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2.09 11:08
수정 : 2010.12.09 13:48
|
‘부당거래’ 나쁜놈 다 모였다! / 현직 검사·기자·경찰의 취중 영화뒷담화(※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현직 검사·기자·경찰의 취중 영화뒷담화
① 폭탄주 얼리어답터. ② 노상 욕만 먹다 박수 받는 일은 폭탄주 비운 뒤 잔 흔들 때. ③ 영화 <부당거래> 속 뼛속까지 나쁜 놈, 알고 보니 나쁜 놈, 생각할수록 나쁜 놈.
눈치채셨나요? 세 가지 조건을 두루 갖춘 건 검사·경찰·기자입니다. 스폰서 검사, 건설허가 비리, 대포폰 등 ‘현실풍자 종합세트’로 흥행에 성공한 <부당거래> 속 주요 직업군이지요. 그렇다면 실제 검사·경찰·기자들은 <부당거래>를 어떻게 보았을까요? 가깝고도 먼 관계인 세 집단을 한자리에 모으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과장급’ 경력의 40대 초반 죽마고우 3인방을 만나기 전까지는요. 영화를 술안주로 삼은 3인방의 ‘위험한 취중수다’를 녹음중계합니다. 주의! 기사에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연평도 포격사태로 어수선하던 지난달 27일 늦은 밤. 서울시내 한 술집으로 그들이 속속 도착했다. 평소엔 각자의 조직이나 정치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이들은 술자리 한켠에 자리를 잡은
기자가 짐짓 신경쓰이는 눈치다. 검경은 여전히 폐쇄적인 조직이다. 이들은 ‘우리가 누군지 추정할 수 없는’ 절대적 익명보도를 요청했다. 경찰은 언론과 접촉할 경우 사후에라도 보고해야 한다. 보도가 나가면 경찰 내부에선 ‘범인’ 색출작업에 나선다. 들키면 징계를 당한다. 친구 둘을 술집으로 끌어낸 기자 오원세는 ‘방담 잘되면 니들이 해결한 사건 크게 보도할게’라는 지키지 못할 부당한 멘트를 날리며 ‘양폭’(양주폭탄주)을 돌리고 또 돌렸다. 녹음기를 의식하지 않게 될 즈음,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한 ‘쥐20’(G20 정상회의)이 첫 술안주로 올라왔다.
성범 G20 잘 끝났더라.
원세 경찰 수뇌부들은 ‘업’ 돼 있겠네. (종민 쳐다보며) 애들 죽어라 고생시키고, 휴가 줬다는데, 갔냐?
종민 휴가 가야지. 근데 G20 때문에 사건(해결) 거의 못했어. 거의 한달간 경계업무 나가 있어서 밀린 사건이 많아. 한달 공백 생기니까 잡아야 될 놈 못 잡고. 수사는 보름이면 범인 잡는다 안 잡는다 답 나와. 한달 안에 범인 특정 안 되면 미제사건 되는 거야. 한달 안에 범인 특정 안 되면 동일 전과범 싹 뒤지고. 그다음엔 수사할 게 없어.
원세 영화에서처럼 대통령이 (경찰서) 뜨면 경찰은 정말 죽음이지~ㅎ.
종민 중요한 사건 터져 정치권에서 관심 보여도 일선에서 따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분주한 건 윗사람들이지. 그래서 위에서 던지는 당근이 있지. 뭐냐? 바로 특진. G20 때 폭발물 설치 협박 사건 있었잖아. 경찰청장이 ‘대통령 관심 사건이고 잡으면 무조건 특진’이라 했단 말야. 그랬더니 뒤집어진 거야. 장난 협박 사건 한 건으로 서울 지역 경찰서 11곳에서 일제히 통화내역 조회를 요청한 거야. 보통 때 같으면 즉심 넘기는, 아무것도 아닌 사건인데. 잡으면 특진이니까. 협박 사건 하나 가지고 너무 여러 곳이 달려드니까 중앙지검에서 경찰에 핀잔을 줬다데. 검거했지만 망신이지. 특진이란 그런 거야. 경찰한테.
원세 (눈 반짝거리며) 야~ 그거 얘기 된다. G20 포스터 쥐 그림 수사도 그런 차원 아니냐. 잡으면 대박이다 뭐 그런 정서. ㅎ
종민 경찰 때문이 아니라 검찰 공안부에 배당돼서 그런 거 아니냐?
원세 뭘 영장을 다 치고~. 공안부의 ‘오바’지. 야, 류 검사, 어떻게 생각하냐? (농담조로) 빨리 미안하다고 해 자식아. 조직을 대표해서~!
|
‘부당거래’ 나쁜놈 다 모였다!
|
영화 속에서 가장 나쁜 놈은 누구? 답하기 어렵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많은 등장인물들이 자상(칼 따위에 찔린 상처)이나 총상으로 죽어가는 가운데 목숨 부지한 나쁜 놈은 누구? 빙고! 주양 검사. 좋은 장인을 둔 스폰서 검사는 접대받은 사실이 발각되지만 그닥 두려운 기색이 없다. 나쁜 놈이지만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듯, 현실에서도 ‘생존경쟁’의 유불리를 결정짓는 계급차가 있다. 같은 검사라도 시골 출신과 강남 출신은 다르단 말씀!
원세 (양폭 제조하며) 야~ 기자한테 술 얻어먹는 거 영광인 줄 알아 이것들아. 기자들이 식사 대접하는 유일한 사람들이 누군지 알아? 자기 애들 보내는 학교 선생님.
종민 이런 말도 있잖아. 검사·경찰·세무사·기자 같이 술 먹으러 가면 누가 계산하~게?
원세 술집 주인! 아~ 세무사를 불렀어야 해~ㅎㅎ.
성범 (급 진지해지며) 사실 이 자리에 오면 스폰서, 전관예우, 이런 거 물어볼 줄 알았어. 그게 진짜 아킬레스건이지.
원세 난 검찰 조직 말아먹는 게 전관예우인 것 같아. 예전처럼 노골적인 건 아니지만, 옷을 벗으나 안 벗으나 선후배 챙기는 그 조직논리 자체가 바로 전관예우야. 야, 검사 중에 나중에 검찰총장 하겠다는 애들이 몇명이나 되겠냐. 누구든 조직 나가서 변호사 개업해 먹고살 생각 안 할 수 없지. 그러다 보니, 선배나 주변 사람들 청탁 들어오면 무시하기 힘들고. 스폰이란 게 딴게 아니라 평소에 잘해주다 어려운 일 있을 때 도와달란 취지 아니냐? 류 검사 너 한달에 골프 몇번 쳐?
성범 골프 스폰이란 게 골프 치고 룸살롱 2차 데려가는 개념이지 풀코스로. 지금은 바뀌었어. 젊은 검사들 그런 거 싫어해. 옛날처럼 노골적인 스폰 없어. 근데 내가 검사로서 억울한 건, 삼성이나 대기업도 다 그런 비즈니스 하잖아. 내가 어디서 병원 운영하면 나도 검사, 세무사, 기자한테 술 사고 다닌다. 만나서 술 먹고 가족 이야기도 하고 친해지는 거지. 그러다 병원서 과실사고 나면 그때 사실은 이러저러하단 민원성 진정 하는 거야.
종민 옛날엔 경찰도 가정형편 안 좋고 해서 스폰 받았지만 요즘엔 안 그래. 말단 형사한테 그리 해주는 사람도 별로 없고. 요즘 검사들도 보면 외부인이 스폰이 아니라 가족이 스폰이야.
원세 그렇지! 그렇지! 요즘 사람들이 영악해서 사고 안 날 스폰 찾는데, 친인척이 제일 좋지. 검사가 얼마나 조심조심하는데. 영화 속 검사처럼 개같이 하는 경우는 없잖아. 내가 영화 끝나고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오는데, 같이 탄 아가씨들이 이렇게 일갈하더만. ‘그러니까 영화 결론이 장인 잘 만나야 하는 거 아니냐’고 ㅎㅎ.
성범 우리도 스폰이다 뭐다 해서 눈치 보이고 분위기도 옛날 같지 않아. 예전에는 부장들이 부원들 데리고 회식하면 중간에 변호사도 끼고 기업 하는 친구들도 끼고 했는데, 검사들도 부장이 그런 식으로 하면 욕하고 싫어해. 그러다 보니, 장가 잘 가거나 집이 부자인 부장이 오면 되게 좋아하지. 그런 부장은 스폰 없이도 부원들 잘 챙겨주고. 우리도 마음 편하고.
원세 (성범 보며) 너네들은 초임 때 모시는 부장에 따라 행로가 달라지는 거 아니냐? 나는 니가 개인적으로 좋은 상사 못 만났다고 생각하는데….
성범 처음 검사 되면 다들 정치인 수사 같은 거 꿈꾸지. 근데 무슨 폭력사건, 고소사건에 치이다 보면 ‘나는 언제 특수부 한번 가보나’ 그래. 그게 좋은 부장 만난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니고.
원세 (말 막으며) 그러니까, 인맥·연줄이 중요한 거 아니냐. 물론 실력은 기본이지만. 영화 속 검사의 장인이 이러잖아. 큰 사건 사위한테 배당해달라면서 ‘내가 검사장이랑 장어만 스무 마리 먹었어’라고.
성범 그래. 우리 회사(검찰)에도 총장 아들, 장관 아들 있지. 있는데 평이 또 좋아.
원세 ㅋㅋ 내가 여태껏 누구 사위, 누구 아들~ 이런 애들 중에 못한다는 평가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잘하기도 하겠지만, 이쯤 되면 위에 놈들이 잘한다고 소문내는 거 아닌가 몰라. 너도 같이 임관한 동기 중에 거물 사위 있었잖아?
성범 그렇지. 내가 지방 도는 동안 그 녀석 연수도 가고 해외 근무도 하고. 그래도 연수는 객관적인 능력으로 보내는 거야. 어학에다 더하기 근무 실력으로.
원세 야야~ 집안 좋으면 대충 어학실력 좋잖아.
성범 그건 그렇지. 시골 출신이랑 강남 출신 고시패스자랑 어학실력 달라.
원세 요즘엔 진짜 출신성분 좋은 애들 판사 하지 판사. 연수원 교수들한테 들었는데 배경 좋은 외고 출신 고대 법대 애들 성적이 (엄지손가락 치켜세우며) 이거래.
성범 강남 애들이나 지방 애들이나 능력 비슷한데, 연수원에 딱 가보면 지방 애들은 촌스러워. 사회에서도 지방 1등이랑 강남 출신 외고 100등 중 누굴 선호하겠냐? 후자지.
|
‘부당거래’ 나쁜놈 다 모였다!
|
이제 다른 일을 새로 시작하기엔 늦은 나이. 청춘을 바친 조직에서 ‘승부’를 봐야만 한다. 이런 고민은 기자건 경찰이건 다르지 않다. 성범은 간부가 되지 못할 경우 변호사 개업을 생각하고 있다. 성범은 미래를 걱정하는 원세에게 사무장 자리를 주겠다며 농을 친다. 생계를 위해서도 밥그릇을 쉽게 놓을 수 없기에 때론 눈치껏 현실과 타협하기도 한다. 이들의 현재는 나의 미…래?
성범 윗사람이 ‘수사했으면 좋겠다, 안 했으면 좋겠다’ 뉘앙스를 주지. 그럴수록 ‘에프엠’대로 해야 돼. 왜냐면 그 사건 하나 입맛 맞춰준다고 내가 잘되고 안되는 게 아니거든.
종민 어느 기업 사건 하다 외압 받았었어. 위에서 뭐라고 했는데 난 입건했어. 난 살길, 죽을 길 구분하는 촉이 좋잖아. 윗사람이 나 보호해주지 않아.
원세 아~놔~ 오늘 ‘양심 검경 만나다’로 ‘야마’(주제) 바꿔야겠네. 성범이 니 에프엠대로 하는진 모르겠지만, 만약 그랬다면 오래갈 수 있어도 잘나가지는 못하는 거야. 큰 사건 터지면 외부에서 검사들 차출하는 경우 많아. 대체로 일 잘하는 애들로. 근데, 걔들이 정말 일 잘하고 똑똑하기만 하냐? 상급자가 어떨 때 후배한테 일 잘한다고 하는지 그 논리를 봐야 돼. (망설이다가, 둘 보며) 야, 근데 솔직히 다… 하냐? 니가 할 수 있는 거 다 하고 사냐? 그거 아니잖아.
성범 (끄덕끄덕) 그렇지. 한계가 있지. 전관예우는 있고, 그것 때문에 원칙대로 사건 못 하는 것도 맞고. 어느 조직이든 나쁜 선배 있어. 옛날에 모시던 상관이 어느 정치권 인사랑 친한 사이인가봐. 근데 그 정치권 인사가 내 근무지에 출마를 할 예정이었거든. 그런데 그 상관이 은근히 쪼는 거지. 뭘 쪼냐, 그 정치인이 출마하려는데 경쟁자가 있을 거 아니냐. 근데 그 경쟁자가 재판중이었는데 (처벌 세게 받을 수 있게) 신경쓰라는 거지. 그런 일부 사람들이 영화화되고 이슈 되는데 전국에 수사검사 1700명 있어. 배경 좋은 검사가 한 50명 되려나. 어느 조직이든 100명 중 3~4명 나쁜 놈 있어. 3~4명 갖고 100명을 곡해하면 회의가 들지. 나는 스폰도 없고 골프도 안 치는데 말이야. 지금도 검사들 영장 청구할까 말까 고민하면서 야근한다고!
원세 에이~ 선수끼리 왜 이래? 사실 노는 애들 많잖아~. 그리고 권세 누리다가 못 그러니 힘이 쭉 빠지는 거 아니냐?
영화 속 검경은 대립하고 견제한다. 두 집단을 오고 가며 접대와 기사를 챙기는 건 기자다. 그러고 보면 경찰엔 강철중(영화 <공공의 적>), 검찰엔 하도야(드라마 <대물>) 같은 대중들로부터 응원받는 캐릭터가 있다. 그런데 정의로운 기자 캐릭터는 드물다. 알고 보면 허당(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이거나 지나치게 예쁜 외모(드라마 <스포트라이트>)의 여기자들 외엔.
원세 검경 되게 사무적인 관계야. 그런데 경찰을 관리 잘하는 검사들 있어. 걔들 용어로 경찰을 ‘쓰는’ 거지. 경찰이랑 잘 지내면 첩보 많이 들어. 그런 검사들은 사건 같이했던 경찰 정기적으로 만나서 밥 사고. (경찰이) 자발적 정보원 되는 거야. 그러다 그 경찰이 애로사항 있다 하면 검사가 알아봐줄 수 있는 거고.
종민 (담배에 불 붙이며) 처음 형사 시작할 때 검사가 사건 담당인 나를 부른 적이 있어. 근데 우리 반장이 바짝 긴장해서 우리 반이 다 가야 한다는 거야. 옛날 선배들은 검사가 호출하면 경찰이 무슨 비리 저지른 게 드러나 부른다고 생각하는 거야. 나랑 20년 연차 차이 나는 반장이 검사 앞에서 우리를 주르르 세우더니 차렷! 경례! 하더라고.(일동 폭소) 그런데 검사가 담당자 빼고 나머진 가도 된다는 거야. 사건에 대해 의견 물어보려고 불렀다면서. 거긴 신세대 검사였지. 나가보니 선배들이 문 앞에서 담배 피우면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더라. 뭐, 지금은 안 그래~.
원세 영화 보면서 황당했던 게 ‘배우’(가짜 범인)를 썼더라도 검사가 경찰한테 뭐라고 할 수 없는 거야. 현실에서 검사가 광수대 압수수색하면 사회면 톱기사지.
종민 검사나 그 밑에 계장들도 경찰 많이 배려해. 물론 경찰 개인 비리면 어쩔 도리가 없지만. 물론 × 같은 검사도 있지. 변호사 관점에서 수사 지휘 세게 하는 검사가 있어.
성범 무턱대고 경찰 입장만 고려할 수 없는 게, 우리는 경찰 수사내용 확인해야 하잖아. 옛날에 어느 서에서 두달 넘게 인신매매 수사를 했어. 방송국까지 동행 취재를 붙였더라고. 종민이가 말한 것처럼, 그 팀이 다 와서 경례하면서 ‘보도 나가기로 돼 있으니 구속영장만 쳐달라’는 거야. 그런데 인신매매라고 하기엔 ‘오바’더라고. 그래서 경찰한테 그랬지. 수사 열정 알겠는데 재지휘(수사 보강 지시) 하고 싶다고.
원세 아이고~ 기자들이 그때 경찰을 얼마나 쪼았을까….(웃음) 그럼 그때 영장 대신 ‘불구속 기소하십시다’ 하면 되잖아. 왜 경찰이고 검찰이고 영장에 목을 매?
종민 그때만 해도 구속영장 신청했다고 해야 기사가 되는 거잖아. 9시 뉴스 헤드라인, 중앙 일간지 4단 이상 나가야 진급에 플러스 돼. 간혹 사건 부풀리기도 하는 것 맞아. 근데 실무자들은 보도되는 게 별로 안 좋아. 방송에선 그림 원하는데, 피의자가 인터뷰 거부하면 방법이 없잖아. 수사하기도 벅찬데 언론까지 맞춰주려면 피곤한 거야.
성범 (원세 보며) 몇년 전에 기자 양반하고 둘이 새벽까지 술 마시면서 별별 이야기 다 했거든. 다음날 기사가 나왔잖아. 술자리 이야기를 다 복기해가지고. 난 진짜 존경스럽더만.
종민 우리는 늘 불만인 게 칭찬 기사는 단 한 줄도 없고 잘못하면 대서특필이잖아. 언론이 눈감아 주면 더 큰 실수 나오니까 잘해야 하는 건 맞는데.
성범 비리 많고 가십도 많아. 그런데 그 가십들 줄창 이야기하면 투명해지냐? 어? 부정부패 개혁할 수 있는 제도 이야기하면 좋은데 그냥 막 던지는 기사는 제발 쓰지 마라. 쫌!
원세 그래~ 기자가 제일 나쁜 ××들이야~. 야, 야~ 언론이 왜 있어야 되냐. 니들이 세금 받고 일하니까 감시가 필요하지. 일 잘하는 거야 조직 내에서 포상받으면 되지 인마. 근데, 영화건 어디건 기자는 왜 한번도 착하게 안 나오냐?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하기야 기자들이 지금껏 분탕 친 자업자득이지 뭐. 에잇~! 마셔 마셔….(술상 위로 쓰러지며)
정리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
영화 <부당거래>에서 경찰 최철기 역을 맡은 황정민(왼쪽)과 검사 주양을 맡은 류승범
|
최철기·주양, 이렇게 태어났다
사연 없는 이름 없고 의미 없는 이름 없다. <부당거래> 속 경찰 최철기(오른쪽)와 검사 주양은 어떻게 그 이름을 얻게 됐을까. 이 둘의 작명가는 초고를 쓴 박훈정 작가다. 박 작가는 평소에 ‘철기’라는 이름을 좋아했단다. 고원정 대하소설 <빙벽> 주인공이 바로 철기다. 소설 속 철기는 군인으로 조직의 모순과 비리에 맞서다 결국 희생을 당한다. 박 작가는 ‘철기’가 희생되는 인물의 이름치고는 강한 느낌이라 그 죽음이 더 가슴아팠다고. 영화 속 철기의 모습과 닮은꼴이다. 반면 주양은 어디서 가져다 쓴 이름은 아니다. 단, 알고 지내는 검사가 있는데 숨기는 것 없이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그의 화끈한 성격을 캐릭터에 반영했다.
|
|
|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