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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거래’ 제작한 구본한 필름트레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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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거래’ 제작한 구본한 필름트레인 부사장
영화제작사 필름트레인의 구본한(43·오른쪽 사진) 부사장은 ‘나쁜 놈’과 인연이 깊다. 그가 시나리오 원안을 썼던 스릴러물 <공공의 적> <텔미썸딩> <이중간첩> 속 인물들은 알고 보면 나쁜 놈들이다. 2003년 제작한 <빙우>가 흥행에 실패한 뒤 기나긴 휴식을 취한 그가 복귀작으로 택한 영화는 줄창 ‘나쁜 놈’만 나오는 <부당거래>다. 이해할 수 없이 나쁜 검사 주양과 그나마 이해 가능한 나쁜 경찰 최철기가 벌이는 한바탕 소동극에서 어디선가 본 듯한 ‘데자뷔’를 느꼈단다. 장동건·고소영 커플을 만나게 한 영화 <연풍연가>를 시작으로 약 10편의 영화를 제작했지만 기자와의 인터뷰는 처음이라는 그를 지난 2일 서울 합정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훈정 작가가 쓴 초고에도 검·경·언·스폰서와 범인 조작 이야기가 중심축이더라. 현실적인 대사가 추가됐고 결말도 다르던데. “대본 작업이 총 3번 이뤄졌다. 원작자가 초고를 썼고, 재고 작업은 내가, 류승완 감독이 최종고를 썼다. 박 작가는 이명박 대통령이 ‘초등학생 납치미수 사건’ 관련해 일산경찰서를 방문한 걸 보고 저러면 경찰이 얼마나 긴장할까란 데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초고는 시의성이 그렇게 강하진 않았는데, 갈수록 그런 부분이 강화됐다. 재고 때 대호라는 형사의 죽음이 들어갔고 스폰서 검사 사건이 터지는 데서 끝났다.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연예인 마약 대사는 류 감독이 추가한 것이다. 류 감독이 경찰 쪽 취재를 많이 했다. 난 취재를 잘 안 하는데, 한 다리 건너 아는 경찰한테 ‘팀장이 팀을 배반하면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긴 했다. 그랬더니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이라고 하더라.” 초고 제목도 ‘부당거래’다. “사실 바꾸려고 노력을 했었다. 너무 다 보여주는 제목이라 부담스러웠다. 대안을 찾지 못했고 투자사인 씨제이(CJ)가 괜찮다고 해 그냥 그 제목으로 갔다. 누가 그러더라. 이 영화 최대 반전은 투자사가 씨제이란 사실이라고.(웃음) 황정민·류승범이 영화 <사생결단>에 출연한 적이 있어서 우려스럽기도 했다. 똑같이 네 글자 제목에 형사가 나오는 내용이고 해서. 캐스팅은 류 감독의 결정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적절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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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거래’ 사진 필름트레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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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로 ‘뒤탈’이 걱정되진 않나? “별일 없다. 얼마 전에 트로트 가수가 민간인 사찰을 받았다는데, 이거 뭐 집 컴퓨터에 저장된 야동부터 지워야겠다 싶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작품인 <이중간첩>을 할 땐 빨갱이 영화라는 소리까지 들어봤다. 그런데 <부당거래>는 보수 쪽에서 공격하지 않더라. 다음 제작 작품에도 나쁜 놈이 나오나? “하하. 악한 것만 하면 내 정신도 피폐해진다. 곧 들어가는 영화 있는데 세상에 저런 인간들만 있으면 살 만하겠다 싶은 착한 인물들만 나온다. 굉장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다중 플롯의 영화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면? “나랑 류 감독이랑 사이가 썩 좋진 않았다. 그런데 제작자와 감독 간의 견제는 늘 있는 거니까 기사 안 될 것 같은데. 지금은 충무로에서 제작자 입김이 많이 줄어들었다. 제작자·프로듀서 역할이 갈수록 의미없어지는 건 슬픈 현실이다. 예전에 너무 큰 권력을 누려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글 박현정 기자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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