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웃긴 여행 울린 여행
2004년 겨울, 우리 가족은 지중해 근처 나라들을 여행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파리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다. 이륙을 기다리는데 창밖으로 비행기에 화물을 싣는 짐차들이 보였다. 뚜껑 열린 짐차 하나가 여행가방을 가득 싣고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뒤쪽의 큰 가방 하나가 떨어지는 게 아닌가. 가방은 다른 컨테이너 밑 그늘로 떨어져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것도 모르고 운전자는 비행기 화물칸으로 다가왔다. 나는 옆자리에 앉은 언니에게 “언니, 저기 가방 떨어졌어.” “그래? 승무원한테 말해야 하는 거 아냐?” “냅둬, 찾아 싣겠지 뭐.” “가방 주인만 불쌍하네.” 우린 다른 얘기로 넘어갔고 비행기는 이륙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짐을 찾을 때 느낌이 왔다. 다른 짐은 다 나왔는데, 큰 가방 하나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크기·모양·색깔까지, 아우! 그거 우리 가방이었다. 가족들이 직원에게 묻고 따지고 난리를 칠 때, 언니와 나는 서로 바라보며 흐흐흐, 허탈하게 웃어야 했다. 그제야 공항 쪽의 허술한 짐 관리에 ‘비로소’ 화도 났다. 그 가방, 일주일 뒤에 만신창이가 돼 돌아왔다. 나는 깨달았다. 가방 떨어지면 즉각 승무원한테 알려야 한다!박윤아/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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