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1.25 12:52
수정 : 2010.11.2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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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관 무회건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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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집수리 전문가 김재관 무회건축연구소 소장
김재관(사진) 무회건축연구소 소장은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집수리를 하는 건축가다. 일본은 집수리를 하는 건축가나, 집수리 전문 회사도 많지만 우리나라는 아직이다. 일본은 이미 집값 거품 붕괴를 겪었고 1인 가구와 소형 주택이 많아 집수리가 활발하다. 일본 민영방송에서는 시청자의 의뢰를 받아 수리 전문가와 연결해줘 비좁거나 낡은 주택을 화려하게 변신시켜주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집수리가 본격화할 것으로 김 소장은 보고 있다.
“1970~80년대에 지어진 주택들은 구조와 설비의 노후화, 생애 주기의 한계, 단열, 소음, 일조권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그 정도가 심각합니다. 그 이유는 날림도 있지만 낡을수록 재개발과 재건축에 유리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낡아야 했고 방치해야 했고 멀쩡하지 않음을 스스로 입증해야 했던 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파트의 효용이 낮아지고 주택의 가치가 회복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그는 오래된 집, 낡은 집, 좁은 집, 쓸모없는 집을 고치는 일에 나섰다. 사회운동가 같은 풍모가 느껴지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돈 벌어야 하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돈벌이만을 위해 집수리에 뛰어든 것으로 보기엔 너무 잇속을 모르는 사람 같다. 서초동 집을 수리할 때 그는 원래 설계자로 시작했는데, 시공사의 견적이 터무니없게 여겨져 직접 견적을 내고 비용을 낮춰 시공에까지 나섰다.
서초동 집 주인을 만난 것도 흥미롭다. “길에서 우연히 만났어요.” 지난해 건축가와 시민들이 손쉽게 만날 수 있도록 서울시가 마련한 일일건축설계사무소 행사에 집주인이 직접 찾아왔던 것이다. 김 소장이 수리중인 연희동 집 주인 김화숙 교수도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물어물어 김 소장을 찾았다고 한다. “집수리 생각은 있었는데 제대로 할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언젠간 적임자를 만나겠지 하고 기다려왔는데 결국 만난 거죠.”
영국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국내에서 여러 교회 건물 설계로 한국건축문화대상 등을 받은 김 소장은 “앞으로 집수리가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라며 “지방 도심에 밀집된 노후주택들을 정책적으로 수리하는 일이나 아파트 수리 작업 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25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배재대 박물관 세미나실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건축가의 집수리 세미나’(건축문화학교 주최)를 연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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