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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11 11:22 수정 : 2010.11.1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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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완전 낚였어~ 낚였다고!”

두달 전 만난 정치부 이아무개 선배는 밥을 먹다 말고 제게 이런 성토를 하시더군요. 눈치도 융통성도 바닥인지라 친구들로부터 구박을 받는 제가 도대체 무슨 낚시를 했던 걸까요?

지금으로부터 딱 5년 전 이야기입니다. 당시 저는 참언론인이 되겠다는 꿈을 품고 입사 준비를 하고 있었죠. 그러나 실상은 졸업한 지 1년이 다 되도록 일자리를 못 구한 ‘백수’였습니다. 집에선 눈칫밥을 먹어야 했던 엄혹한 시절이었고요. <한겨레> 입사 관문인 1박2일 합숙 전형을 앞뒀을 땐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때였습니다. 나름 치밀한 준비를 했죠. 선배들이 인터넷에 남겨둔 금쪽같은 후기를 정독했습니다. 그중 눈에 띄는 정보가 있었습니다. 신원을 밝히지 않는 블라인드 평가를 위해 합숙에서는 본명 대신 별명을 사용한다더군요.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같은 반에서 세명 이상의 동명이인을 만나야만 했던 저는 항상 ‘튀는 이름’에 대한 로망이 있었습니다. 합숙 첫날 좋은 인상을 남기고도 싶었고요. 그렇게 고심고심해서 만들어낸 별명은 ‘수학박사’입니다. 생각보다 평범하다고요? 꿈보다 해몽이라고, 제 별명 풀이는 대충 이랬습니다. “수학을 정말 못했습니다. 제겐 수학박사는 이룰 수 없는 꿈이지요. 여기서만큼은 수학박사로 불리며 제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아! 손발이 심하게 오그라드는군요) 당시 면접관이었던 이아무개 선배는 그 ‘수학박사’를 눈여겨봤다는 겁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동기 최아무개는 비타민 같은 존재가 되겠다는 단순한 이유로 비타민씨(C), 박아무개는 본인과 닮았다는 이유로 ‘프랑켄슈타인’을 내세웠거든요.

하여간 양심에 손을 얹고 고백합니다. 맞습니다. 저 <한겨레>를 입으로 ‘나불나불’ 낚았습니다. 제 오랜 ‘이름 콤플렉스’ 덕분이지요. 게다가 이번 기사 아이템 중 하나로 ‘이름 콤플렉스’를 써먹었으니, 제 이름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듯합니다.

칙칙한 만리동 고개에 모처럼 새 얼굴들이 보인다 했더니 신입사원들이라지요. 올해 합숙에서도 별명을 사용했다던데, 저처럼 입으로 행운을 누린 분이 있다면 미리미리 자수하시길!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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