 춤추는 맛이었다. 다른 이상을 가진 이도 한 접시 안에서 동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감동이었다.

샤토 드 피제 레스토랑(Chateau de Pizay-restaurant / Route des Crus du Beaujolais-69220 Morgon / 33-4-74-66-51-41)의 요리는 프랑스의 특징을 잘 드러냈다. 여러 가지 치즈와 달콤한 디저트, 각종 요리기술을 총동원한 음식들이 등장했다. 푸아그라 테린을 앞에 두고는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푸아그라는 거위의 간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야생거위가 이동할 때 간에 엄청난 양의 지방을 축적한다는 사실을 알고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푸아그라는 프랑스 식탁에 자주 등장한다. 등급도 천차만별이다. 푸아그라 요리는 재료를 얻는 과정이 잔혹하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인간의 식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같은 식재료를 사용하는 비슷한 요리는 어디나 있나 보다. 소박한 레스토랑 데 스포르(Restaurant des sports / Place de l’eglise 69820 Fleurie / 33-4-74-04-12-69)에서 만난 개구리 다리 요리가 그랬다. 중국 등의 아시아에도 개구리 튀김요리가 있다. 개구리 허벅지살을 올리브유, 파슬리, 마늘 등으로 볶았다. 뼈를 발라내는 불편함이 있지만 담백한 개구리 허벅지살의 질감이 그 모든 고통을 없애준다. 인생사, 이해하는 것만큼 보인다고 했다. 그 나라 음식을 혀로 이해하는 일은 그 나라 사람들, 그 땅의 이야기들을 알아가는 긴 여정의 시작이다.

보졸레=글·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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