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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2.09 11:48 수정 : 2010.12.10 13:35

‘부당거래’ 제작한 구본한 필름트레인 부사장

‘부당거래’ 제작한 구본한 필름트레인 부사장

영화제작사 필름트레인의 구본한(43·오른쪽 사진) 부사장은 ‘나쁜 놈’과 인연이 깊다. 그가 시나리오 원안을 썼던 스릴러물 <공공의 적> <텔미썸딩> <이중간첩> 속 인물들은 알고 보면 나쁜 놈들이다. 2003년 제작한 <빙우>가 흥행에 실패한 뒤 기나긴 휴식을 취한 그가 복귀작으로 택한 영화는 줄창 ‘나쁜 놈’만 나오는 <부당거래>다. 이해할 수 없이 나쁜 검사 주양과 그나마 이해 가능한 나쁜 경찰 최철기가 벌이는 한바탕 소동극에서 어디선가 본 듯한 ‘데자뷔’를 느꼈단다. 장동건·고소영 커플을 만나게 한 영화 <연풍연가>를 시작으로 약 10편의 영화를 제작했지만 기자와의 인터뷰는 처음이라는 그를 지난 2일 서울 합정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훈정 작가가 쓴 초고에도 검·경·언·스폰서와 범인 조작 이야기가 중심축이더라. 현실적인 대사가 추가됐고 결말도 다르던데. “대본 작업이 총 3번 이뤄졌다. 원작자가 초고를 썼고, 재고 작업은 내가, 류승완 감독이 최종고를 썼다. 박 작가는 이명박 대통령이 ‘초등학생 납치미수 사건’ 관련해 일산경찰서를 방문한 걸 보고 저러면 경찰이 얼마나 긴장할까란 데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초고는 시의성이 그렇게 강하진 않았는데, 갈수록 그런 부분이 강화됐다. 재고 때 대호라는 형사의 죽음이 들어갔고 스폰서 검사 사건이 터지는 데서 끝났다.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연예인 마약 대사는 류 감독이 추가한 것이다. 류 감독이 경찰 쪽 취재를 많이 했다. 난 취재를 잘 안 하는데, 한 다리 건너 아는 경찰한테 ‘팀장이 팀을 배반하면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긴 했다. 그랬더니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이라고 하더라.”

초고 제목도 ‘부당거래’다. “사실 바꾸려고 노력을 했었다. 너무 다 보여주는 제목이라 부담스러웠다. 대안을 찾지 못했고 투자사인 씨제이(CJ)가 괜찮다고 해 그냥 그 제목으로 갔다. 누가 그러더라. 이 영화 최대 반전은 투자사가 씨제이란 사실이라고.(웃음) 황정민·류승범이 영화 <사생결단>에 출연한 적이 있어서 우려스럽기도 했다. 똑같이 네 글자 제목에 형사가 나오는 내용이고 해서. 캐스팅은 류 감독의 결정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적절한 선택이었다.”

‘부당거래’ 사진 필름트레인 제공
원안을 쓴 <공공의 적>과 <부당거래>는 비슷한 장르지만 흥행 포인트는 다르지 않나? “<부당거래>는 현실세태와 맞물린 점이 있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기시감이 있다고 느꼈다. 가요도 처음 들었을 때 어딘가 들어본 듯한 노래가 잘되지 않나. 영화도 비슷한 것 같다. 그리고 이 영화 흥행을 위해 정말 많은 분들이 물심양면 도와주었다.(웃음) 최근엔 최철원 폭행사건도 터졌고, 개봉 다음주엔 강압수사로 인해 시민이 범인으로 몰리는 과정을 다룬 시사보도물도 방송됐다. 이번 정권 들어오면서 <딴지일보> 클릭수가 늘었다더라. 이런 사회적 욕구를 반영한 것 같다. <공공의 적> 때는 강철중 같은 인물에만 집중했다. 철중이는 매우 희화화된 만화적 상상력이 들어간 인물이다. 관객들이 영화 주인공을 배우 이름이 아닌 강철중이라고 기억하는 건 그만큼 캐릭터에 힘이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론 나쁜 놈에 관심이 많다. 사실 강철중도 건달 마약이나 뺏어오는 나쁜 놈이었다. <텔미썸딩>의 형사 한석규도 점잖아 보이지만 엄마 병원비 때문에 스폰을 받다 내사가 들어오자 엄마 인공호흡기를 떼어버리는 인물이다.”

그렇다면 가장 나쁜 영화 캐릭터는 누구냐? “현실에 너무 많은데 굳이 영화에서 찾아야 하나? 영등위가 사회지도층이 국민을 기만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청소년이 보면 안 된다고 판단했는데, <부당거래>가 18살 이상 관람가면 현실은 60살 이상 관람가다. 많은 관객들이 영화 보고 씁쓸하다고 하는데, 그런 관객들이 <피디수첩> 보면 뒷목 잡고 쓰러질 거다. 김은혜 낙하산 같은 일이 정말 부당거래 아닐까? 그런 현실 보면서 씁쓸해하는 사람 많아졌으면 한다.”


영화로 ‘뒤탈’이 걱정되진 않나? “별일 없다. 얼마 전에 트로트 가수가 민간인 사찰을 받았다는데, 이거 뭐 집 컴퓨터에 저장된 야동부터 지워야겠다 싶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작품인 <이중간첩>을 할 땐 빨갱이 영화라는 소리까지 들어봤다. 그런데 <부당거래>는 보수 쪽에서 공격하지 않더라.

다음 제작 작품에도 나쁜 놈이 나오나? “하하. 악한 것만 하면 내 정신도 피폐해진다. 곧 들어가는 영화 있는데 세상에 저런 인간들만 있으면 살 만하겠다 싶은 착한 인물들만 나온다. 굉장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다중 플롯의 영화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면? “나랑 류 감독이랑 사이가 썩 좋진 않았다. 그런데 제작자와 감독 간의 견제는 늘 있는 거니까 기사 안 될 것 같은데. 지금은 충무로에서 제작자 입김이 많이 줄어들었다. 제작자·프로듀서 역할이 갈수록 의미없어지는 건 슬픈 현실이다. 예전에 너무 큰 권력을 누려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글 박현정 기자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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