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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4로 제작된 <블루진>(홍경표 연출) 촬영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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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독립영화 감독들이 공개한 5대 제작비 절감 비법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영화감독이다. 스마트폰으로 찍고 편집하고 영화제 출품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끝인가. 영화는 돈과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다. 그래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 그 길 위에서 독립영화 감독들이 분투하고 있다.
밥값 아끼느라 끼니때 건너 만나고, 조명 없어 가로등 밑에 들어가 찍고, 감독 혼자 1인 다역 하기는 기본이다. ‘달리 트랙’(이동 촬영을 위해 설치하는 레일)이 없으면 수레나 차로 움직이며 찍는다. 와이어 대신 높이 뛸 수 있는 ‘트램펄린’이 그 몫을 대신한다. 역동감 있는 화면이 매력인 ‘스테디캠’이 없으면 일반 카메라를 흔들며 찍으면 된다. ‘더미’(촬영용 시체 모형) 대신 마네킹을, 마네킹도 없으면 분장한 사람을 ‘있어 보이게’ 찍는다. 이 없다고 잇몸으로 못 씹겠는가.
독립영화 감독들에게 돈은 ‘피’, 사람은 ‘살’이다. 영화 만들 때마다 피와 살이 떨린다는 독립영화 감독들은 저마다 제작비 절감 노하우로 무장하고 있다. 누구나 손쉽게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시대, 독립영화 감독들의 비법을 잘 활용하면, 이제 당신도 진짜 영화감독이다.
1. 시나리오를 잘 써라
뛰어난 블록버스터 시나리오도 돈 없으면 무용지물. 적절한 계획이 가장 기본인 까닭이다. 시간과 사람 모두 돈이니, 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영화감독 지망생 엄마와 뮤지션 지망생 아들의 이야기인 <레인보우>를 만든 신수원 감독은 “회차와 테이크를 줄여 촬영기간을 짧게 잡아야 제작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려면 시나리오를 ‘효율적으로’ 잘 써야 한단다. 등장인물, 소품 등을 최소화하는 절약형 시나리오가 살길이다.
실연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강원도 정선으로 여행을 떠난 우유부단 소심남의 이야기를 다룬 <낮술>. 영화를 만든 노영석 감독은 제작비를 아낄 겸 영화의 8할을 낮과 야외 장면으로 채웠다. 비싼 조명기기 피하고 장소 섭외비도 아껴야 해서다. 어쩌다 등장하는 밤 장면은 캠핑용 플래시 2개를 이용해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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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든 블루스크린으로 촬영한 <불청객>(이응일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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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감독 1인 시스템을 구축하라 돈 없으면 몸으로 때워야 한다. 그러니 감독의 ‘1인 다역’은 기본.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과 <이웃집 좀비>의 홍영근 감독은 1인3역(각본·연출·연기)을, <불청객>의 이응일 감독은 1인5역(각본·연출·촬영·편집·컴퓨터그래픽)을 했다. 1인 시스템을 가능하게 하는 건 디에스엘아르(DSLR) 카메라나 휴대전화 등 간편해진 동영상 장비 덕분이다. 올해 서울독립영화제(12월9~17일) 단편 부문에 초청된 이지상 감독도 1인 시스템의 효율을 자랑한다. <한 여인>은 미국에서 디에스엘아르 카메라로 혼자 다니며 찍었다. 제작비라곤 길에서 섭외한 배우에게 준 20달러뿐이었다. 군대에서 들은 괴담을 ‘디카’로 사흘간 찍어 만든 <시크릿 가든>의 제작비도 5만원에 불과하다. 이 영화의 임철민 감독은 “내가 연기할 때 카메라를 들어준 친구와 먹은 밥값이 제작비의 전부”라고 말했다. 생활에서 건진 영화라면 ‘무전제작’도 된다. 미디액트와 함께 2년간 용산 철거민들의 구술사를 정리해온 늘샘 감독은 휴대전화와 캠코더로 찍은 영상을 편집해 14분짜리 <눈이 오르고 밥이 익는다>를 만들어, 독립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에 올랐다. 그는 “화질은 다소 떨어지지만 휴대폰은 1인 영화제작 시스템에 가까운 도구”라고 설명했다. 3. 장비 비용을 아껴라 <똥파리>는 파나소닉 HVS200 카메라로 촬영했다. 하루 대여비는 4만원. 저사양 고화질 카메라 중 저렴했다. “영화 전공자들은 학교에서 기자재를 싸게 빌릴 수 있지만 저처럼 비전공자들은 사설 업체에서 대여를 해야 하죠.”(양익준 감독) 이응일 감독의 <불청객>은 강풍기 대여비 10만원을 아끼려고 노래방 앞 바람인형의 송풍기를 하루 5000원에 빌렸다. 카메라는 브이제이(VJ)들이 주로 쓰는 PD170 기종을 썼다. 사설 업체 대여비는 하루 2만~3만원. 영화 전공하는 후배의 학생증을 빌려 학교에서 하루 7000원에 빌려 썼다. 장비를 최소화할 때 희생되는 게 음향을 따는 ‘붐대’다. 동시녹음에 사용하는 붐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마이크를 청테이프로 각목에 묶어 사용하거나(<똥파리>), 삼각대에 올려놓고 찍기도 했다.(<불청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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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아끼느라 낮과 야외 장면으로 채운 <낮술>(노영석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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