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11.25 13:03 수정 : 2010.11.27 12:12

지난해 수리한 서초동 김명옥씨네 집. 맞은편 4층 건물 때문에 창문을 못 열던 집에 나무 기둥을 활용해 보기 좋은 가림막을 설치했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집 고칠 때 필수 체크리스트 다섯가지 원칙

누구나 좋은 집, 편안한 집에서 살고 싶다. 으리으리한 궁전 같지 않아도, 수십억원대 비싼 집이 아니어도, 불편하지 않게 가족과 함께 소박하게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으면 족하다. 오래되어 낡거나 가족 형태에 맞지 않는 집을 고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우선 집수리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엄두가 나질 않고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기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들이 집수리에 제대로 구현될지도 걱정스럽다. 집수리에 대해 스스로 공부하고 연구하는 게 기본이지만, 집수리 전문가들은 몇가지 원칙만 놓치지 않으면 크게 어려움을 겪을 일은 없다고 말한다. 이는 ‘집수리의 5대 원칙’ 정도로 추려진다.

| 집수리를 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법’이다.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 훌륭한 구조로 집을 고쳤다 해도 주택 관련 법규를 지키지 않았다면 들인 돈도 수고도 헛것이 된다. 불법 건축물을 억지로 유지하다간 적지 않은 벌금을 매년 물어야 할 수도 있다. 때에 따라선 과거 합법이었던 것이 불법으로 바뀐 것도 있다. 예를 들어 건물과 건물 사이를 50㎝ 이상 떼어야 하는 건 새로 만들어진 규정이다. 과거 법규대로 집을 지었다 해도 새로 집수리를 하는 경우 행정관청에서 문제삼을 수 있다. 미리 확인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는 경우다. 집주인이 모든 법규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집수리 전문가와 상담해 확인하는 게 좋다. 때때로 집수리 전문가라 해도 법규를 숙지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으므로 명확히 따져보고 전문가를 선택해야 한다.

마당은 나무로 데크를 설치해 넓어 보이는 효과가 난다.

구조 | 집수리를 하려 할 때 흔히 집 단장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예쁘게 집을 인테리어하는 것이 화장에 해당한다면, 집 구조까지 염두에 두는 것은 성형수술에 비유할 수 있다. 화장이 아닌 구조 변경을 염두에 둬야 생애 주기에 맞춰 집을 고칠 수 있다. 생애 주기에 따라 집에서 중요한 부분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자녀가 있는 경우와 분가했을 경우, 집주인이 젊을 때와 나이 들었을 때에 따라 집 구조는 달라져야 한다. 또다른 측면에서 기존 집의 구조를 미리 파악해둬야 한다. 지은 지 오래된 집이라면 신축할 때의 설계를 확인하기가 어려울뿐더러 현 주인이 모르는 불법 증축이 이뤄졌을 수도 있다. 기존 구조를 확인하지 않고 섣불리 집수리에 나섰다가 집이 무너지는 엄청난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전문가 | 무엇보다 집수리 전문가를 잘 만나는 일이 중요하다. 30년 경력의 목수도 법규에 대해선 잘 모를 수 있다. 최고의 인테리어업자는 ‘화장’을 아름답게 해줄 수 있을지 몰라도 오래된 집일수록 특히 집의 구조를 간과하다 집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더구나 수리 비용을 적절히 책정했는지 믿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믿을 만한 전문가를 만나는 어려운 일을 완벽히 해결하긴 어렵지만, 최소한의 검증 방법은 있다. 이미 시공한 곳을 직접 찾아가 확인해보는 것이다. 특히 수리를 하고 거주하는 사람에게 하자 등이 없었는지 반드시 직접 확인해야 한다. 이를 보여주지 않는 전문가는 믿을 수 없는 시공업자라고 보면 된다. 이 정도는 필수 점검사항이다.

어두컴컴하던 화장실이 나무빛으로 화사하게 변신했다.
이웃 | 집수리를 해보면 집주인이 평소 어떤 사람이었는지 바로 드러난다고 한다. 소음과 먼지를 동반하는 집수리는 틀림없이 이웃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기에 이웃들이 즐거워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평소 좋은 관계를 맺어왔다면 민원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는데도 과도하게 민원을 제기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민원 때문에 공사에 차질이 빚어지면 금전적 손해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집수리를 앞두고 이웃관계를 아무리 원만하게 하려 해도 그때는 이미 늦다. 평소에 이웃과 사이 좋게 지내는 게 최고다.

친환경 | 집 꾸미기에는 신경을 쓰면서 정작 건강에 치명적인 인테리어 자재를 별생각 없이 쓰는 일도 많다. 유기농산물 등 건강에 좋은 먹을거리를 아무리 챙겨도 건축자재에 무신경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신축 아파트의 발암물질, 환경호르몬에는 크게 반응하면서도 집수리에선 무심하기 일쑤다. 더구나 건축자재는 전문가 아니면 알기 어려우므로 관심 갖지 않았다간 놓치기 십상이다. 예를 들어 부식 방지 처리가 된 방부목은 카드뮴과 비소 등이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목재를 친환경 자재로 알고 시공했다가 발암물질 속에서 사는 어리석은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답답한 거실은 천장을 2층까지 터 올려 환한 도서관처럼 바뀌었다.

글 김진철 기자·도움말 김재관 무희건축연구소 소장

사진 제공 박영채 건축전문사진가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커버스토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